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천안문)사태 때 덩샤오핑에게 학생데모를 무력으로 진압(1989년 6월)한 강경책이 잘못된 것이라고 용감하게 지적한 공산당 간부가 있었다. 후야오방(정치국 상무위원)과 시중쉰(당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다. 후야오방과 시중쉰은 결국 이 일로 인해 당 간부직에서 밀려났다. 두 사람을 제거해야 한다며 덩샤오핑에게 강경처벌을 요구한 사람은 당시 실세로 불린 보이보(정치국 상임위원)였다.
앞으로 중국을 이끌 시진핑(현 부주석)이 바로 덩샤오핑에게 바른 말을 하다가 쫓겨난 시중쉰의 아들이다. 그리고 요즘 부패 관료로 낙인찍혀 뉴스의 초점을 이루고 있는 보시라이(전 충칭시 당서기)가 후야오방과 시중쉰 축출에 앞장섰던 보이보의 아들이다. 얼마나 역설적인가. 중국 공산당의 내부 권력투쟁은 이미 덩샤오핑 시대부터 시작된 셈이다.
중국 공산당을 움직이고 있는 3개 세력은 태자당, 공청단, 상하이방이다. 태자당은 마우쩌둥과 함께 투쟁했던 고위 당 간부들의 자제들 그룹이다. 쉽게 말해 공산당 귀족들이다. 공청단(공산청년단)은 평민출신의 우수한 청년들이 자력으로 밑에서부터 올라가 간부가 된 그룹이다. 상하이방은 장쩌민이 중심이 된 상하이 세력이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전 충칭시 당서기 보시라이가 상하이파의 실세다. 상하이파의 부패와 안하무인 행동에 대해 참아오던 공청단의 불만이 보시라이 사건을 계기로 터진 셈이다.
시진핑은 후진타오가 선택해 후계자 서열에 오른 사람이 아니다. 주석인 후진타오는 리커창(현 부총리)을 자신의 후계자로 삼고 싶어 했지만 상하이방과 태자당의 세력에 눌려 할 수 없이 그들이 선택한 시진핑을 후계자 자리에 앉힐 수밖에 없었다. 상하이방의 우두머리는 장쩌민이었고 태자당의 리더는 후진타오와 실력이 맞먹는 쩡칭흥(당시 부주석)이었다.
후진타오는 공청단의 보스다. 그리고 총리인 원자바오와 부총리인 리커창도 공청단파다. 후진타오와 원자바오는 보시라이 사건을 계기로 상하이파가 없어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그러면 시진핑은 어느 파인가. 1세대 간부인 시중쉰의 아들이기 때문에 말할 것도 없이 태자당이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 시중쉰(당시 선전부장)은 문화혁명에 밀려 17년간이나 옥살이를 했고 시진핑도 이때 시골에 내려가 움막토굴에서 생활하는 등 고생했기 때문에 서민냄새가 몸에 배 누가 봐도 그는 태자당의 귀족자제들과는 다르다. 촌티가 물씬하다.
그는 겸손하며 원로들을 잘 받들기 때문에 어디가도 환영 받는다. 상하이 서기를 지낸 그는 상하이파와도 가까우며 그의 정치 대부 쩡칭흥도 태자당이며 상하이파다. 그런데 그가 주석이 되면 부패의 상징으로 되어있는 상하이파를 숙정해야 되는 입장에 있다. 왜냐하면 주석 후진타오와 총리 원자바오가 상하이파 수술을 주장하고 있는데다 앞으로 총리가 될 리커창도 후진타오의 노선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이 상하이파를 봐주면 공청단파의 비난을 받게 되며 이렇게 되면 태자당과 공청단의 충돌로 당에 대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지금 중국공산당 내부에는 부패가 너무 만연해 가만히 있다가는 국민이 개혁을 외치며 들고 일어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번 제18차 대표대회 연설에서 후진타오가 부정부패 척결을 중국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로 꼽은 것만 봐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시진핑은 고르바초프가 개혁을 추진하다 공산당 체제가 붕괴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개혁에 한계가 있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개혁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것이 시진핑의 진짜 고민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