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이 찌뿌듯하고 주기적으로 숨이 차고 가슴이 뛰며 자잘한 일에도 짜증이 난다는 주부들이 적지 않다. 가정에서 주부가 겪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하지만 대다수 주부들은 그냥 지나치기가 일쑤다. 자신의 고통은 지나치면서도 남편의 피로에는 무척 신경을 쓴다. 이것은 아이가 아플 때도 마찬가지이다.
주부들은 스트레스에 더해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 일로 몸까지 녹초가 된다. 온 몸이 나른해지면서 웬만한 일에도 짜증이 나며 쉽게 화를 내게 된다. 이정도 되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신경과민이라는 ꡐ진단ꡑ을 받는다. 소화불량이 있어도 신경성 위염이요, 허리가 아파도 신경성 요통, 머리가 아파도 신경성 두통이라는 주위 사람들의 판정을 받는다. 정말 아픈데 주변 사람들은 신경성이니 뭐니 하면서 알아주지 않기에 더욱 짜증이 난다.
노이로제란 신경이 극도로 과민해져서 자율신경의 기능장애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 몸에서 스스로 신경을 조절해 주는 것이 바로 자율신경이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작용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신체의 균형도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들 중 어느 하나가 기능을 멈추면 노이로제에 걸리게 된다. 바로 주부들의 신경성 노이로제가 그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신경성 노이로제를 수화불교증(水火不交症)이라고 한다. 수(水)는 물이기 때문에 우리 몸의 수액 대사를 주관하고 있다. 또한 배설능력을 키워주고 몸에 불필요한 열을 식혀주는 작용을 한다. 이것은 바로 신장의 기능을 말하는 것이다. 내분비 체액을 왕성하게 해주고 부교감신경을 주관한다. 화(火)는 곧 열로서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다. 그리고 심장의 기능을 주관하고 교감 신경을 작용시킨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이 두 가지 수와 화가 균형을 이루면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만일 이들의 균형이 깨지게 되면 열은 위로 올라가는 성질대로 상승하게 된다. 이때는 얼굴이 붉어지거나 머리가 아프고 눈도 침침해진다. 또한 손발이 차거나 아랫배가 차게 되며 다리까지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신적으로는 신경질이 자주 나게 되고 화도 치밀게 되는 등 짜증이 나게 된다.
이런 환자들은 흔히 병원에 찾아와서 ꡒ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뛴다ꡓ라고 하기 때문에 심장질환과 혼돈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심장 자체의 기질적인 변화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다. 혈액검사와 심전도 검사에서 이상이 없기 때문에 그냥 지나쳐 버리는 때가 많다.
이런 증세는 여성의 생리가 중단되는 폐경기에도 나타나게 된다. 증상이 심해지면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남편에 대한 애정은 물론 그 동안 키워온 자녀들에게도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결국은 우울해지며 ꡐ사는 것이 재미가 없다ꡑ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맛난 음식을 봐도 식욕이 나지 않고 좋은 옷이나 여행에도 관심이 없어진다면 증세는 더욱 심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만사에 관심을 잃고 사소한 일에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심화(心火)가 상승한 것이므로 심화를 내려주어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이 때의 심화란 심장의 열이 아니라 심장 주위에 둘러 싸여 있는 신경계의 과민반응이기 때문에 이것을 풀어 주어야 한다.
속 열을 풀어주고 심화를 내려주는 데는 음식과 약재들이 필요하다. 이 때면 속 열을 풀어주는 결명자차가 인삼이나 녹용을 대신하는 보약이 될 것이다. 변비를 풀어주어 열을 내리게 하면 자연히 두통도 없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물론 눈의 충혈도 풀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