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음악 레슨을 받게 되면 다양한 범주의 청각기능이 강화된다. 지난달 발표된 논문은 레슨을 중단한 후에도 기능 개선 효과가 오랫동안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음악 레슨이 뇌에 변화를 가져오고 이로 인한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기 음악교육은 장기적인 청각기능 개선효과를 낸다. 피아노, 바이얼린, 플룻 등 어떤 악기건 상관이 없다. 어릴 적부터 음악 레슨을 받게 되면 다양한 범주의 청각기능이 강화된다. 최근에 나온 일련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음악을 계속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혜택은 평생 지속된다. 그러나 지난달 발표된 논문은 레슨을 중단한 후에도 기능 개선 효과가 오랫동안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음악 레슨이 뇌에 변화를 가져오고 이로 인한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의력·기억력 향상 시켜 학습능력 개선뿐만 아니라
레슨 중단 후에도 잡음 속 소리 식별능력 장기간 지속
“아동들에게 강제훈련보다 음악자체를 즐기도록 해야”
노스웨스턴 대 연구진이 대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소리가 뒤섞인 ‘복합음’을 들려주고 여기에 반응하는 뇌파를 기록한 후 이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끌어낸 결론이다.
실험과정에서 어린시절 음악교육을 받은 학생 그룹이 음의 고저와 같은 소리의 본질적인 요소를 훨씬 잘 알아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소리를 식별하는 능력이 음악교육을 받지 않은 대학생들에 비해 우수하다는 얘기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수년전 음악 레슨을 중단한 학생들에게서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어린 시절의 음악 교육과 언어기반 학습 사이의 연결고리를 풀어내려 애쓰고 있다. 음악교육과 언어교육 사이의 연관성은 무엇인지, 확실한 연결관계가 있다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 연결방식을 밝혀내는 게 이들의 목표다.
어쨌거나 최근에 나온 일련의 연구 결과들은 악기를 익힐 경우 일부 예기치 못했던 혜택(benefit)을 누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여기서 말하는 혜택이란 ‘모차르트 효과’와는 다르다. 고전음악을 들으면 시험성적이 올라간다는 게 모차르트 효과다.
그러나 음악 레슨의 혜택은 그저 고전음악을 듣기만 하면 되는 수동적인 ‘모차르트 효과’와 달리 적극적인 참여와 훈련의 결과물로 얻어진다.
음악 훈련은 음의 고저, 타이밍, 음색 등 소리의 구성 요인을 인식하는 뇌의 능력을 개선한다.
말과 글을 터득하려면 훌륭한 ‘작업기억’(working memory)을 필요로 한다. 머릿속에 저장해둔 기억을 동원해 말소리에 끼어든 애매한 점을 제거하고 음과 뜻을 연결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노스웨스턴대 청각 신경과학연구소의 디렉터인 니나 크라우스 교수의 지적대로 말과 글을 깨우친다는 건 간단한 듯 해도 이처럼 대단한 일이다.
크라우스 박사는 악기 배우기에 본격적으로 빠져들면 잡소리를 제거하고 소리와 뜻을 연결 짓는 작업능력이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온갖 잡음으로 시끌벅적한 가운데 소리의 미묘한 음질을 알아채는 능력은 말과 글을 배우려는 아이들뿐 아니라 청력이 약해져가는 노인들에게도 대단히 중요하다.
계속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비음악인과 마찬가지로 나이든 음악인들의 청력과 귀의 신경기능이 나이가 들수록 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음악인들은 나이가 든 후에도 시끄러운 환경이나 배경음 속에서 말소리를 이해하도록 돕는 뇌의 기능, 즉 중앙 청각처리 기능을 그대로 유지한다. 음악교육을 받은 경우 귀로 소리를 듣는 청각은 떨어져도 뇌로 전달된 소리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기능은 악화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토론도 소재 로트만 연구소의 부원장 클로드 알레인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떠들어대는 이른바 ‘칵테일 파티’의 잡음 속에서 어린시절 음악레슨을 받은 적이 있는 노인들이 말소리를 훨씬 잘 알아듣는다며 이는 “청각 시스템이 아니라 뇌기능의 문제”라고 밝혔다.
‘절대음감’과 음악 레슨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내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절대음감이란 어떤 음을 듣고 그 고유의 음높이(절대음고)를 즉석에서 판별할 수 있는 청각능력이다.
예컨대 피아노로 도, 레, 미, 파, 솔, 라, 시의 7음계 가운데 어느 한 음을 치건 절대음감을 지닌 사람은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한다.
UC 샌프란시스코의 소아학 교수인 제인 기시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절대음감에서 타고난 유전적 요인과 조기 음악교육에 따른 후천적 영향을 분별하는 까다로운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다시 말해 절대음감이 유전적인 요소와 후천적 훈련의 합작물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는 작업이다.
기시어 박사는 “우리의 첫 번째 과제는 인간의 유전자 지도 가운데 개인에게 절대음감을 성향을 부여하는 이종 유전자(variant)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시어 박사는 “이런 이종 유전자를 지닌 사람이 조기 음악교육에 노출될 때 절대음감이 드러난다는 가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제까지의 조사 결과 확실한 절대음감을 지닌 사람들은 어린시절 예외 없이 음악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크라우스 박사의 연구에 참여한 박사후보 알렉산드라 바베리-클라크는 프랑스 음악 영재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음악이 이들의 학습 능력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전문 피아니스트 훈련을 받은 알렉산드라는 도대체 음악이 뇌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주는 것인지 궁금증이 들어 대학원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녀는 “세 살이나 네 살 된 아이들을 모아 음악을 주의 깊게 듣도록 가르치면 청각기능뿐 아니라 기억력과 주의력이 향상돼 전반적인 학습능력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구실 동료들과 함께 소리를 포착하는 뇌의 전기파를 컴퓨터에 기록해 분석중인 알렉산드라는 음악교육을 받은 사람의 뇌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뇌와 소리에 대해 상이하면서도 더욱 강력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대부분 전문적인 음악교육을 받았던 이 분야의 연구원들은 뇌의 가소성과 음악 레슨이 뇌파에 미치는 영향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환경과 학습에 의해 뇌가 더욱 유연하고 강해진다는 것이 뇌의 가소성 이론이다.
음악 교육이 뇌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은 정설로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연구원들은 이를 적용하는 단 하나의 ‘최상의 방법’은 없다고 강조한다. 다른 악기, 다른 교육법, 다른 훈련방식 가운데 어떤 것이 어린이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것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음악 레슨을 받는 것이 좋다고 해서 무작정 교육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알렉산드라는 “음악을 인지기능을 개선시키기 위한 도구로 여기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음악은 위대하고, 환상적이며, 사회적이다. 아이들에게 음악 자체를 즐기게 하라”는 게 그녀의 조언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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