우리의 몸 안에는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생물학적 시계가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운동을 통해 망가진 생물학적 시계를 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운동은 건강을 지켜주는 최고의 보약이다. 사실 보약을 지어 먹는 것보다 꾸준히 운동을 하는 편이 건강증진에 훨씬 큰 도움을 준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면 운동은 무병장수의 원천이다. 운동이 최고의 건강 지킴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체육관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일과 후 혹은 자투리 시간이 생길 때마다 피트니스 클럽을 찾거나 출근 전 새벽 조깅에 나서는 직장인들의 수 역시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쥐 대상 실험에서 아침보다 한낮이 더 효과 뜻밖
심야에 하면 생체리듬 방해 수면의 질 뚝 떨어져
시간대와 상관 없이 질병·스트레스 퇴치에 최고
운동의 습관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지만 각자 정해진 하루 일과가 다르기 때문에 운동시간에도 차이가 생긴다. 주로 아침에 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일 오후, 혹은 저녁시간을 택하는 쪽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언제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인간의 몸은 생체리듬이 지배한다. 이를 의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심장과 간, 뇌는 모두 내생적 생체리듬의 통제를 받는다. 이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것이 이른바 ‘신체 내부시계’다.
UCLA ‘브레인 리서치 인스티튜트’의 크리스토퍼 콜웰 심리학 교수는 최근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운동이 생체리듬에 영향을 주며 한낮(midday)에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끌어냈다.
실험은 여러 유형의 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쥐들은 젊고 건강했지만 일부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라 불리는 신체내부의 ‘생물학적 시계’가 망가진 놈들이었다. 보다 정확히 말해 생물학적 시계에 인위적 손질이 가해진 쥐들이었다.
페이스메이커는 뇌 안쪽의 세포 집합체로 밝음과 어둠의 신호를 수령해 하루의 시간대를 파악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페이스메이커의 일부 유전자들은 생체시간에 맞춰 체내에 단백질을 분비한다. 이렇게 분비된 단백질은 심장과 신경, 간을 비롯한 몸 안의 장기들을 두루 찾아다니며 이들이 신체 다른 기관들과 장단을 맞추도록 유도한다.
결국 우리는 체내 시계의 지시에 따라 자고 깨는 등 생리적으로 기능을 하게 된다. 그러나 생물학적 시계는 쉽사리 고장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저녁시간대에 밝은 인공조명에 노출되면 페이스메이커가 혼란을 일으켜 생체리듬이 균형을 잃게 된다.
또한 나이가 들면 페이스메이커 역시 노화현상을 보인다. 증년을 넘어서면 잠이 잘 안 오고 일단 잠이 든 후에도 자주 깨어나는 등 수면상태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렇게 잠을 제대로 못 이룬 다음날에는 수시로 졸음이 찾아와 애를 먹게 마련이다.
콜웰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페이스메이커의 기능퇴조는 수면장애를 일으키는데 그치지 않는다. 생체리듬의 균형이 깨지면 당뇨병, 비만, 특정 유형의 암, 기억상실, 우울증 등 정서장애 등이 찾아올 위험이 증가한다.
콜웰 박사와 동료 연구원들은 운동을 통해 망가진 생물학적 시계를 고칠 수 있는지, 만약 고칠 수 있다면 언제 운동을 하는 것이 생체리듬 조절에 가장 효과적인지를 알아내는데 주력했다.
연구팀은 건강한 쥐들이 언제든 원할 때마다 달릴 수 있도록 우리 속에 쳇바퀴를 설치해 주었다. 달리기는 쥐들이 가장 즐기는 활동이다.
다른 그룹에 속한 쥐들에게는 깨어 있는 시간의 초기 시간대, 혹은 그보다 늦은 시간대에만 달리기를 허용했다. 알다시피 쥐라는 동물은 주로 밤에 활동하기 때문에 이들이 깨어 있는 초기 시간대는 인간의 오전, 그 이후의 시간대는 인간의 오후 시간에 해당한다.
수 주일에 걸쳐 달리기를 한 쥐들은 어느 시간대에 뛰었건 상관없이 페이스메이커 세포들의 단백질 분비량이 운동을 하지 않은 쥐들에 비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정상적인 생체리듬을 지닌 건강한 쥐들 사이에서는 운동시간대에 따른 단백질 분비량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어 생물학적 시계가 망가진 쥐들에게 달리기 운동을 시키며 변화를 살폈다.
페이스메이커에 이상이 생기면 내부에서 분비하는 단백질이 몸 안의 주요 장기에 이르지 못하고, 이로 인해 장기들 사이의 장단 맞추기가 엇박자를 내면서 생체리듬이 깨지게 된다.
그러나 수 주일간 달리기 운동을 계속하자 기능 이상을 보이던 신체 내부시계가 이전보다 튼튼해졌고 페이스메이커 단백질이 주요 장기에 도착하는 횟수도 늘어났다.
한 가지 특기할만한 점은 인간의 대낮에 해당하는 시간대에 운동을 한 쥐들에게서 이 같은 개선효과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콜웰 박사는 연구결과는 “뜻밖이었다”고 말했다. 그와 다른 연구원들은 아침 운동이 가장 좋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었다.
운동선수들도 대부분 아침 훈련을 선호한다. 이들 역시 아침에 가장 높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연구결과는 의심할 여지없이 분명했다. 인간의 한낮에 해당하는 시간대에 쳇바퀴를 돌린 쥐들이 아침시간에 달리기를 한 동료들에 비해 더 많은 양의 신체 내부시계 단백질을 생산했고, 훨씬 효과적으로 주요 장기들에 단백질을 전달했다.
최소한 쥐들의 경우 오후 시간에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하지만 콜웰 박사는 이것이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취했다.
그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운동이 체내 시계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점”이라며 “특히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운동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콜웰 교수는 “운동의 효과는 의심할 나위가 없지만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아침 조깅 대신 오후 조깅을 택하는 편이 낫다고 단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강조했다.
다만 심야운동은 안하는 편이 좋다. 그의 연구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실험 결과 서생원들의 시간으로 밤 11시에 운동을 한 쥐들은 생체리듬이 방해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고 수면의 질도 떨어졌다.
콜웰 교수는 “우리가 지금 단계에서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숙면을 취하고 노화, 혹은 생체리듬 이상과 연관된 신체적 질병을 피하고 싶다면 다른 무엇보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 완전히 입증되지는 않았으나 오후 운동이 다른 시간대의 운동에 비해 양호한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의 결론은 “언제 운동을 하건 전혀 안 하는 것보다 낫다”로 귀착된다.
“만약에 나처럼 아침 조깅을 선호한다면, 굳이 시간대를 바꿀 필요가 없다. 하던 대로 계속 열심히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운동을 하는 것이지, 언제 하느냐가 아니다. 단 심야운동은 가급적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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