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 제| 이른 새벽 빵 구해 아침식사 봉사 박재열-미정씨 부부
지난 12월28일 OC 한인회 송년회에서 신연성 총영사의 감사패를 전해 받는 박재열(왼쪽)·박미정(오른쪽)씨 부부가 상패를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18년간 마켓서 남은 빵으로
노인회-베델교회 봉사에 한몫
파운틴밸리에 사는 한인 박재열(75)씨는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이면 터스틴에 있는 알벗슨 마켓으로 빵을 얻으러 간다. 잠자리의 유혹을 뒤로하고 운전대를 잡으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박재열씨는 “빵을 얻으러 가는 날 운전대를 잡으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혹시라도 이번에 빵을 받으러 가지 못하면 기회를 놓치게 되고 빵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는 생각에서 늘 빵을 얻으러 가는 그 순간까지 긴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마음으로 박재열씨는 지난 18년 동안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빵을 얻어 가든그로브에 있는 한미노인회와 어바인 베델한인교회의 노숙자들을 위한 아침식사 봉사에 빵을 공급하고 있다.
박재열씨의 아내 박미정(70)씨는 “때로는 남편이지만 존경스럽다. 지금은 그나마 은퇴해서 시간여유가 있지만 사업할 때는 한참 일거리가 몰려오는 아침시간에 빵을 받으러 가려면 일손을 놓고 뛰어나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십여년 전 당시 대용량 냉장고도 변변치 않은 상황이라 얻어둔 빵도 날짜를 맞춰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선 하던 일을 놓고 나가야 할 때도 많았다. 이러다보니 박씨 부부는 지금까지 휴가다운 휴가를 단 한 번밖에 갖질 못했다. 빵을 얻는 곳과 빵을 나눠주는 곳 모두에 신용을 지키기 위해서다.
박미정씨는 “10년 전쯤인가 주위에서 휴가를 다녀오라고 권하면 자신이 빵을 얻어다 나눠주는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어 한국에 한 번 다녀온 적이 있다”며 “그때 외에는 은퇴를 하고 난 지금까지도 단 한 번 가족여행이나 부부여행을 간적이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씨 부부가 처음 공짜 빵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여년 전이다. 박씨 부부가 운영하던 세탁소 옆에 들어선 빵집에서 만료일이 거의 다된 빵을 얻어다가 이웃끼리 나눠 먹은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박재열씨는 “당시 빵집 옆에 마켓이 하나 있었는데 그 마켓에서 제조일이 하루 남은 빵들을 모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던 필리핀 사모를 만났다. 사모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 한인들 사이에도 끼니를 때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시작된 일이 마켓이 터스틴으로 이름을 바꿔 이사를 해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마켓의 매니저와 박씨 부부가 쌓은 인연 때문이다.
박씨는 “처음에 빵을 얻으러 갈 때에는 물류 차들이 빠질 때까지 벤을 옆에 대고 언제 일이 끝나나 신경 써서 지켜봐야 했다. 빵을 얻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 경쟁이 생기다 보니 될 수 있으면 신용과 일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박씨 부부의 이런 노력과 성실함을 마켓의 매니저도 아는지 마켓을 옮기고 나서 판매하던 빵이 남으면 가장 먼저 박씨에게 전화를 한다. 빵을 얻으러 가는 시간도 많이 늦춰졌다.
박씨 부부가 타는 닛산 퀘스트 밴은 지금도 가운데 의자를 빼놓았다. 빵을 얻어 가지고 가기 위한 조치다. 박씨는 이 차에 시동을 걸고 빵으로 얻으러 가는 것을 앞으로도 힘이 닿는 한 계속할 계획이다.
박씨는 “내가 힘이 닿는 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 그것이 행복”이라고 굳게 믿는다.
<신정호 기자> jh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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