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평화통일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곽태환 교수는“중립화 통일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한반도 통일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장지훈 기자>
LA에 기반을 둔 통일전략연구협의회를 중심으로 평화통일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곽태환 교수가 한반도 중립화 통일론을 들고 나왔다. 곽 교수의 중립화 통일론은 유력 대선 후보 가운데 한명인 손학규 민주당 후보가 주장하면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최근 곽 교수를 만나 북한 정세와 남북관계 전망 및 한반도 중립화 통일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왜 중립화 통일인가.
▲우선 지정학적 위치다. 한반도는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이들의 핵심 이익이 교차하고 있다. 지정학적 위치로 강대국의 희생물이 돼 왔다. 중립화 통일이 유일한 방안이다. 둘째 남북갈등, 남남갈등 등 이념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남남갈등의 씨앗은 미 제국주의와 진보세력 사이에 있다. 남북갈등도 마찬가지다. 중립화 통일은 두패로 갈려 다툴 필요 없다. 남북이 서로 받아들일 수 있다.
-중립화 통일론은 어떤 것인가.
▲ ‘중견국가’(middle power)가 생존하려면 중립화를 통한 통일을 해야 한다. 중립화국가가 건설되면 외교와 상업은 모든 국가와 할 수 있다. 거기에 대한 보장을 강대국들로부터 받는 것이다. 중립화 통일은 5단계로 이뤄지는 게 이게 중립화 통일의 핵심이다.(표 참조)
중립은 전쟁에 있어 4강과 동맹을 맺지 않는 것이다. 동맹을 맺으면 이념적 갈등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다. 중립화 통일이 되지 않으면 중국이 부상해 결국 ‘한-미-일’ 동맹체제로 가게 된다. 동북아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갈등의 틈바구니가 된다. 중립화 통일이 되면 한반도는 양쪽의 완충지로 남아 있어 어느 쪽과도 동맹 관계를 맺지 않고 선진국가로 발돋움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김정은 시대를 맞아 북한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김정일 위원장 급서 이후 북한 내부가 혼란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와 정치상황과 사회가 안정되고 있다. 북한이 상당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설주를 부인으로 소개하고 팔짱을 끼고 공식 석상에 등장하는 등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북한 내부 체제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달 중순 리영호 총참모장이 갑자기 해임됐는데.
▲해석이 분분하다.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고모인 김경희 당 비서의 지원 아래 김정은 노동당 제 1비서가 정책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주장했던 선군정치와 함께 당과 경제를 우선시하는 ‘선당’ ‘선경’ 동시 전략을 추진 중이다. 시간이 흐르면 ‘선당’ ‘선경’ 정책으로 자리가 잡힐 것이다.
군부 세력이 오래 동안 뿌리내리고 있어 갑자기 정책 전환할 수 없어 병행추진하고 있다. 그 중 가장 걸림돌이 리영호 총참모장의 위치였다. 장성택 라인의 최용해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경희 당 비서는 경제중심이다. 김정은 비서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지난 4월15일 가진 첫 공식 연설에서 경제중심으로 인민생활 향상을 돕겠다고 맹세했다.
-김정은이 정책변화를 시도하는 배경은.
▲김정은은 2009년 이후 강경정책을 해봤다. 천안함 사태, 연평도 사건 등 자신의 주도 아래 해봤다. 리용호 같은 군인들 얘기 듣고 강경정책을 해봤지만 결과적으로 남는 게 없었다.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체제가 되고 있다. 이걸 시정하겠다는 생각이다. 김정은 체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경제 관리 향상 개선 조치를 단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 내부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데.
▲공사가 중단됐던 류경호텔을 40층까지 수리해서 외국인 상사에 렌트를 줬다. 살림집 아파트 40층에 불이 들어온다. 체제 유지를 위해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 동안 외화벌이는 군대가 했는데 그걸 끊고, 내각중심으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거기에 군대가 반발했고 리영호 해임으로 이어졌다. ‘아직 불안정하다’는 시각이 있지만 그렇게 보지 않는다.
-북한이 지금 취하고 있는 모습들이 밖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리설주(23)는 중국 유학파고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공부했다. 이들은 서구지향 개방형이다. 북한은 엘리트들을 선별해 미국이나 중국, 동유럽 등으로 보내 자본주의와 경영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최근엔 캐나다에서 UBC에서 6개월씩 교육을 받도록 했다.
-북한의 개방은 어떤 모델을 따라 것으로 보이나.
▲북한은 여러 모델을 찾고 있다. 중국 모델은 체제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위험하다. 싱가폴은 너무 자본주의적이다.
남한은 자존심 문제가 있다. 제일 관심을 보이는 게 ‘도이모이’라고 하는 베트남식 개혁개방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6·28 경제관리개선조치는 자본주의에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현 남북관계는 어떤가.
▲북한이 남쪽에 상당히 신호를 보내고 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도 국회에서 북한에 인도주의 입각한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하겠다고 증언했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데 있어 남한에서는 ‘박왕자씨 총격 피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요구를 취소하는 대신 관광객들의 신변보장만 요구했다. 그건 북한이 이미 제시했기 때문에 쉽게 이루질 수 있다. 양쪽이 상당히 좋은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빠른 속도의 관계 개선이 기대된다.
-다음 정부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누가되든 차기 대통령이 풀어야 할 쟁점 사항 가운데 첫번째가 신뢰 구축이다. 양쪽 다 양보해야 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은 외교 전문잡지 ‘포린 어페어’에 2가지 개념을 들고 나왔다.
‘신뢰구축’(Trust Politic)과 ‘균형외교’(Alignment)다. 외교가 너무 미국에 치우쳐 있다. 중국하고도 균형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박 후보는 북한에 가서 김정일을 만난 적도 있고 이명박 대통령과 비교하면 상당히 전향적이다. 누가 되는 핵심 과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이 있다. 희망적이다.
■곽태환 교수 약력
-외대 영어과
-클라크대 국제관계 석사
-클레어몬트 대학원 국제정치 박사(1969)
-이스턴켄터키대 교수(1969~1999)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1995~1999)
-통일연구원장(1999~2000)
-현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및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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