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디 맥나론이 앨라배마 헌츠빌 소재 성인용품점 플레저스의 드라이브-스루 창구 매니저인 가브리엘레 실바에게 신분증을 제시하고 있다.
가브리엘레 실바는 주문받은 물건을 플랙스틱 봉지에 한가득 집어넣어 차 안에 앉아 기다리는 커플에게 건네준다.“감사합니다. 무료 콘돔도 같이 넣었습니다” 실바의 경쾌한 마무리 멘트에 커플은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앨라배마의 북부 도시인 헌츠빌의 한 드라이브-스루(drive-thru) 창구에서 판매하는 물품은 햄버거나 처방전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로맨스’ 점포를 자처하는‘플레저스’(Pleasures)의 고객은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해 남의 눈을 의식할 필요 없이 원하는 성인용품을 마음대로 구입할 수 있다.
‘섹스-토이 판매금지’ 주법과 투쟁끝에 겨우 문열어
“남의 눈 의식 않고 구매” 늘 차량 서너대 줄이어
성상담 클리닉도 운영… 고객 불만·고발 사례 전무
불경기 속에서도 플레저스의 영업실적은 꽤 괜찮은 편이다. 바이브레이터, 루브리컨트, 란제리 등을 구입하기 위해 드라이브-스루에 세대 이상의 차량이 줄지어 대기하곤 한다.
이곳의 종업원인 토니 케네디는 “추운 날이나 비오는 날 밤에 특히 장사가 잘 된다”며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면서 쉽고 편리하게 성인용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업소의 최대 장점”이라고 소개한다.
성인용 노리개를 사고 싶어도 남들의 눈 때문에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 소심한 남녀에게 플레저스의 드라이브-스루는 ‘쪽팔림을 최소화하면서 원초적 샤핑’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하지만 바이블 벨트(Bible Belt)에 속한 남부의 도시에 성인용 장난감 가게가 자리를 잡기까지의 과정이 그리 평탄치만은 않았다.
플레저스의 소유주인 플로리다의 여성 사업가 셰리 윌리엄스는 전국에서 가장 엄격하다는 앨라배마의 음란물 규제법에 맞서 10년 가까이 법정투쟁을 벌여야 했다.
앨라배마 주의회가 1998년 새로운 법을 제정, 성적 자극을 목적으로 하는 상품의 판매를 금지시키자 테니시 밸리에서 두 개의 섹스-토이 매장을 운영 중이던 셰리는 ‘쪽박’ 찰 각오로 법정에서 승부를 가리거나 일찌감치 가게 문을 닫고 규제의 강도가 비교적 낮은 다른 주로 사업체를 옮겨가는 방법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셰리는 전자를 택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지원을 약속한 것이 힘이 됐다.
1차전은 셰리의 승리로 끝났다. 사건을 담당한 연방 판사는 1999년 “섹스-토이 판금법은 법리적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며 셰리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주정부는 연방 지법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결국 연방 고등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끌어냈다. 이어 2007년 연방 대법원이 이 사안에 대한 심리를 기각함에 따라 셰리의 패소가 확정됐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섹스-토이 판금법은 효력이 정지됐고 셰리는 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지만 주 정부의 승리로 소송이 마감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10년 만에 빛을 본 앨라배마의 관련법은 날카롭기가 서릿발 같았다. 이 법은 금지된 ‘성인용품’을 팔다 처음 적발된 업주를 최고 1만달러의 벌금형과 1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에도 엉뚱한 허점이 있었다.
“의료, 과학, 교육, 입법, 사법 혹은 법 집행과 관련된 목적으로 섹스-토이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판매가 가능하다”는 단서조항이 그것이다. 셰리가 쾌재를 부른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앨라배마에서 섹스-토이를 구입하려는 고객은 열 가지 문항이 담긴 질문지에 답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기입할 필요가 없으니 ‘눈 가리고 아웅’식의 요식절차에 불과하다.
질문지에는 커플 가운데 어느 한쪽이 성적 이행에 어려움이 있는지를 묻는 항목이 있다. 이것이 핵심 질문이다. 여기에 체크를 하면 된다. 당국의 규제를 피해 가는데 필요한 업소 측의 예방조치다.
셰리는 지난 2010년 11월 번잡한 네거리에 위치한 전 은행건물을 개조해 플레저스 매장을 확장했다. 1993년 테네시 밸리에 처음으로 섹스-토이 가게를 오픈한 뒤 두 번째 확장이다. 셰리는 헌츠빌 인근의 디캐터에도 소형 매장을 갖고 있다.
플레저스의 매니저인 실바는 은행 텔러들이 운영하던 드라이브-스루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아까워 이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패스트푸드 식당과 마찬가지로 드라이-스루의 바깥쪽 전광판에는 이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의 이름과 가격이 적혀 있다. “기능향상 한방제 1회분 8달러”라는 식이다. 셰리는 전국에서 성인용품 드라이브-스루는 플레저스 단 한 곳뿐이라고 믿는다.
드라이브-스루 이용객들이 찾는 성인용품은 다양하다. 한 여성은 회전과 진동기능을 지닌 고무기구를 원했다. 그런가하면 한 커플은 타운을 관통하는 유니버시티 드라이브를 지나다 밤하늘에 깜빡이는 무료 콘돔 광고를 보고 들렀다고 했다.
플레저스에서 불과 몇 야드 떨어진 반대편에는 맥도널드가 자리 잡고 있다. 플레저스의 드라이브-스루에서도 프렌치 프라이스와 버거를 만드느라 분주한 맥도널드 종업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플레저스의 외관은 제법 기품이 있다. 벽돌로 지은 건물에 단정히 손질된 관목들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실내는 환하고 벽면은 왕궁을 연상시키는 로열 퍼플색의 벽지로 덮여 있다. 물론 밖에서는 가게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다.
분위기는 가볍다. 선반에 가득 찬 고무와 플래스틱 노리개를 구경하는 고객들의 낄낄대는 웃음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그러나 그렇게 가볍기만 한 장사는 아니다.
플레저스에서 2년 반을 근무한 사만사 토드는 “파경을 막기 위해 무언가 필요하다”고 하소연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해 준다. 가게에 찾아와 울음을 터뜨리는 고객을 본 적도 있다.
이처럼 필사적인 손님들에게 성 상담을 제공하기 위해 플레저스는 부속 클리닉을 열었다.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섹스 지침서와 비디오, 잡지 등도 판매한다.
플레저스를 이용하는 주된 고객은 인근 레드스톤 아스널 기지의 군인 가족과 미항공우주국(NASA) 산하 마셜 우주비행센터의 근로자들이다.
플레저스 매장 안으로 들어가거나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하는 고객은 직원에게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18세 미만은 출입이 금지된다.
경찰은 이제까지 플레저스에 대한 불만이나 고발이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며 다른 점포들에 비해 특별히 더 신경을 쓸 필요도 없고, 쓰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음란물 단속 강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뉴욕의 한 비영리기관은 정부 당국자들이 플레저스처럼 섹스-토이를 판매하는 업체들을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모랠리티 인 미디어’ 회장인 로버트 피터스 주니어는 “이런 업소들은 서서히 번져가는 암적인 존재인데도 경찰이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1960년대부터 음란업소들과 숱한 싸움을 벌였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셰리는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코웃음을 친다. 그녀는 “우리 점포와 드라이브-스루는 성 생활에 약간의 자극을 추가하고 싶어 하는 개인과 커플의 욕구에 봉사한다”며 “경찰은 우리에게 신경을 쓸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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