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악몽을 꿉니다." "아직도 극장에 있는 것 같아요."
20일(현지시간)은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상영 중이던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의 영화관 `시네플렉스’에서 한 미치광이가 학살극을 벌인 지 꼭 한 달째 되는 날이다.
12명을 죽이고 57명을 다치게 한 범인 제임스 홈스(24)는 얼 빠진 얼굴로 법정에 선 이후 세간의 관심에서 잊혀지고 있지만 학살 현장에서 총탄에 맞거나 다친 피해자들은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USA 투데이가 전했다.
천만다행으로 상처 없이 극장을 탈출했던 사람들 대부분도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많은 생존자들이 피와 비명으로 얼룩진 `다크 나이트’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어깨에 두 발의 총탄을 맞은 41세 남성 마커스 위버는 매일 악몽으로 밤잠을 설치는 전형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환자다.
옆 자리에서 영화를 보던 친구를 흉탄에 잃은 그는 "아침이든 저녁이든 잠만 자면 매일 그날 밤 상황이 영화가 돼 내 머리 속에 나타난다"며 "앞으로도 사라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18세 루이스 두란도 "평생 악몽에 시달릴 것 같다"고 말하는 피해자다. 온 몸에 30점의 파편을 맞고도 살아난 두란은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나를 해치려 하는 순간 공포에 질려 잠에서 깬다"고 말했다.
두란은 주위에서 큰 소리만 들리면 밖으로 뛰쳐나가는 `본능’도 생겼다.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기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잃은 유족 등 살아남은 자들도 마찬가지다.
턱에 총상을 입고도 "다크나이트의 결말이 궁금해서" 영화관을 다시 찾은 맥케일라 힉스(17) 같은 멀쩡한 사람과 기독교 신자라면 "범인을 사랑으로 용서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6살 된 딸을 잃고 유산의 아픔까지 겪은 애슐리 모저(25)는 사건의 최대 희생자로 미국인들 사이에 각인돼 있지만 정작 자신은 언제나 환한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
척추에 총격을 받아 하반신 마비로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하게 됐지만 총상 후유증 극복과 재활 치료보다 간호사 시험 준비 등 제2의 인생 설계에 더 바쁘다고 한다.
피해자들에겐 무엇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병원비가 현실적 고통이 되고 있다. USA 투데이는 부상자 등 피해자 상당수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상태라며 수억원이 넘는 재정적 부담이 이들의 가슴을 짓누르는 또다른 악몽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애틀랜타=연합뉴스) 김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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