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이 돈을 잘 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행복한 성장기를 보낸 젊은이들의 소득은 우울한 청소년기를 보낸 동년배에 비해 연 8,000달러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부터‘笑門萬福來’(소문만복래)라고 했다. 웃는 집 대문으로 온갖 복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간단히 말해“웃으면 복이 와요”다. 웃음은 개인이 느끼는 행복과 기쁨의 척도가 될 수 있다. 아무래도 행복한 사람이 자주 웃는다. 불행을 당했는데 실실 웃는다면 그건 얼빠진 사람이다. 따라서 가정을 단위로 삼은‘소문만복래’를 개인 차원으로 전환해 풀어보면“행복한 사람에게 복이 따른다”가 될 법하다.
우울한 청소년기를 보낸 동년배 경우보다
취업·승진 빠르고 소득도 10% 이상 높아
교육수준·지능·외모 등에 상관 없이 적용
행복이 복을 가져온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도 어느 정도 입증이 됐다. 최근 미 국립과학원 회보에 실린 장기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행복한 성장기를 보낸 청소년들 가운데 대학 졸업자가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이들은 우울한 청소년기를 거친 경쟁자들에 비해 취업률도 높았고, 승진속도 역시 빨랐다.
상대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행복한 과거’를 지닌 젊은이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동년배에 비해 대체로 더 ‘잘 나간다’는 얘기다.
국립과학원의 재정지원으로 이루어진 연구결과가 담긴 이 학술 보고서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느냐, 없느냐에 상관없이 행복한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버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연방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는 건강 리서치 단체 애드 헬스(Add Health)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 자료를 분석, 16세, 18세 22세의 청소년과 젊은이 1만명을 추려 신상정보를 알아낸 후 이들이 29세 된 해에 올린 연간 소득을 비교하는 접근 방식을 취했다.
교육수준, 지능지수, 신장과 자부심 등 ‘물질적 성공’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다른 요인들의 조정을 거쳐 끌어낸 결론은 똑똑하건 둔하건, 키가 크건 작건, 자신감이 있건 없건 간에 상대적으로 더 행복한 사람의 소득이 그렇지 않은 동료에 비해 높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소득차도 예상보다 컸다.
연구 대상자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life satisfaction)를 5점 만점으로 측정한 결과 22세를 기준으로 점수가 1점 올라갈 때마다 미래의 소득이 2,000달러의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행복한 집단과 가장 우울한 그룹에 속한 젊은이들의 소득 차는 평균 8,000달러에 달했다.
또한 가슴 깊이 불행을 느끼는 10대의 미래 소득은 평균치보다 30%가 낮은 반면 대단히 행복한 청소년은 장성한 후 전체 평균 임금수준에 비해 10% 이상을 더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동일한 부모에게서 태어나 동일한 사회경제적 환경에서 자란 1,500쌍의 형제를 추려낸 후 이들의 삶의 궤적을 추적했다.
그 결과 형제 가운데 보다 행복한 쪽이 덜 행복한 쪽에 비해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행동과학 전문가인 마이크 노턴 박사는 “국립과학원의 학술 보고서는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사고를 심어준다면 이들의 미래 성공 가능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결코 불가능하진 않다.
행복감의 원천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연구팀이 알아낸 바로는 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 돈을 써도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적극적 친절’ 역시 마찬가지다.
UC리버사이드의 사회심리학자인 손자 류보미르스키 박사는 ‘행복하기’는 ‘살빼기’와 매한가지라고 말한다.
유전적으로 행복한 기질을 갖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를 얻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유전적으로 비만체질인 사람이 살을 빼려면 ‘열’과 ‘성’을 쏟아 부어야 하는 것과 같다.
국립과학원의 연구는 대상자들을 장기간에 걸쳐 관찰한 결과일 뿐 과학적 실험이 아니기 때문에 행복이 정말 높은 소득을 가져다주는 것인지 확실치가 않다.
그러나 학술보고서는 행복한 10대 청소년이 우울한 동년배에 비해 대학을 졸업할 가능성이 높고 취업이 잘되며 승진도 빠를 뿐만 아니라 성격이 낙관적이고 외향적이며 덜 신경질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행복한 돈: 현명한 지출학’의 공동저자이기도 한 노턴 박사는 “어린 시절에 느끼는 행복감은 우리의 인생에 관한 많은 것들을 바꾸어놓기 때문에 나이가 든 후 설사 이전만큼 행복하지 않다하더라도 형성기의 경험들이 계속 힘을 쓰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행복은 도대체 어떻게 성공을 가져오는 것일까. 행복하면 매사에 적극적이 되고 좀 더 잘해 보고 싶은 의욕이 생기는 것인지, 아니면 일반적으로 우울한 사람보다 행복하게 보이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이들에게 더욱 많은 기회가 제공되는 것인지 확연하게 구분이 안 된다.
만약 후자의 경우가 맞는다면 그저 행복한 듯한 시늉만으로도 ‘플러스’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UC리버사이드의 류보미르스키 박사는 “그런 척 하는 것만으로도 분명 어느 정도 효과를 얻을 것이라 믿지만 행복의 가치는 다른 사람들의 판단이 아니라 (행복감이) 당사자에게 끼친 직접적인 영향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과 유럽의 경제를 최근의 하강국면에서 끌어내기 위한 정책수립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영국 워윅 유니버시티의 경제학 교수인 앤드류 오스왈드는 낮은 실업률이 낮은 물가 수준보다 사람들을 더욱 만족스럽고 행복하게 만든다며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정책위원들과 행정부 담당부서 관리들은 통화 정책과 경제정책을 수립할 때 물가보다 일자리 성장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대중적 행복감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설사 물가 상승을 동반한다 해도 정부가 효율적인 고용성장 촉진책을 추진할 경우 유권자들이 느끼는 정책 만족도와 행복감은 커진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정치 경제학 및 행동과학 부교수인 엠마누엘 디 네브는 개개인의 조그만 행복감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간다면 엄청난 결합 효과를 발생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가라앉은 경제를 수렁에서 건져 올릴 동력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농담”이라는 말로 ‘행복의 경제학’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혹시 정말 그럴지 누가 아느냐”며 자신의 이론에 슬쩍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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