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관 피습을 선거에 이용하다니"
미국의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대사 등 4명이 사망한 리비아 주재 미 영사관 피습과 관련해 한마디 했다가 소속 당과 보수층으로부터 된서리를 맞고 있다.
롬니는 사건 발생 직후 성명 등을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행정부를 맹비난했으나 효과를 보기는커녕 `어떻게 대선 후보가 국가 위기를 선거판까지 끌어들일 수 있느냐’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외교 경험이 거의 없는 롬니로서는 이번 사건이 오바마의 실패한 중동 외교정책에서 야기된 것으로 몰아 여론 지지율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로 보고 발 빠르게 대응했으나 반응은 싸늘하다.
롬니 캠프는 애초 `9.11 테러’ 11주년을 맞아 정쟁을 자제한다는 의미에서 지난 11일 자정까지 롬니의 국가안보 관련 성명에 언론보도유예(엠바고)를 걸었다가 피습 사건 이후인 오후 10시 25분께 풀었다고 정치전문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전했다.
롬니 명의로 된 이 성명은 정부의 첫 번째 대응이 너무 늦었고 공격을 감행한 자들을 동정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오바마 행정부를 성토했다.
롬니는 12일에도 트위터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표현의 자유 등) 미국의 가치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끔찍한 일로 "절대 정도(正道)’가 아니다"라고 비난을 이어갔다.
롬니는 지난달 30일 행산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연설에서 아직 전쟁을 수행 중인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7만5천여명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아 민주당으로부터 국가안보를 말할 자격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는 비난 성명에 앞서 네바다주 리노에서 주(州)방위군들에게 한 연설에서 군대의 중요성과 지원을 강조했을 뿐이다.
롬니 진영은 이번 사건을 오바마가 우방을 포기하고 국익을 보호하는 데 실패한 대통령으로 인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하려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공화당 최고위층과 보수 진영과 사뭇 달랐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유족에게 애도를 표하고 잔인한 공격을 비난한다"며 의회 의사당에 조기를 걸도록 지시했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도 "오늘 우리는 용감한 미국인들이 매일 목숨을 걸고 봉사한다는 것을 상기하게 된다"며 "똘똘 뭉쳐 대처하자"고 단합을 촉구했다.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을 이끄는 두 사람을 비롯해 몇몇 공화당 지도자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비난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보수층 인사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정치해설가인 페기 누넌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위기가 고조되고 국민에게 폭력적인 일이 발생하는 시기에는 신중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난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롬니가 더 조심스럽게 행동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전기를 집필한 정치컨설턴트 크레이그 셜리는 지난 1980년 이란 주재 미 대사관 인질 구출작전 실패 후 레이건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는데도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의 업무 수행 지지도는 급락했다며 "레이건은 현명하게 위기를 넘겼다. 롬니도 (오바마) 정부를 지지했어야 했다. 적어도 단기간이라도. 비난할 시간은 많다"고 충고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차관을 지낸 니컬러스 번은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롬니가 외교 공관이 공격당한 사건을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인 데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지금은 정치를 논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일침도 있었다.
오바마는 CBS 뉴스 인터뷰에서 "그(롬니)는 항상 먼저 쏘고 나서 나중에 조준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래선 안 된다. 어떤 말을 하려면 사실에 근거하는지 확인해야 하고 말하기 전에 그 말이 가져올 결과를 생각해야 한다"고 훈계(?)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오바마가 이기면 국무장관이 유력한 존 케리 상원의원은 "미국인이 단합해야 할 때 정치적인 펀치를 날리는 것은 잘못됐다"며 이 사건의 정치 쟁점화를 경계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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