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주재 미국 영사관 피습 사건의 이면에는 현지의 안보 위협에 대한 미국 측의 오판이 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 국무부와 대테러 부처 당국자들을 인용해 지난 6월 벵가지 영사관에서 근무하던 리비아인 경비원들이 건물 바깥에서 발생한 소규모 폭탄테러에 아주 훌륭하게 대처했는데 이를 계기로 미국 당국은 현지 외교관들의 신변이 별로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는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를 포함해 미국 외교관 4명이 살해되기 이전 몇 주 동안 테러 우려가 가중됐음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실수로 이어졌다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리비아 영사관에서 근무했던 익명의 당국자는 "6월 테러가 발생했을 때 현지인 경비원들이 워낙 잘 대처했는데 이 때문에 우리 눈이 멀게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당국은 지난 4월 특수부대 요원들을 벵가지 영사관에 배치해 전반적인 보안 상황을 점검하도록 했고 이들의 권고에 따라 방어와 훈련 등의 대비 태세를 더욱 강화했다.
이런 사실이 새롭게 드러남에 따라 피습 사건 직전의 안보 상황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될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피습 당시 영사관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누가 책임을 져야 하며 스티븐스 대사가 어떻게 혼자 남게 됐는지 등에 대한 속 시원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는 가운에 미국 정치권은 당시 `안보 공백’이 있었던 것 아니냐며 백악관과 국무부를 몰아붙이고 있다.
피습 당시 영사관의 무장 경비원은 미국인 4명과 리비아인 3명 밖에 없었다.
스티븐스 대사한테서 멀리 떨어져 있던 경호원은 대사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총탄이 쏟아지는 영사관 구내를 달리다가 사망했고 혼자 있던 스티븐스 대사는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영사관 피습 사건을 둘러싼 공화당 측의 공세는 대선을 앞두고 외교 안보 분야에 대한 오바마의 역량 부족을 부각하려는 움직임으로 이해되고 있다.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겨뤘던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지난달 30일 CNN 방송에 출연해 "(테러 가능성의) 경고가 계속 있었다"고 거듭 공격했다.
타임스는 영사관을 습격한 무리가 1차 공격 이후 3시간 만에 본관에서 800m 떨어진 부속 건물에 대대적으로 박격포 공격을 가한 것은 테러 위협에 대한 오판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공격으로 영사관을 지키던 전직 네이비실 요원 2명이 사망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지난달 27일 성명에서 "리비아 영사관 피습 사건은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테러 공격이었다"고 규정하면서 "피습 직후에는 카이로 대사관에서 발생한 시위에 뒤이은 사태라고 판단했으나 추가 입수된 정보를 통해 초기 평가를 수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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