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심장병, 신장병은 물론 당뇨병까지 치료할 수 있다는 허위광고가 남가주 이민사회에 우려를 낳고 있다.
비치리엔 응웬 박사는 남가주 베트남 커뮤니티의 TV와 라디오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한방 보조물 광고를 접할 때마다 온몸에 닭살 같은 소름이 돋는다. 파운틴밸리의 종양학 전문의인 응웬은“TV와 라디오 광고가 사실이라면 베트남 커뮤니티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부작용이 전혀 없는 암 치료제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암 치료제뿐 아니다. 이곳에서는“심부전증에서 심장병과 당뇨병에 이르는 온갖 중증질환 특효상품”을 처방전 없이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이들 모두가 연방 식품의약국(FDA)의 까다로운 검사와 규제를 받지 않는 영양보조 상품의 형태로 판매된다. 변변한 검사조차 거치지 않은 제품들이니 광고에서 떠들어대는 효과가 전혀 입증되지 않은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응웬 박사는 바로 이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영양보조 식품 형태로 판매 FDA 규제 안받아
“암·심장병·당뇨병 특효” 처방 없이 얼마든 구입
의심되는 광고 신고 접수해도 모두 조사 힘들어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한방상품의 대대적인 광고는 단순히 소비자들을 오도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다. 도대체 무엇으로 어떻게 만든 것인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한방 보조식품을 사용한 소비자들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응웬 박사는 부작용 없이 암을 다스려주는 상품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키모테라피 등 정상적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 특히 우려를 표명했다.
그녀는 “장사치들에 속아 적절한 의학적 치료를 포기한 채 엉터리 한방 보조물을 복용하다 숨진 환자들이 얼마나 될지 생각하면 아찔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베트나미즈-아메리칸 암재단’의 주간 라디오 쇼를 진행하는 응웬은 매번 소비자들에게 허무맹랑한 건강보조물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홍수처럼 쏟아지는 광고에 휩쓸려버리고 만다.
응웬은 허황된 광고를 내보내는 업계를 난장판의 골리앗에 비유한다. 그녀가 짤막한 주간 공익 라디오 프로그램을 방패삼아 맞서기엔 너무 벅찬 상대다.
검증되지 않은 이같은 상품들은 이민 커뮤니티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남가주 이민 커뮤니티들은 한방과 다른 전통적인 방식의 접근법으로 질병을 치료해 온 오랜 역사를 지녔다.
LA카운티 소비자국의 수석 수사관 리오 레예스는 오래된 문화적 영향 탓에 많은 소비자들은 이런 치료법을 믿는다고 말했다.
규제를 받지 않은 보조물의 라벨에는 질병의 치료와 예방이 목적이 아니라는 분명한 디스클레이머(disclaimer: 책임부인 경고)를 부착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경고문은 영어로 쓰여져야 한다. 라벨의 다른 내용이 모두 외국어일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응웬은 “희망과 치료법을 찾으려는 암 환자들은 취약한 집단”이라며 “그들이 이용을 당하는 것이 안쓰럽다”고 털어놓았다.
응웬은 그녀의 몇몇 환자들로부터 키모테라피의 끔찍한 부작용이 두려워 한방제로 암 치료를 하려든다고 말했다.
허브가 제대로 듣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원래의 치료방법으로 돌아오는 환자들도 있지만 그때쯤이면 암은 이미 깊숙이 전진한 상태다.
라벨 디스클레이머를 요구하는 법조항이 허벌 상품을 소개하는 광고에까지 적용된다는 명시적 규정은 없지만 기만적 광고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베트남 커뮤니티 드럭스토어에 나도는 반들반들한 팸플릿을 비롯한 많은 프린트 광고물에도 영문 디스클레이머를 부착하는 업체들이 많다.
그러나 연방 무역위원회(FTC)의 변호사 로라 코스는 영어가 주 언어가 아닌 소비자들을 상대로 영어 디스클레이머를 광고에 부착한다 해서 오도성 광고혐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코스는 “디스클레이머는 분명하고 뚜렷해야 하며 사람들이 이를 확실히 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글씨로 쓰여지거나 소비자들의 일상어와 다른 언어로 작성된 것은 현혹적 광고로 귀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디스클레이머를 부착했다 해서 암이나 심장병을 고칠 수 있다는 ‘뻥’을 맘대로 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를 현혹한데 따른 면죄부가 주어지지도 않는다.
감독 당국은 허위광고를 작성한 기업들에 경고장을 발부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광범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게다가 FDA는 사기성 주장을 앞세운 상품들을 압수해 폐기할 권한도 지닌다.
FTC도 전파매체들에 허위광고 방송중단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언론사들은 그들이 내보낸 광고의 진위여부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를 보호하는데 관심을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아직도 허위광고가 판치는 이유를 “FTC나 카운티 소비자국 조사관들의 수가 너무 모자라 이 모든 것을 잡을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FTC 서부지역 부디렉터인 탐 사이타는 TV나 신문에 등장하는 광고 하나하나를 모니터할 능력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영어 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의심스런 주장을 추적하는 것만으로 벅찬 판에 외국어로 된 광고까지 검색해 번역할 스태프가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조사관들은 소비자들의 신고에 의존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신고한 수상스런 광고를 일일이 조사하는 것마저 불가능하다.
FTC에 접수되는 신고만도 매월 수십만건에 달하기 때문에 이들을 분류할 방법이 필요하다. FTC가 마련한 분류기준은 간단하다. 접수된 신고건수가 많을수록 조사 가능성은 급격히 높아진다.
이민자들과 소수계 커뮤니티에게 수상한 광고를 신고하도록 설득하기도 그리 만만치만은 않다. 우선 대다수의 이민자들은 법적인 일에 말려들기를 극도로 꺼린다. 익명으로 신고를 접수시킬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사 담당자들은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방 의료보험 개혁법이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건강사기 관련 이슈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으로 건너온 후 생애 처음으로 건강보험을 가진 사람들을 겨냥한 허위광고는 이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법이 개정될 때마다 사기꾼들은 혼란과 불확실성을 이용해 이득을 챙기려 든다.
FDA는 보조식품 프로그램국 디렉터인 댄 파브리컨트는 “유감스럽게도 암에서 STD, 당뇨병과 심장병에 이르는 심각한 질환들에 특효가 있다고 주장하는 상품들의 수가 최근 들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상황이 나쁘다 보니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라도 소득을 늘리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기에 대한 일차 방어선은 여전힌 소비자들의 상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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