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설립 CGI서 “세계 부유층 더 많은 세금 내야”
“오바마 간접 지원” vs “일반적 개도국 자립 조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부 장관이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의 최대 핵심 이슈인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언급함으로써 정치 행보를 시작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선 캠프에 깊이 발을 담근 것과 달리 클린턴 장관이 대선 현안을 건드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CGI) 연례 회의 연설에서 "내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강조해온 이슈 가운데 하나는 평등한 방식으로 시민에게서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 특히 모든 나라의 엘리트 계층에 공평하게 과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린턴 장관은 그 미묘한 의미를 아는 포럼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리자 "알다시피 나는 미국 정치와 무관하다. 그렇지만 이건 많은 돈을 버는 각국의 엘리트 계층에 대한 세계 공통의 현안"라고 주장했다.
대선에서 맞붙은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어떻게 경제를 살릴 것이냐는 문제를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백만장자인 사업가 출신의 롬니 후보는 투자소득세를 없애고 법인세율을 낮춤으로써 소득세를 20% 감면하는 내용의 공약을 제시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 후보의 세제 정책은 주로 부유층에만 혜택이 돌아가고 자녀를 둔 가정에 연간 2천달러의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대신 오바마 대통령은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높이는 방안을 내놨다.
클린턴 장관이 연설한 CGI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세계 보건, 에너지, 빈곤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2005년 설립한 민간 재단이다.
클린턴 장관은 이 문제의 민감성을 고려해 일반론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어느 나라에나 부자들은 많지만 이들이 전부 자기 국가의 성장에 이바지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들은 공립학교나 공공 병원, 그리고 다른 개발 계획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이들 국가가 원조 수혜국에서 탈피하려 하기 때문에 부유층을 상대로 한 과세가 장기 발전을 위한 재원을 국내에서 충당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덧붙였다.
클린턴 장관은 "이는 국가 지도자들이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해야 한다는 뜻이고 예산과 세수를 투명하게 함으로써 부패를 드러내고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투자를 끌어들이고 보호하는 내용의 규칙이 작동되도록 한다는 뜻이라고도 부연했다.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한 클린턴 장관은 지금까지는 2016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 올해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혀왔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그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나는 아내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정말 모르겠다"면서도 "아내가 뭘 원하는지 결정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의 이날 발언을 두고 직접 정치에 투신하거나 관여하지는 않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을 간접 지원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개발도상국이 성장하려면 선진국의 전통적 원조에 의존하지 말고 다소 저항이 따르더라도 부유층에 대한 과세 등을 통해 자립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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