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필고사 신뢰성 의문 속 이미 25개주 의무화
만 5세인 유치원생에게 SAT 같은 전국 단위의 표준화된 학력평가시험을 치르게 하는 게 과연 타당한가.
미국에서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표준화 시험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찬반 양측에서 제시하는 논점도 제각각이다.
찬성론자의 경우 전체적인 학력 증진에 필요하다는 주장부터 유치원 교사의 근무 평정에 필요하다는 주장, 나아가 정부 예산으로 학력증진 계획이 추진되는 만큼 성적 측정이 납세자의 권리라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반대론 측에서도 유치원생들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준다는 주장부터 시험이라는 측정 형식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관점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네소타주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카리 크누트슨은 지난주 담당 원생 23명에 대해 컴퓨터를 통해 이뤄지는 문자해독능력 시험을 치렀다.
컴퓨터를 통해 나오는 음성에 따라 마우스를 움직여 그림으로 표시된 정답을 찾는 형식이었지만 도중에 시험을 포기하는 원생도 있었고, 일부 원생은 아예 마우스 작동법조차 몰랐다.
크누트슨은 유치원생이 형식화된 시험을 치르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각 원생으로부터 숨겨진 장점이나 예상치 못했던 약점을 찾아내는 효과는 있다고 말했다.
아동발달연구기관 에릭슨 인스티튜트의 새뮤얼 마이젤 대표는 유아를 평가하려면 정해진 정답을 찾는 형태의 시험 대신 교사가 장기간에 걸쳐 대상 아동을 관찰한 뒤 장단점을 기록해 표준 항목과 비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이젤 대표는 그러나 관찰 형태의 평가에는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우려가 항상 제기된다며, 모든 업무에 점점 더 많은 자료를 요구하는 현 사회에서 관찰 평가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개탄했다.
유아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표준화 시험은 1980년대에 몇몇 주에서 이미 시행됐다.
당시에도 아동발달 전문가들이 공정성이나 시험 자체의 신뢰성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면서 유아 평가는 유야무야된 바 있다.
정부의 학력 증진 정책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낙제학생방지법(NCLB)이 시행되면서 초등학생들의 학력을 높이는 방편으로 유치원생에 대한 평가가 시행됐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특히 2011년 조기교육 진흥에 정부 예산 5억 달러가 투입됐고, 모든 유치원생에게 표준화 시험을 보게 하는 경우 예산 배정에 가산점이 주어지면서 유치원생을 시험으로 내모는 일이 빈번해졌다고 이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 속에서도 이미 25개 주에서 유치원생에 대한 표준화 고사는 의무화돼 있다.
이중 조지아나 메릴랜드 등 10여 개 주에서는 인지능력뿐 아니라 사회성, 감성, 육체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다른 주에서는 대개 읽기나 수학 등 일부 과목에 한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시험 형식으로는 아이오와 기초능력시험(ITBS)처럼 약 1시간 동안 다지선답(多支選答)형 문제들을 풀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교사와 어린이가 일대일로 진행하면서 ‘한 발로 10초 동안 서면서 30까지 셀 것’ 같은 요구를 하는 ‘브리건스 평가법’도 일부에서 적용되고 있다.
미국 대학입학학력고사(ACT)를 주관하는 ACT사(社)는 8세 미만 어린이에 대해서도 대학수학 또는 직무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해 평가하는 시험 제도의 도입을 "우선 순위의 상위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폴 위크스 시험개발담당 부사장은 유치원생에게 표준화 시험을 보게 하는 것과 관련해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슈퍼 영웅으로 키우려는 게 아니냐며 비판적 시각을 보이면서도, 교육 과정을 제대로 따라오지 못할 학생을 가려내는 것은 저학년에서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덴버<美콜로라도주>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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