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 대통령을 단독인터뷰 할 수 없을까 해서 여기저기 다리를 놓아 백악관 비서실까지 찾아간 적이 있다. 한인사회의 어느 미국인 변호사가 자신의 절친한 친구가 백악관 비서실에서 근무한다며 소개해 준 것이다.
내가 놀란 것은 백악관 비서의 방이 너무 검소하고 그의 말씨와 태도도 전혀 한자리하는 사람 같지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노력은 해보겠지만 거의 불가능 하다”고 처음부터 못을 박고 나왔다. 허풍을 떠는 구석이 전혀 없었다. 그러면서 한다는 이야기가 변호사 하다가 백악관 비서실에서 근무하려니 수입이 너무 줄어들어 아내가 빨리 그만두라고 졸라대는 바람에 고민이라고 했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고급공무원 자리에 올라도 봉급뿐이다. 얼마 전 KBS-TV에서 제작한 ‘이태석 신부의 그후’를 보면 영국의 캐롤라인 콕스라는 여성 상원의원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태석 신부의 리더십을 칭찬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사무실은 3명의 의원이 함께 쓰는데 비서도 없고 너무나 간소하게 꾸며져 있어 취재간 한국기자가 “이게 정말 상원의원 사무실 입니까”하며 놀라는 표정이다.
한국은 전혀 다르다.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 약간 바보처럼 보이는 사회다. 권력이 있거나 돈이 있어야 행세할 수 있는 사회다. 그런데 돈이 있으면 권력을 누리지 못하지만 권력을 잡으면 돈이 함께 따라온다. 그러니 잘살기 위해서도 권력을 잡아야 한다.
어제까지 양심적이고 참신한 인물로 꼽혔었는데 정계에서 몇 년만 있으면 때 묻은 사람이나 부패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물갈이 대상으로 떠오른다. 한바퀴 돌고나면 때 묻지 않은 사람이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왜 자살 했는가. 가족들이 돈 문제에 관련된 것을 고민하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자식들이 돈에 관계되어 아버지의 이미지를 흐리게 했고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은 형사 처벌 받는 망신까지 당했다. 그리고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형님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고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면 가족 중에 누가 어떻게 되느니 하며 말이 많다.
‘성공한 한국’은 있는데 ‘성공한 대통령’이 없다. 모두 돈 때문이다. 왜 한국에는 리콴유(이광요)나 호찌민(호지명) 같은 청렴결백하고 나이 지긋한 지도자가 없을까. 정치에는 경륜이 필요한데 나이 들면 모두 구악으로 몰리고 때 묻지 않은 젊은 세대만 강조되니까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권력이 부패하면 안보가 흔들린다. 중국의 장개석을 보라. 왜 그가 모택동에 패했는가. 국민들이 장개석보다 모택동을 더 정직한 지도자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개석 정권이 정직 했더라면 오늘의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가 안 되었을 것이다. 리콴유가 싱가폴 국민들에게 정직을 시범보인 것은 장개석이 모택동에게 밀려나는 것을 보고 도덕혁명 없이는 정치혁명이나 경제혁명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정치판에서 물갈이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물갈이해도 한바퀴 돌고 나면 부패한 정치인으로 낙인 찍히는 것이 오늘의 한국현실이다. 한국에서의 21세기 정치혁명은 곧 도덕혁명을 의미한다. 칼날같이 정직한 지도자가 등장해 리콴유 못지않은 전설을 낳아야 한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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