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당일 선거결과를 예측하는 글을 쓴다는 것은 기자에게는 괴로운 일이다. 지금 이 원고를 마감한 후 4시간이면 당락의 결과가 밝혀질 텐데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글 쓰는 사람의 마음은 착잡하기 짝이 없다.
“누가 당선될 것으로 생각 하는가”라고 나에게 묻는다면 우물쭈물 하다가 “오바마가 당선될 것 같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누가 당선되어야 하는 가”라고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오바마가 당선되어야 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왜냐. 오바마는 롬니에 비해 앞을 내다보는 비전을 가졌기 때문이다. 반면 대기업의 CEO 출신인 롬니가 당선된다면 ‘미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될 것이다. 당장 눈앞에 놓인 문제해결은 롬니가 더 실력이 있어 보인다.
미국은 지난 10여년 간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치르느라 지칠 대로 지쳐있다. 막대한 전비 지출로 미국경제가 내실을 기하지 못해 휘청거리고 있다. 이대로 가면 역사학자 폴 케네디 교수의 ‘강대국의 흥망’ 이론에 미국이 본보기로 등장할 위기에 놓여있다. 강대국들은 결국 전쟁 때문에 국력을 소모해 내리막길을 걷는다는 것이 케네디교수의 강대국 흥망 이론이다. 미국은 지금 앞을 내다보는 지도자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미국의 전쟁을 응원하는 배후세력은 군수산업이다. 그런데 공화당이 군수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부시와 체니가 왜 이라크전쟁을 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는가. 부시집권의 후유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바마는 미국이 계속 전쟁에 말려들면 미국의 장래가 어떻게 된다는 것을 내다볼 줄 아는 지도자다. 두 전쟁 플러스 월가 파동 등 부시가 저질러 놓은 엄청난 경제 불황을 오바마가 4년 만에 회복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구나 세계 불황과 맞물려 있는 미국 경제를 어떻게 하루아침에 치료한단 말인가.
이번 대선은 비전의 대결이 아니라 인종대결이었다. 누구를 당선 시키느냐의 선거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오마바를 백악관에서 쫓아내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진 선거다. 오바마를 낙선 시키기 위해 백인 보수층이 전무후무하게 단결한 선거였다. 정책은 뒷전으로 밀린 감정 일색이었다. 지금 미국의 백인사회는 오바마 혐오로 가득 차있다.
대선과정에서 유세현장을 본 사람들은 가슴 섬뜩한 무엇을 느꼈을 것이다. 오바마의 유세현장에는 백인과 흑인, 히스패닉, 동양인이 골고루 섞여 있는데 롬니의 유세현장은 온통 백인들뿐이었다. 흑인은 찾아볼 길이 없다. 히스패닉도 드문드문 이고 오히려 동양인들이 가끔 눈에 뜨일 정도였다. 합참의장과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이 공화당원이면서 왜 오바마 지지를 선언 했는가. 선거 자체가 흑백의 대결로 성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백인들의 미움에도 불구하고 오바마가 당선된다면 이는 히스패닉 지지가 결정적 요인이다. 전통적으로 미국 선거는 백인(특히 시니어)들이 좌우해 왔다. 만약 롬니가 당선된다면 이는 미국 노인층의 절대지지(롬니와 오바마의 비율은 57대 39)와 기독교계(한인교회 포함)에 힘입은바 크다. 롬니의 두 아들이 한인교회 예배에 참석한 것이 좋은 예다. 그러나 백인의 단결에도 불구하고 롬니가 낙선한다면 이는 미국 정치판에 지진이 일어났음을 의미한다. 공화당은 앞으로 민주당의 히스패닉 표 대안으로 급팽창하는 동양인 커뮤니티(1,700만명)에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동양인 표는 항상 부동층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미국선거는 백인 표가 아니라 히스패닉과 동양인 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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