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70대 한인 남성이 전 부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본보 18일자 보도)에 이어 이번에는 60대 한인 남편이 부부싸움 끝에 부인을 숨지게 하는 참극이 또 다시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이처럼 한인 노년층 가정 내 불화가 부부 간 신체적 위협과 폭행을 넘어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면서 한인 이민사회에서의‘황혼 갈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오랜 기간 눌려왔던 심적·경제적 문제 한순간에
일부 재혼 노인커플 금전갈등 극단적 표출되기도
■잇따르는 참극
지난 22일 올해 68세의 한인 신모씨가 살인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자신의 부인을 살해했다며 경찰에 자수를 해온 것이다.
인디애나주 컴버랜드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지난 21일 자정께 부인 신모(57)씨와 심한 다툼을 벌이던 중 아내를 둔기로 내리쳐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씨는 다음날 오전 11시께 집 근처의 주유소에서 매리언 카운티 셰리프국 소속 경관에게 다가가 “내가 아내를 죽였다”고 털어놓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신씨의 자수에 따라 급히 그의 집을 조사한 경찰은 이미 숨진 부인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자수한 신씨의 몸에서 부부싸움의 흔적으로 보이는 상처와 손목에 긁힌 자국이 발견됨에 따라 신씨가 부부싸움을 벌이던 도중 홧김에 부인을 살해했으며, 이후 자살하려 했다가 실패하자 자수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LA 한인타운에서는 한인 에드워드 김(72)씨가 전 부인인 크리스틴 김(52)씨를 총격 살해한 뒤 자살했다. 지난해 6월에는 세리토스에서 당시 71세의 한인 김기양씨가 67세의 부인 김모씨를 말다툼 끝에 망치로 폭행해 중상을 입힌 뒤 인근 샤핑몰에서 분신자살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원인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인사회 이민 연륜이 깊어지면서 ▲경제적 문제와 ▲심리적 이유 ▲신분 문제 등으로 오랜 기간 쌓여왔던 갈등이 노후에 폭발하거나 황혼 재혼이 늘고 있는 속에서 일부 한인 부부들 간 금전문제 및 가족관계 등으로 인한 불화가 황혼 갈등으로 이어지는 가장 큰 사유가 되고 있다.
특히 나이 차이가 나는 황혼 부부들 중 남편이 먼저 은퇴했지만 부인은 경제력을 유지하는 경우 그간 자신을 억압하던 남편을 경원시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주 LA에서 발생했던 전처 총격살해 후 자살사건도 금전적인 갈등이 주된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정문제 전문 상담가는 “70대 남편과 사는 50대 여성이 자신이 경제력을 지녔다는 이유로 지병에 시달리는 남편에게 폭언을 일삼는 사례도 있다”며 “젊은 시절부터 쌓인 부부 간의 오해가 은퇴 후 불거지면서 대화 단절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노인 우울증까지 이어지고 폭행을 넘어 극단적인 행동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분문제의 경우 체류를 목적으로 결혼한 영주권자 이상-외국인 혹은 불체신분 부부 사이에서 많이 발생한다. 체류신분을 해결해 줬다는 이유로 신분을 가진 쪽이 신분을 가지지 못한 쪽을 일방적으로 학대하는 것이다. 특히 재혼인 경우가 많은 50대 이상의 부부의 경우, 부부 간의 갈등이 자녀들 사이의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 대책은
전문가들은 황혼 갈등을 부끄러운 일로 여겨 쉬쉬하기보다는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커뮤니티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황혼 갈등의 경우 단발성 상담보다는 지속적인 관심과 대책이 필요한데 현재 한인사회에서는 이같은 기능을 할 수 있는 곳이 적다는 것이다.
또 가정 내에서 당사자 부부 간 또는 자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황혼 갈등이 극단적 형태로 분출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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