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과 터키, 오리 등 가금류와 소, 돼지 등 가축의 성장촉진을 위해 농장과 목장에서는 매년 엄청난 양의 항생제가 사용되지만 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우리의 식탁은 안전한가? 정부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전혀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항생제다. 닭과 터키, 오리 등 가금류와 소, 돼지 등 가축의 성장촉진을 위해 농장과 목장에서는 매년 엄청난 양의 항생제가 사용된다. 연방식품의약국(FDA)이 2010년 공개한 자료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항생제의 80%가 인간이 아닌 가축에게 투여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보여준다. 항생제 대량 투여가 심각한 건강문제가 되는 이유는 세균에 내성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어느 가축에 얼마나 투여했나 보고할 의무 없어
항생제 내성‘독종 세균’ 10배나 늘어도 속수무책
사육업계 막강 로비력으로 규제 시도 매번 무력화
미국 식탁에 가장 자주 오르는 육류인 닭 가슴에서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세균이 대량으로 검출됐다는 것 자체는 이제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그보다 항생제가 통하지 않는 ‘독종 세균’의 검출량이 10배가 늘어났다는 것이 문제다.
이 정도면 정부와 감독당국, 연구기관 등이 대책마련을 위해 불난리를 피울 만도 한데 실제상황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정부는 이런 사실이 널리 알려질까 전전긍긍하는 태도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연구하는데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요소가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바로 확실한 자료다.
미국에서 팔리는 닭, 돼지, 소 등 육류용 가축에 전체 항생제의 80%가 투여되지만 생산자들에게는 이들을 어떤 가축에, 얼마나, 어떻게 투입했는지 보고할 의무가 없다.
이로 인한 정보 결여는 동물에 대한 정기적 항생제 투여와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의 인체감염 사이의 정확한 연결 관계규명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이 둘을 연결하는 압도적인 역학적 증거가 이미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연방식품의약국(FDA)도 이미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인정했다. 그러나 추가 연구는 과학적 용도로는 유용할지 몰라도 정책 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필요치 않다는 입장을 취했다.
물론 가축 사육업자들은 둘이 절대 연결된 사안이 아니라고 우긴다.
과학자들은 자료 부족과 자료 수집의 어려움으로 인해 막강하기 그지없는 가축 사육업자들과 도무지 승산이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존스 홉킨스 센터 리버블 퓨처의 환경건강 과학자 키브 나크만은 “가축 사육업자들의 주장이 거짓임을 입증해 줄 구체적 자료를 입수할 수 없으니 우리는 아예 한 팔이 뒤로 묶인 채 무시무시한 공중건강 위기와 맞서는 꼴”이라고 말했다.
항생제는 현대의학이 보유한 최대 자산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항생제의 남용으로 약효가 크게 떨어졌다고 말한다. 인체감염을 막고 가축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항생제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한 것이 결국 사단을 냈다는 지적이다.
그 원인이 무엇이건 내성 박테리아는 공중위생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험이다.
밴더빌트 대학 소아 전염성질환과의 임상실험 서비스 디렉터 세실리아 디 펜티마 박사는 페니실린 정제만으로 간단히 치료되던 일부 일상적 감염도 이제는 병원에 입원해 점적주사로 항생제를 정맥 내로 주입해야만 겨우 효과를 볼 수 있을 정도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플로리다대 신생병원균 연구소의 원장 글렌 모리스 박사도 “감염성 질환에서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최대문제는 항생제에 대한 급속한 내성 증가”라고 밝혔다. 그는 항생제에 대한 빠른 내성 증가는 동물 주입량이 늘어난 것과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 감독기관인 FDA는 ‘가끔씩’ 식용 가축에 대한 항생제 사용규제를 시도해 왔다.
가장 최근 FDA는 폐렴, 패혈성 인두염, 요도관 감염을 치료하는 항생제의 일종인 세팔로스포린(cephalosporins) 사용을 제안했다.
그러나 FDA는 농장과 목장주들을 겨냥해 칼을 휘두르기를 극히 꺼려한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의식이 작용한 탓이다.
1997년, FDA는 일부 항생제의 농업용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가 혼쭐이 난 경험이 있다.
연방 상원과 하원의 세출위원회가 이익집단의 로비에 밀려 항생제의 농업용 사용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FDA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예산지출을 관장하는 세출위원회의 심사를 건드려 좋을 것이 없다.
인체에 투여되는 항생제는 방대한 헬스케어 시스템의 기반시설을 통해 모니터가 되지만 가축의 경우엔 이런 감시 장치가 따로 없다.
더구나 많은 항생제들은 사료 공급업자들을 통해 자유롭게 판매된다. FDA는 최소한 이것만이라도 막아보려 노력중이다.
지난 4월 FDA는 가축 성장촉진을 위해 사용하는 일부 항생제를 불허하고 육류와 가금류 생산업체들에게 특정 항생제 사용에 앞서 처방전을 받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안을 마련, 의견수렴 절차를 마쳤다.
FDA는 자료만 충분하다면 가축 항생제 사용을 더욱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다고 아쉬워한다.
그나마 육류와 가금류가 옮기는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가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는 보고서가 매년 나오긴 하지만 샘플 규모가 너무 작아 과학자들은 “신뢰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닭 가슴살에서 5개 등급의 항생제로 치료가 안 되는 내성 박테리아가 극적인 증가세를 보였다는 자료는 불과 171개의 샘플을 바탕으로 작성된다. 반면 매년 미국에서 식품으로 판매되는 가금은 무려 80억마리에 달한다.
규제책임과 권한이 갈가리 찢어져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약품 규제는 식품의약국(FDA) 관할이다. 그러나 농업과 관련된 이슈는 연방 농부무의 권한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 역시 일부 규제권을 행사한다. 한마디로 확실한 주무부서가 없다. 그러다보니 감독과 규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업계는 항생제 남용을 감시할 제도적 장치는 완벽하다고 강변한다.
‘미 가금류 및 계란협회’의 리서치 프로그램 디렉터인 존 글리슨은 모든 사료업체들이 구체적인 항생제 사용 내역을 기록으로 남겨둔다고 강조하고 “FDA는 임의대로 이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FDA 실무책임자들은 “현실적으로 자료 접근이 힘들다”고 반박했다. 말 그대로 자료를 들여다 볼 수 있을 뿐 이를 수집하거나 공표하지 못한다. 사용 불가능한 자료인 셈이다.
이보다 한술 더 떠 전국 양돈업위원회는 지난 7월 항생제 처방에 관한 보고서 제출 의무를 폐기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업계가 막강한 로비력을 앞세워 이처럼 기세등등하게 나오는 터라 담당자들은 기존 규정의 준수여부를 점검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담당자들은 도살장이나 매장을 찾아다니며 샘플을 구해 잔류 항생제를 검사한다. 정상적인 사전 모니터링은 꿈같은 얘기다.
퓨 채리터블 트러스츠의 역학전문가 게일 한센은 “모든 육류업자들이 법을 따른다고 합창을 하지만 우리로선 사실여부를 가려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FDA 수의학센터 과학정책 부국장인 윌리엄 플린 박사는 “특정 항생제의 경우 처방전을 의무화하는 것만 해도 대단히 중요한 정책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