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이 앉아 있을수록 수명단축’ 연구결과 잇달아
25세 이후 TV 앞에 앉아 지내는 매 시간당 시청자의 수명이 평균 21.8분씩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세 이후 하루 6시간씩 TV를 본 사람은 TV를 전혀 시청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평균수명이 4.8년이나 짧아진다는 결론이다.
주어진 수명을 깎아먹지 않으려면 TV 앞에 앉아서 보내는 시간부터 줄여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호주에서 연이어 발표된 두 건의 논문은 앉아서 지내는 시간이 길수록 수명이 짧아진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들 가운데 영국 스포츠 의학저널 10월호에 실린 논문은 1만2,000명의 호주인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장기 서베이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TV 앞에 앉아 있는 매 시간당 평균수명 21분씩 단축
‘앉은뱅이 생활타입’당뇨 112%·심혈관 질환 147% 높여
아무리 정기적으로 운동하더라도 그 해악 상쇄 못해
연구팀은 서베이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일반적 건강상태, 질병 유무와 흡연 여부, 정기적으로 하는 운동의 종류 등을 질문한 후 “지난주 하루 몇 시간이나 TV를 보며 지냈느냐”고 물었다.
TV 시청은 그 자체로는 해로울 게 없다. 그러나 TV 시청시간은 아주 정확하지는 않지만 각 개인의 ‘앉은뱅이 타입의 생활습관’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다.
논문 작성을 주도한 퀸스랜드 대학의 선임 리서치 펠로우 레너트 비어만 박사는 “어제 몇 시간을 앉아서 보냈느냐”는 질문보다는 “어제 몇 시간이나 TV를 보았느냐”는 질문에 사람들은 더욱 수월하게 답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인들은 TV 시청시간이 상당히 긴 것으로 나타났다.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기준년도인 2008년 한 해 동안 호주의 성인들은 총 98억시간을 TV 앞에서 죽치고 보냈다.
연구진은 흡연, 허리둘레, 식사의 질, 운동습관과 그 이외의 다른 변수들을 조정한 후 복잡한 보험 통계표를 활용해 앉아 있는 시간이 사람의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따로 분리했다.
이런 방식으로 이끌어낸 결과는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25세 이후 TV 앞에 앉아 지내는 매 시간당 시청자의 수명이 평균 21.8분씩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생 하루 6시간씩 TV를 본 사람은 TV를 전혀 시청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평균수명이 4.8년이나 짧아진다는 결론이다.
담배 한 개비를 피울 때 단축되는 수명이 대략 11분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만히 앉아 TV를 시청하는 습관이 얼마나 건강에 유해한 것인지 금방 이해가 된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정기적으로 운동을 한다 해도 TV 시청에 따른 수명단축 효과를 상쇄할 수 없다는 점이다.
비어만 박사는 “운동을 많이 하지만 매일 밤 여섯 시간동안 줄기차게 TV를 보는 사람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지만 TV를 멀리하는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사망률을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다이아베톨로지아(Diabetologia)에 게재된 또 다른 논문 역시 앉은뱅이형 생활습관의 부작용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논문은 총 79만4,577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18건의 연구 결과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작성됐다.
이들 18건의 연구는 거의 대부분 TV 앞에 앉아 지내는 시간뿐 아니라 직장에서 의자에 앉아 보내는 시간까지 포함하는 하루 전체의 ‘착석시간’을 측정했다.
그 결과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전 생애의 50~70%에 해당하는 시간을 앉은 상태에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앉은뱅이 타입의 생활습관에 완전히 길들여진 사람들, 즉 가장 많은 시간을 앉은 채 보내는 사람들이 당뇨병에 걸릴 상대적 위험은 112%,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위험은 147%, 요절 위험은 49%가 각각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기적으로 운동을 한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자료 분석을 주도한 라이체스터 대학의 리서치 펠로우인 엠마 윌못 박사는 “현대인들은 거의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생활한다”고 지적하고 “하루 30분간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기 때문에 장시간을 앉아서 지낸다 해도 건강을 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큰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정기적인 운동에도 불구하고 앉은뱅이 생활습관이 건강에 타격을 가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비록 부분적이긴 해도 확실한 한 가지 설명이 존재한다. 장시간 앉아 있으면 사람의 몸에서 가장 큰 근육에 속한 다리의 골격근 수축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베이커 IDI 심장-당뇨병 연구소의 데이빗 던스턴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근육이 수축하지 않을 경우 ‘연료’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남아도는 에너지가 혈당의 형태로 혈액흐름에 축적되면서 당뇨병을 비롯한 성인병의 위험을 높이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앉은뱅이 생활습관을 고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우선 TV 시청시간부터 줄이는 게 순서다.
던스턴 박사는 “이제까지의 연구결과 TV 앞에서 하루 4시간 이상을 보내면 건강을 해치게 된다는 과학적 증거가 나왔다”고 말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아예 TV를 치워버리는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시청시간을 두 시간 이내로 끌어내리는 것이 차선책이다.
사실 TV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요즘은 TV보다 컴퓨터가 더 문제다.
직장에서 온종일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후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TV를 시청하는 것이 직장인들의 거의 공통된 일과다.
퇴근한 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체육관으로 달려가 땀을 흘리거나 집주변을 돌며 산책을 즐기는 사람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일단 운동을 하면 개운한 느낌을 받게 되지만, 피곤하고 힘들다.
던스턴 박사는 연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에게 일상생활 중 앉아서 지내는 시간을 하루 한 시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원봉사자들이 내놓은 다양한 묘책 가운데에는 휴지통을 사무실의 반대쪽으로 옮겨놓는다거나 휴식시간에는 반드시 서서 커피를 마시고 전화를 받을 때에도 역시 의자에서 일어서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는 등의 아이디어가 포함되어 있었다. 회의를 아예 서서 하자는 다소 ‘과격한’ 제안도 나왔다.
던스턴 박사는 가끔씩 일어서서 몸을 움직이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좋다며 “꼭 들려주고 싶은 충고는 절대 운동을 중지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기적으로 운동을 한다 해도 앉아서 지내는 시간이 길면 수명단축 효과를 줄이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를 의식한 조언이다.
그녀는 “운동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다만 그 자체만으로는 앉은뱅이 타입의 생활습관이 초래하는 부작용을 씻어내기에 충분치 않다는 것 일뿐”이라고 말했다.
던스턴 박사는 “하루 30간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나머지 23.5시간을 보다 활동적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한 번 찬찬히 생각해 보라”고 권했다.
가급적 앉지 않고 지내는 아이디어를 찾아보라는 뜻이다.
“제 명을 오롯이 살고 싶다면, 움직여라.” 이것이 호주의 과학자들이 도달한 결론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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