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선거 유세에서 ‘북한’을 거론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좀체 없던 일이다.
롬니 후보가 외교ㆍ안보 부문에 취약한데다 미국의 장기 침체에 불만이 많은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들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실정(失政)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동 일부 국가의 무장 세력이 미국 외교 시설을 잇따라 공격하고 이슬람권의 반미(反美) 시위가 확산하는 등 외교 문제가 핫 이슈로 떠오르자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표적으로 삼으면서 ‘북한’을 언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롬니 후보는 25일과 27일(이상 현지시간) 북한을 거듭 입에 올렸다.
그는 27일 버지니아주 스프링필드에서 퇴역 군인들을 상대로 한 선거 유세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국방 예산 삭감 계획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10년에 걸쳐 1조달러의 방위비를 감축하는 것이 경제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논리다.
롬니 후보는 이 계획이 내년 1월2일 발효되면 버지니아에서만 13만6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제 관계에서 위험한 순간이 오면 미국이 취약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는 안전한 곳이 아니다. 아직 위험하다. 세상을 둘러보라"면서 북한을 거론했다.
롬니 후보는 "북한을 보라. 그들은 핵 능력을 계속 개발ㆍ발전시킬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 이란, 이집트,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의 문제도 짚었다.
그러면서 "세계는 아직 분쟁이 잦고 위험한데 1조달러의 국방 예산을 깎겠다는 생각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라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를 막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계획이 실행되면 20만~30만명의 현역병이 줄지만 자신은 10만명의 병사를 더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평화는 국방력에서 나온다’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격언도 인용했다.
롬니 후보는 지난 25일에는 미국 뉴욕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주관한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CGI)에서 한 국가의 경제적 성패 요인을 설명하면서 그 사례로 한국과 북한을 맞대놓고 거론했다.
한 나라가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문화나 지정학적 위치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한반도에서는 정치적 시스템이 빈부를 갈랐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과 한국을 생각해보라. 이 두 나라의 핵심 차이점은 지정학이 아니다. 성공한 국가는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자유 기업을 장려한다"고 설명했다.
롬니 후보가 앞서 북한을 입에 올린 것은 8월 말 오하이오주 델라웨어 카운티에서 한 유세가 거의 유일하다.
당시 ‘미국의 꿈’(American dream)을 강조하다 꿈과 자유가 없는 국가의 사례로 북한을 지목한 것이다.
그는 "북한에는 꿈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 거기 사는 사람들의 꿈은 거기서 빠져나오는 게 전부"라며 "쿠바에도 꿈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고 미국에 있는 친척을 통해 미국으로 오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롬니 후보는 그러나 ‘북한’을 단골 소재로 삼기는 있지만 북핵이나 탈북자, 북한 인권, 북한 기아 등에 대한 해법 등은 거의 제시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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