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의 설경은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노라면 눈에 덮인 소나무 숲들이 한 장의 동양화처럼 펼쳐진다. 서울은 매일 영하10도를 오르내리며 강남은 길이 미끄러워 테헤란로가 거대한 파킹장으로 변해 교통난이 아니라 교통지옥이다.
전국에 한파가 덮쳐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어 있다. 뜨거운 것은 선거열기 뿐이다. 박근혜 후보나 문재인 후보의 유세장에는 추위를 아랑곳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특히 박근혜 후보의 거리연설에 모여드는 청중들은 광적에 가까울 정도로 박 후보에 열광한다.
유세장 그림으로 보면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훨씬 지지율이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숫자상으로는 오차범위내의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그 차이도 투표일이 가까워 올수록 점점 더 좁혀지는 그래프를 그리고 있어 선거분위기가 초긴장으로 치닫고 있다.
“누가 당선될 것 같은가?”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이 “박근혜”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박근혜를 지지하는가?”라고 물으면 더러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 사람들에게 “그럼 당신은 문재인을 지지하는가”라고 물으면 그것은 또 아니다. 새누리당이 싫다고 대답한다. 박근혜에게는 호감이 가지만 한나라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재집권하는 것은 꼴불견이라는 것이다. 국민은 새 정치를 원하는데 새누리당 체질 가지고는 새 정치 개혁을 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안철수가 막판에 문재인 후보 지원유세에 나선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느냐”는 물음에 어느 언론인은 짜증스런 표정을 지으며 “그 친구가 이번 한국대선 분위기를 망쳐 놨다”고 평한다. 안철수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의 정책대결이 희미해 졌으며 단일화를 떠들다 그나마 중도하차하는 바람에 문재인의 스타일도 구겼다는 논리다. 문측 캠프에서는 안철수와 단일화를 이룬 것처럼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은 하나의 위장에 불과하며 문재인을 ‘표를 모으기 위해 가식도 서슴치 않는 구차한 모습’으로 비치게 했다는 것이다.
안철수에 실망했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안철수 현상은 원하지만 안철수는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안철수 현상이란 새 정치, 새 시대를 의미한다. 대중이 원하는 것은 혁신이었다. 그런데 박 후보나 문 후보가 이 같은 시대적 사명을 수행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문재인후보가 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그것은 노무현의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해 보겠다는 계획에 불과해 과거로 돌아가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문재인만이 가질 수 있는 상품을 못 내놓고 있다.
가장 혁신적인 후보는 이정희다. 그러나 그는 두 차례에 걸친 TV토론에서 너무 왼쪽으로 기우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좌파 공포증을 불러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에 대한 이정희의 인신공격은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박근혜 구하기 운동을 불러 일으켜 보수 세력의 대결집을 유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국에서 여성대통령은 탄생할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가능해 보인다”가 현재의 분위기다. 문재인과 이정희가 너무 좌파로 기운 것처럼 보이는 것이 이들의 결정적인 취약점이다. 유권자들이 처음에는 혁신을 부르짖었지만 TV토론을 본 다음에는 안정 쪽으로 기울고 있다. 잘못하다가는 대한민국의 정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걱정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 신뢰와 변화 중 신뢰에 무게가 실리는 현상이 일고 있다.
이번 선거가 빅 매치로 치닫고 있다. 13일 이후로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수 없도록 되어있어 누가 리드하고 있는지 깜깜한 현상이 펼쳐진다. 그러나 현지에서 본 대세는 박근혜 후보다. 문재인과 이정희가 박근혜를 꺾기에는 너무 약해 보인다.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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