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하다는 이유로 장기 기증의 길이 막힌 사람들의 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장기 기증자로 받아들여진 비만인의 비율은 2000년의 14%에서 2008년 20% 가까이 늘어났다.
3년 전 에드 길렌(39)은 심부전증으로 고통 받는 어머니에게 자신의 콩팥 가운데 하나를 떼어주기로 결심했다. 그러나‘생명의 나눔’으로 최고의 효도를 해보려던 그의 기특한 결심은 초반부터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병원 측이 그의 신장 기증 제안을 딱 잘라 거부한 것. 당시 길렌 어머니의 치료를 담당한‘스탠포드 키드니 트랜스플랜트 클리닉’은 그에게 유전자 적합성(genetic match) 검사를 받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유전자 적합’ 판정 받으면 이식엔 별 문제 없지만
수술 후 수년간 정상체중비해 심각한 후유증 우려
일부는 살 빼고 기증… 양측 모두 건강한 삶 누려
장기이식수술은 기증자와 수용자 사이의 유전자가 일정 수준 이상 맞아 떨어져야 가능하다. 유전자가 적합하지 않을 경우에는 수술 후 치명적인 면역거부반응이 뒤따르게 된다.
자식은 어머니와 아버지로부터 유전자를 반반씩 물려받는다. 따라서 길렌의 유전자 가운데 최소한 50%는 어머니의 것과 일치한다. 혈연관계가 없는 완전한 타인에 비해 장기 이식이 가능한 ‘유전자 적합’ 판정을 받을 확률이 훨씬 높다는 애기다.
그러나 병원 측은 길렌이 고도 비만이기 때문에 장기 기증 후보가 될 수 없고, 따라서 유전자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대놓고 퇴짜를 놓았다. 한마디로 너무 뚱뚱해 ‘자격미달’이라는 얘기였다.
쇠망치로 뒤통수를 된통 얻어맞은 듯 충격에 휩싸인 길렌은 신장기증을 위해 살을 빼기로 마음먹었다.
5피트 10인치에 280파운드의 체중을 지닌 그는 최소한 70파운드를 덜어내야만 비로소 스탠포드 신장이식 센터가 정한 장기기증 후보 조건을 충족하게 된다.
다시 말해 최소한 210파운드까지 몸무게를 끌어내려야만 신장기증의 첫 단계인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길렌에게 ‘살과의 전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뚱뚱하다는 이유로 장기 기증의 길이 막힌 사람들의 수가 최근 들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장기 기증과 관련해 구속력을 지닌 체중 제한은 달리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전국 장기이식 센터 가운데 절반 이상이 체중질량지수 35를 상한선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다른 10% 정도는 BMI가 30을 넘는 사람들의 장기 기증을 허용하지 않는다. BMI는 일반적으로 30을 비만의 기준선으로 삼는다.
체중질량지수, 즉 BMI는 체중을 키 높이의 제곱치로 나눈 수치다. 이때 키 높이는 미터를 기준으로 한다. 예를 들어 200킬로그램의 체중에 2미터의 신장을 지닌 사람의 BMI는 200을 2의 제곱인 4로 나눈 수치인 50이다.
롱아일랜드 소재 노스쇼어 유니버시티 하스피틀 트랜스플랜트 센터의 말라 사체데바 박사는 “살아있는 기증자가 제공하는 생체 신장이 늘 부족한 이유는 부분적으로 병원이 설정한 이처럼 엄격한 심사기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년간 이 병원에 장기 기증을 하겠다며 연락을 취해온 104명 가운데 23명은 체중질량지수가 35를 넘는 ‘병적 비만’이었다.
이들 가운데 3명이 제한선 아래로 체중을 줄여 장기를 기증했고 BMI가 30이상, 35미만인 24명의 다른 사람들은 기증 후보 명단에 살아남았다.
얼마나 많은 신장기증 지원자들이 비만으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했는지 보여주는 자료는 극히 드물다. 다만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미 전역에서 신장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들의 수가 9만2,000명이나 되는 시점에서 비만과 관련한 당뇨병, 고혈압의 증가로 인해 신장질환도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이다.
그러나 일부 센터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장기 기증자로 받아들여진 비만인의 비율은 2000년의 14%에서 2008년 20% 가까이 늘어났다. BMI가 35를 넘는 기증자들은 전체의 약 2% 정도로 아직도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만인 사람의 신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기증자 본인의 건강을 고려해서이다. 뚱뚱한 기증자에게는 이식 수술시 대수롭지 않은 외과적 후유증 위험이 따르지만 심각한 부작용 위험은 극히 드물다.
의사들의 주된 우려는 이식수술 당시가 아니라 수술 이후의 수년간이다.
‘정상 체중’을 지닌 건강한 기증자들은 일반 대중과 비교해 심부전증이 발생할 위험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약간 낮다.
그러나 수십 년에 걸쳐 비만한 신장기증자들의 후유증을 추적한 장기 연구결과는 없다.
의사들은 기증자의 하나 밖에 없는 콩팥이 ‘과로’로 인해 기능부조를 일으키면서 신장질환을 불러올 가능성을 가장 두려워한다.
신장은 생체 기증 장기, 즉 살아있는 기증자들로부터 받는 장기 가운데 과반수이상을 차지한다.
그 다음이 간이다. 간은 살이 있는 기증자의 경우 통째로 내어줄 수는 없고 일부를 떼어내 이식해주게 되는데, 비만자의 경우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많다.
비만인 간 기증자는 죽었건 살았건 대부분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을 갖고 있다. 비알콜성 간질환을 지닌 간 이식은 기증자에게는 위험하고 수용자에게는 의도된 수술효과를 내지 못한다.
타입2 당뇨병은 종종 비만을 동반하고, 환자의 신장기증은 사실상 ‘원천봉쇄’된다.
일부 이식수술 센터는 비만 기증자에게 병원 영양사를 붙여주는 등 도움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장기기증을 위해 본인이 알아서 체중을 줄여야 한다.
길렌은 어떻게든 어머니에게 자신의 한쪽 신장을 내주기 위해 20/20 라이프스타일스 프로그램에 가입했다. 운동과 식사 조절을 병행해 살을 빼는 프로그램이었다.
쉽지 않았고, 시간도 걸렸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그는 8개월에 걸쳐 90 파운드를 덜어냈다.
병원 측이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70 파운드를 빼야 했으니 목표를 ‘초과 달성’한 셈이다. 유전자 적합성 테스트에서도 이식이 가능한 “양호” 판정을 받았다.
그는 “20/20 라이프스타일스 프로그램에 가입하기 전까지는 집에서 5마일 떨어진 맥주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술 몇 잔 걸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운동이라 생각했었다”고 털어놓았다.
길렌은 본격적인 ‘살과의 전쟁’을 시작한 뒤 8개월간 매일 한 시간씩 달렸고 꾸준히 역기운동을 했다. 지난 4월 콩팥을 기증한 후 ‘달리기 금지령’을 받았던 그는 6주후운동에 복귀했다.
신장 기증을 전후해 길렌의 상태를 살핀 스탠포드의 제인 탄 박사는 누구인가를 위해 장기를 내어주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지닌 비만한 사람은 살을 빼려는 강력한 동기부여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탄 박사는 의사로써 기증자나 수용자에게 건강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늘 즐겁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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