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미국에서 이름을 날리던 ‘김 시스터즈’가 잠시 귀국하여 TV에 출연했는데 그때 멤버인 숙자 씨가 미국생활에서 김치를 먹는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적이 있다.
“김치를 갖고 입국하는데 세관원이 당신 짐에서 썩은 냄새가 난다며 열어보라는 거예요. 할 수 없이 김치 병을 열었죠. 그랬더니 코를 막으며 왜 당신 같은 이쁜 여성이 썩은 음식을 먹느냐는 겁니다. 그래서 한국음식은 썩혀서 먹는다고 했더니 이해를 못해요. 미국에서는 농수산물 검사가 까다로워 세관통과 할 때마다 김치와 된장을 설명하느라 진땀 뺍니다”
엊그제 뉴욕의 유명호텔 셰프들이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는 뉴스를 보고 세상이 변한 것을 실감했다. 며칠 전에는 스페인에서 세계 1급 요리사와 식품업계 CEO 1,000여명이 모여 요리의 트렌드를 소개하는 ‘마드리드 퓨전’이 열렸었는데 주제 음식으로 등장한 한식의 인기가 대단 했다고 한다. 대회의 사무국장인 베이도 씨는 “한식은 자연에 바탕을 둔 발효음식”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요즘 유럽에서는 K-Pop 열풍이 일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타고 한식도 K-Food로 불리면서 관심이 쏠리기 시작하고 있다. K-Pop에 K-Food를 끼워 넣어 한식 이미지를 홍보해보자는 것이 농수산부와 한식재단의 계획이다.
그러나 한식이 외국인들에게 인기를 끌려면 몇 가지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우선 식당의 분위기다. 음식과 분위기는 정비례 한다. 얼마 전 한국 TV에서 외국인 30명을 선정한 후 한식을 테스트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요리사가 A식당과 B식당에서 똑같은 메뉴를 만들었는데 그 소감이 너무나 달랐다. B식당의 한식은 맛이 있는데 A식당의 한식은 맛이 없다는 것이다. 똑같은 음식인데 왜 평가가 달랐을까.
A식당은 화장실이 지저분해 냄새가 나는데다 종업원들이 영어를 못해 손님 질문에 답을 않은 채 음식만 날랐다. 반면 B식당은 화장실이 깨끗하고 냄새가 나지 않았으며 종업원들이 음식이 나올 때마다 영어로 설명했다. 게다가 젓가락을 거북해하는 손님들을 위해 포크까지 옆에다 놓아 주는 등 서비스에 신경을 썼다. 외국인들은 한국식당 주방에서 나는 생선 비린내, 남자화장실 소변변기에서 나는 냄새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식당 측에서 알아야 한다. 내가 아는 어떤 친구는 파킹한 후 한국식당의 쓰레기통 옆을 지나는데 생선 썩는 냄새가 코를 찔러 그날 식당에서 나온 생선회에 젓가락을 대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한식의 세계화는 외국인들이 한국식당에 많이 와주어야 이루어진다. 그렇게 되려면 종업원이 외국인에게 한식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게 안 되면 메뉴 밑에 먹는 법이라도 간단히 설명하는 친절 정도는 베풀어야 한다. 비빔밥을 시켜놓고 먹을 줄을 몰라 야채와 밥을 따로 먹는 외국인도 있기 때문이다.
음식은 분위기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 해도 종업원이 불친절하고 위생시설이 불결하면 음식 맛이 나지를 않는다. 한식이 세계화 되려면 식당 종업원의 외국손님을 위한 특별교육이 전제되어야 하고 거부감을 주는 이상한 냄새가 안 나도록 경영주가 식당의 위생시설 개선에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고급화하면 손님의 발길이 끊어진다. 한국의 유명호텔에서 한식 레스토랑이 다 사라진 것이 좋은 예다. 미국에서도 고급화된 한식 레스토랑들이 요즘 불경기를 이기지 못해 줄이어 문을 닫고 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과 중국식당은 번창하는 반면 프렌치 레스토랑은 왜 손님이 없는가. 바로 음식 값의 차이 때문이다. 한식 세계화는 맛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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