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는 부트 졸로키아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수의 고추들이 왕좌를 놓고 치열한 논리공방을 벌이고 있다.
단적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지난 2월 기네스북 편집자들은 영국 링컨셔에서 핫소스 기업을 운영하는 닉 우즈의 ‘인피니티 칠리(Infinity chili)’가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라고 발표했다. 이 고추는 피자에 뿌려먹는 타바스코 소스보다 250배나 더 맵다.
하지만 불과 2주 후, 기네스는 영국에서 개발된 교잡종 고추인 ‘나가 바이퍼(Naga Viper)’가 인피니티 칠리 보다 더 맵다고 정정했다.
바로 그 때부터 일이 복잡해졌다. 나가 바이퍼의 개발자인 잉글랜드 컴브리아 소재 칠리페퍼컴퍼니의 제럴드 폴러 사장에 따르면 이 고추는 유전자형이 다른 종을 인위적으로 교잡시키는 ‘타화수분’ 방식으로 개발됐다. 교잡에는 나가 모리치(Naga Morich), 트리니다드 스콜피온(Trinidad Scorpion), 그리고 기네스가 2006년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인정한 인도산 부트 졸로키아(Bhut Jolokia) 등 3종이 쓰였다.
당시 우즈와 폴러 사장은 각각 자신의 고추를 영국 워릭대학 원예연구센터에 보내 매운맛의 강도를 실험케 했고 그 결과가 기네스에 전달됐는데 나가 바이퍼의 매운맛이 맵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할라피뇨 고추의 약 25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고추전문가들이 이 측정결과에 강력히 반발했다.
샌디에이고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짐 뒤피는 진위가 명확치 않은 품종에 세계 최고 타이틀을 줬다며 기네스를 비난하고 있다. 그는 특히 폴러가 단시간에 그런 고추를 개발했다는 점에도 의구심을 제기한다. “마치 동화 같아요. 폴러의 설명은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거든요. 두 품종을 타화수분시켜 신품종을 만드는 데에만 최소 5년은 걸립니다. 3종을 썼다면 10~12년은 걸릴 겁니다.”
잡지 ‘칠리 페퍼’의 창립자이자 35권의 고추 관련 서적을 냈으며 뉴멕시코주립대학의 겸임교수이기도 한 데이브 드위트 역시 기네스의 발표를 인정치 않는다.
드위트는 실험결과가 인정받으려면 최소 두 곳 이상의 연구실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피력한다. “단 한 번의 실험으로는 종 전체가 아닌 실험에 쓰인 그 고추 하나의 매운맛을 알 수 있는 게 거의 전부예요. 세계 최고의 매운 고추를 가리려면 수차례 실험을 반복해야 합니다.”
최근 논란은 더 깊어졌다. 호주인 마르셀 더 위트가 트리니다드 스콜피온을 개량, 146만3,700 스코빌(SHU)의 ‘버치 T(Butch T)’ 고추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는 나가 바이퍼를 능가하는 강도의 매운맛이며 현재 ‘스콜피온 스트라이크’라는 핫소스로 개발, 판매되고 있다.
<파퓰러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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