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식
내과의사
추수감사절 때 각지에 흩어져 사는 가족들이 모였다. 아버님과 형제들, 조카들 그리고 그 외의 친척들이 우리집에 모였다. 대식구가 반갑게 모여 잘 준비된 터키 요리로 추수감사 만찬을 나누었다.
어머님이 하늘나라로 가시고 난 후 형님 집에서 지내시는 아버님은 오랜만에 만나는 손자와 손녀들을 위해 일일이 용돈 봉투를 만들어, 한사람씩 나와서 장기 자랑을 하는 조건으로 용돈을 나누어 주셨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끼’ 있는 손자와 손녀들의 재롱과 솜씨로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중간 중간에 아버님의 엉뚱한 장기 자랑이 펼쳐지자 모두 배꼽을 뺐다.
그러나 모두 마음 한 구석이 텅 비어있는 것 같은 눈치였다. 올봄에 세상을 떠나신 어머님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다. 같이 계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감사절 전날 우리 형제들은 아버님을 모시고 어머님의 산소에 갔다. 비석을 닦고 어머님이 생전에 좋아하시던 찬송을 불러 드리고는 기도를 하는데 갑자기 통곡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평소 좀처럼 눈물을 보이지 않으시는 아버님이 그날 통곡을 하셨다. 어머님 돌아가셨을 때도 “이제 천국에 가셨으니 감사한 것 아닌가?” 라고 위로를 하시던 분이어서 우리 형제들은 모두 놀랐다. 지난날 어머님께 따뜻하게 못 해드린 것이 후회스럽고 미안해서라고 하셨다. 통곡에 담긴 깊은 뜻을 자식들이 어떻게 다 알랴마는, 험난한 세월을 같이 통과한 동지애도 들어있으리라.
“효자보다 악처가 났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아버님은 예전에 가족에게 잘 못했다고 생각해선지 자식들에게 더 애틋하게 하려고 노력하신다. 우리 가족은 추수감사절을 지내며 가족이 사랑의 공동체임을 다시 느꼈다.
일반적으로 사랑을 그림으로 표시할 때 심장을 그린다. 심장은 가족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나는 느낀다. 심장은 좌우로 각각 심실과 심방이 있고, 방들은 특수한 근육과 섬유질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자동 전기 발생장치가 있고 그 전기를 전달하는 독특한 전기줄들로 이어져 있다. 이 방들은 마치 가족들처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다.
심장 가운데에 있는 발전기에서 전기가 발생되면 정해진 순서에 따라 심방과 심실은 움직여 주어야 한다. 만일 이 순서가 흐트러지는 경우에는 불규칙한 박동인 부정맥이 생긴다. 일종의 불협화음인 부정맥이 생기면 심장은 피를 일정한 양으로 펌프질 하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로 뇌로 가는 혈액의 양이 모자라게 되면 어지럽거나 쓰러지게 된다. 우리 가족들이 규칙적인 심장 박동처럼 일사 분란하게 자기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 느낀다.
심장은 하루 평균 10만 번 이상 고동치면서 1초당 0.26초씩 휴식기가 있다. 뛰면서도 하루 6시간은 쉰다. 쉬는 시간이 있기에 오랜 동안 잘 뛰는 것이리라. 이러한 시간들은 가족들과 같이 웃고 쉬는 시간에 해당된다고 본다.
70, 80년 동안 심장이 계속 뛸 수 있도록 자동전기 발생장치가 작동한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무엇이 처음으로 심장의 박동을 시작하게 하는가?”는 신비로운 궁금증이다. 그것은 “가족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과 통할 것 같다.
나는 심장의 박동을 처음 시작케 하는 힘과 가족을 움직이는 힘은 같은 것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우연히 맞닥뜨려진 번갯불로 인한 전기충격이 아니라, 조물주가 불어넣어주는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 추운 크리스마스 계절에 사랑이 우리의 심장에 불어넣어졌다. 심장이 힘차게 뛸 때 뜨거운 피가 온몸으로 흐르듯, 사랑의 공동체인 가족이 하나가 되어 화합을 이룰 때 우리의 가족에게 그리고 이웃으로도 사랑이 넘쳐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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