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창작 문학강좌 LA서 한달간 여는 박양근 교수
박양근 교수가 재미문학이 형성해야 할 독자적 모듈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수필가이며 문학평론가인 박양근 교수(부경대 영문과)는 미주한인 문단에 대해 따뜻한 시각을 가진 사람이다. 대개의 한국 문인들이 속으로는 무시하면서도 공짜 미국여행과 대접 받는 게 좋아서 초청강연을 다녀가는 것과는 달리, 박 교수는 미주문인들을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더 일깨우려는 안타까움과 애정을 갖고 이곳을 찾는다. 그렇지 않고서야 올해 연구년을 맞아 갈 곳도 할 일도 많은 교수님이 황금 같은 여름 한 달 동안이나 LA에 머물며 마라톤 문학 강좌를 열리는 없을 터…
모방 탈피 다문화·독특한 체험
아이덴티티 살려야 인정 받아
제대로 된 평론가 육성도 필요
14일 해변문학제 초청 강연도
지난달 말 LA에 온 박양근 교수는 7월1일부터 28일까지 재미수필문학가협회(회장 이정아) 회원 13명을 대상으로 수필창작 집중강좌를 갖고 있다. 한국문단의 중진교수가 미주 문인들을 한 달이나 연속적으로 가르치는 인텐시브 코스를 열기는 처음 있는 일로, 그는 2년 전 왔을 때도 보통 1시간 정도로 형식적인 강연을 끝내는 다른 문학 강사들과는 달리 하루 종일 세미나를 엶으로써 문인들을 ‘열공’ 분위기로 몰아넣었었다.
박 교수는 또 오는 14일 국제펜 미주연합회(회장 김문의) 주최의 제25회 해변문학제에서 ‘재미문학의 모듈’이란 제목으로 초청강연을 갖는다. 모듈(module)이란 모범적 모형을 말하는 것으로, 그는 현재의 재미문단 2세대가 그 모듈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미주 이민역사를 1960년대 이민자들이 쏟아져 들어온 시점으로부터 보면 벌써 60년을 헤아립니다. 육십갑자로 치면 환갑을 맞는 셈이죠. 이민문학의 뿌리를 내린 1세대는 지금 70이 넘은 원로문인들로서 한국문학을 이식하고 모방한 것에 지나지 않지요.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40~60세의 2세대가 이민자 고유의 문학세계를 만들어야 할 시점에 왔다고 봅니다. 더 이상 모방하거나 기대지 말고 이민자들의 독특한 체험이 살아 있는 새로운 문학관을 정립해야 해요. 재미문학에 맞는 사고와 감성, 재미문학의 언어와 표현력이 어우러질 때 재미문학의 모듈이 형성될 것입니다”
영문학자이며 비교문학자로서 저서 ‘미국수필 200년’을 출간하기도 한 박 교수는 “미국도 초창기엔 영국 문학에 크게 의존하고 답습했다”고 전한다. 영국 문학을 흉내 내지 않으면 대접받지 못하던 시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150년 정도 지난 후에야 미국만의 독특한 문학이 형성됐다”고 설명한 그는 “그러나 지금 미주 한인문단은 150년이 아니라 60년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미주 한인들만의 장점-이중언어의 사용과 다문화사회의 경험은 현재 다문화사회가 돼버린 한국의 모델로서 중요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미문학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살아 있는 모듈을 형성해야 한국문단에서도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으며, 서로 주고받는 동등한 관계에서 문화교류가 있어야 양쪽 모두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 그는 또 “60년 이민사에 서려 있는 수많은 체험들이 수많은 수필로 모아질 때 이민역사가 되는데 체험은 많이 갖고 있으나 제대로 발표할 테크닉이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표하고 “이민문단에서 시급한 것이 평론가의 육성”이라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강사도 없고, 제대로 공부해서 등단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안타까워하는 박 교수는 한국서도 문인들이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많이 공부하고, 많이 자성하면서 당신들 나름의 세계관을 당신들 언어로 표현하라”고 호소했다.
‘손이 작은 남자’ ‘길을 줍다’ 등 5권의 수필집과 ‘사이버리즘과 수필미학’ ‘좋은 수필 창작론’ 등 4권의 저서를 출간한 박양근 교수는 2009년 구름카페문학상, 2007년 제17회 수필문학상, 2005년 신곡문학대상, 2001년 문예시대 작가상을 수상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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