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각종 보도를 보면 미국의 주택 시장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바야흐로 새로운 호황기를 맞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맞다. 주택 시장은 지금 다시 살아나고 있다. 거래 량이 늘고 있고, 가격도 오름세에 있다. 그런데 집을 팔거나 사거나 하는 시장 참여 결정을 내릴 때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지역의 상황이다. 주택 시장은 지역마다 상황이 다른 로컬 마켓(local market)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에 관해 본다.
미국은 원체 넓고 다양한 나라라서 무엇이든 전국적으로 같은 현상이 같은 양상으로 전개되는 일은 흔치 않다. 어떤 분야든 지방마다 주어진 상황과 벌어지는 현상이 다를 수 있는 그런 사회이다. 이러한 로컬 마켓의 특징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분야 중 하나가 주택 시장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집 값이 떨어져도 또 다른 지역에서는 값이 여전히 올라가는 곳이 미국이다. 같은 지방에서도 타운마다, 동네마다, 시장 상황이 다 다르다. 따라서, 내 지방의 시장 상황을 정확히 알고 판단에 임할 필요가 있다.
거래량이 늘고 값도 오르고 있다는 작금의 주택 시장 상황은 다분히 전국의 평균적인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화요일(09/25/2012)에 발표된 연방 주택금융청(FHFA)의 주택 가격 조사 자료를 보면, 미국의 집 값은 금년 7월 한 달 간 0.2% 올랐고, 작년 8월 1일부터 금년 7월 31일까지의 1년 동안 3.7% 올랐다. 그런데 이는 전국 어디나 다 그렇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실제로 미 전국을 9개로 나눈 인구조사 권역(Census Division)별로 지난 7월 한 달 간의 FHFA 주택 가격 추이를 보면, 5개 권역에서만 값이 올랐고, 4개 권역에서는 내렸다. 지난 7월말까지의 1년간에도 7개 권역에서는 값이 올랐지만, 2개 지역에서는 내린 것으로 나온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금년 7월 한 달간 값이 오른 곳은 태평양 권역(Pacific: Hawaii, Alaska, Washington, Oregon, California), 로키산맥 권역(Mountain: Montana, Idaho, Wyoming, Nevada, Utah, Colorado, Arizona, New Mexico), 서북중앙 권역(West North Central: North Dakota, South Dakota, Minnesota, Nebraska, Iowa, Kansas, Missouri), 서남중앙 권역(West South Central: Oklahoma, Arkansas, Texas, Louisiana), 동북중앙 권역(East North Central: Michigan, Wisconsin, Illinois, Indiana, Ohio)이고, 나머지 동남중앙 권역(East South Central: Kentucky, Tennessee, Mississippi, Alabama), 뉴잉글랜드 권역(New England: Maine, New Hampshire, Vermont, Massachusetts, Rhode Island, Connecticut), 중부대서양 권역(Middle Atlantic: New York, New Jersey, Pennsylvania), 남부대서양 권역(South Atlantic: Delaware Maryland, District of Columbia, Virginia, West Virginia, North Carolina, South Carolina, Georgia, Florida)에서는 값이 내렸다. 또 뉴잉글랜드 권역과 중부대서양 권역은 지난 7월말까지의 1년간에도 가격이 내린 것으로 나온다.
필라델피아 인근 주들(펜실베이니아, 뉴저지, 델라웨어)의 엄연한 현실은 아직 집 값 상승을 얘기하기에는 이르다는 말이다. 거래 자료를 보면, 거래량은 확실히 늘었다. 카운티마다, 시/타운십/버로마다, 동네마다 다르지만,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작년에 비해 10% 내지 20% 늘었다. 그러나 가격 상승은 아직 현실이 아니다.
우리 지역의 이러한 시장 상황을 알고 보면, 집을 내놓을 때, 아직은 값에 욕심을 부릴 때가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거래가 활발해져서 팔릴 가능성은 커졌지만, 그것은 값을 현 수준에서 부를 때의 얘기라는 말이다. 값이 조금이라도 높다 싶으면 안 팔릴 것이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아직 가격 상승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반면, 골라 살 수 있는 여지가 전만큼 크지 않음을 알 필요가 있다. 이렇게 1-2년 지나다 보면, 우리 지역에서도 값이 눈에 띄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상묵 (610-348-9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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