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뉴요커의 초소형 아파트 체험생존기
▶ 275스퀘어피트에 메인룸·부엌·욕실까지
메인 룸의 주요 가구는 침대, 미니 소파, 가죽 의자, 그리고 책상이다. 엘야나우는 때때로 여는 파티를 위해 복도에 접는 의자들을 구비해 두고 있다. 이 작은 아파트에서도 10여명이 모이는 파티는 거뜬히 치를 수 있다고. / 자주 아파트 문 앞에 나와 앉아 지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흥미롭다는 스캇 엘야나우.
스캇 엘야나우는‘마블헤드 하이스쿨’이라고 쓰인 붉은색 스웨트셔츠를 20년 동안이나 간직해 왔다. 오래전 사랑의 추억이 담긴, 그에겐 소중한 것이었다. 그러나 엘야나우는 그 스웨트셔츠를 사진 찍어 파일에 저장한 후‘버릴 것’ 박스 속으로 던져 넣었다.
지난 7년간 면적 275스케어피트의 초소형 아파트에 살면서 그가 익혀온 생활수칙 제1조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초소형이지만 메인룸과 함께 부엌과 욕조 딸린 화장실, 입구 복도까지‘완벽하게’ 갖춘 그의 미니 주거공간은 뉴욕의 이른바‘마이크로-스튜디오 아파트먼트’이다.
“난 절대로, 진짜로 물건을 쌓아두지 않는다”고 부동산 에이전트인 엘야나우는 강조한다. 그의 주거지는 맨해튼의 웨스트 빌리지, 19세기에 지은 아름답지만 좁은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는 곳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의 계획이 실현된다면 뉴욕엔 머지않아 작고, 값싼 주거공간에 대한 폭발적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초소형 아파트들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현재 뉴욕엔 1인 또는 2인 가구가 180만에 이르지만 스튜디오나 원 베드룸 아파트먼트는 100만 개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난 7월 블룸버그 시장은 마이크로-스튜디오 빌딩 디자인 공모를 발표하면서 주거공간 수요공급의 불균형 상태를 지적했다.
이 빌딩은 ‘애드아파트 뉴욕시(adAPT NYC)’로 명명된 시험 프로젝트의 일환이 될 것이다. 미국 대도시의 새로운 하우징 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작은 아파트가 반드시 어둡고 음침하고 퀴퀴하다는 것을 뜻하진 않는다는 개념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디자인은 300스케어피트 이하 면적에 부엌과 욕조가 있는 화장실, 밖이 내다보이는 창문 등을 갖추어야 한다.
뉴욕시가 건축비를 부담하지는 않지만 현재 주차장으로 사용 중인 27가의 시 소유 땅을 건축부지로 제공하게 되는데 당선자는 금년 말 경 발표될 예정이다.
센서스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선 전국적으로 혼자 사는 싱글족이 늘어나는 추세다. 1950년 전 가구의 9.5%였던 1인 가구는 2010년엔 28%로 증가했다. LA도 이 추세를 반영하고 있지만 뉴욕은 특히 심해 1인 가구가 32%에 달한다.
초소형 주거공간 ‘마이크로 유닛’ 정책을 시도하는 곳은 뉴욕만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도 렌탈 유닛의 최소 면적을 현행 290 스케어피트에서 220 스케어피트로 낮출 것을 고려하고 있다. 보스턴 역시 시장의 제안으로 보스턴으로서는 ‘마이크로-스튜디오’인 450 스케어피트 유닛을 포함한 빌딩들을 건축 중이다.
블룸버그 시장이 시도하는 275~300 스케어피트 마이크로 유닛은 평균 교도소 감방의 6배 크기에 불과하다. 널찍한 타운하우스에 사는 백만장자 블룸버그 시장이 이처럼 초미니 주거형태를 찬양하며 추진하는 것은 아이러니라는 로컬 미디어의 지적도 있긴 하지만 많은 싱글족들은 절대 지지를 보내고 있다.
www.thetinylife.com이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라이언 미첼도 그중 한 사람으로 그는 100~200 스케어피트에서 만족하며 살 수 있는 비결을 웹사이트에서 제공하기도 한다. 2008년 실직한 후 미니 주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미첼은 올 가을 130스케어피트의 2층짜리 초소형 주택을 짓기 위해 현재 돈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7년째 초소형 아파트에 살고 있는 엘야나우는 매 6개월마다 정리 전문가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 클로젯 청소를 실시한다. 무엇이든 사용하지 않는 것, 맞지 않는 것, 스타일이 지난 것은 미련 없이 버리거나 자선기관으로 보낸다. 추억이 담긴 것은 사진을 찍어 보관한 후에 처리한다. 그가 마블헤드 하이스쿨 스웨트셔츠를 마침내 ‘보낸 것’도 4년 전이었다.
상당한 공간을 차지하던 사진들도 모두 디지털 카메라로 다시 찍어 컴퓨터 파일에 저장한 후 없애 버렸다.
1840년에 지어진 벽돌빌딩의 1층인 그의 아파트는 거울, 긴 프렌치 윈도, 높은 천장, 그리고 잦은 ‘정리’ 덕분에 실제 면적보다 상당히 넓은 느낌을 준다.
모든 가구가 물건을 넣어두는 스토리지 역할을 겸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침대아래 서랍, 뚜껑 열리는 오토먼 의자, 신발장으로도 쓰는 빨래통, 냄비와 팬은 오븐 속에…그리고 세탁소에 옷 맡기고 찾는 시간도 공간 절약에 맞도록 적절히 조절한다. 엘야나우의 키와 몸집이 유난히 크지 않은 것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특히 좁은 부엌과 욕실에서는.
메인룸은 그가 요가를 하기에도 충분하고 때로 10여명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하기에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이지만 역시 부엌만은 좀 불편하다. 선반들이 꽉꽉 들어차 식품점을 연상시킬 정도다. 그래서 외식이 잦다. “솔직히 이사온 후 오븐을 사용해 본적이 없다”는 그는 좁은 공간 생존의 으뜸 비결은 “외부 세상을 당신 가정생활의 자연스런 연장으로 만들어라”라고 강조한다.
그건 수없이 많은 카페와 술집, 공원과 영화관이 늘어 선 뉴욕에선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아파트의 크기가 아니라 지역이다. “다른 사람들은 ‘내 침실도 이 아파트보다는 크다’라고 말할지 몰라도”, 월 2,400달러의 비싼 렌트를 내고 있으면서도 엘야나우는 이곳의 생활에 만족해한다. 세 들어 사는 이 아파트가 매물로 나오면 매입할 생각이다.
미건축가협회 뉴욕지부 사무국장 릭 벨은 “작은 것을 선호하는 문화적 변화는 자동차나 셀폰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지나치게 풍성한 것은 이제 우리나라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이기심이라는 생각이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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