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송년특집
▶ 콜택시 운전 12년 “올해가 최악”
김형태(가명)씨가 6일 플러싱 한인 마트 앞에서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올 한해도 한인사회에겐 깊고 험난한 해였다. 바닥을 모른 채 수년 째 이어져온 불황 여파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를 짓누르면서 2012년 새해를 앞둔 뉴욕 한인사회에도 아직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형국이다. 본보는 송년특집 기획으로 한인사회 생활 터전을 찾아 힘들게 생계를 꾸려가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한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삶의 현장을 가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1)1 2년차 택시운전사의 불황 나기
5일 오후 7시께 퀸즈 플러싱 한양마트 주차장 앞. 제법 쌀쌀해진 추위 속에서 승객을 기다리고 있던 콜택시 운전사 김형태(가명·42)씨의 택시에 동승해 최근 콜택시 업계와 한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콜택시 업계에 종사한지 12년째라는 김씨는 “수년간 택시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올해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고 운을 땠다.
하루 평균 12시간, 많을 때는 15시간까지 택시운전을 한다는 김씨는 “하루에 많이 벌어야 200달러인데 이것저것 다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개스값 50달러와 밥값, 회사에 내는 콜비 등을 제하고 나면 아내와 딸내미 세가족 살기가 빠듯하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택시업계에 처음 몸을 담았던 12년 전보다 개스 값은 두 배로 뛰었는데 택시비는 오히려 3달러로 폭삭 내려갔다”며 “이게 말이 되는 일이냐”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 지 30여분이 흘렀을까, 50대 중반의 남성 승객이 택시에 올라탔다.요식 업계에 종사한다는 그는 “연말 송년회 때문에 대목을 기대했는데 경기불황에 예년보다 손님이 확 줄었다”며 “물가는 매년 오르는데 수입은 줄고, 정말 죽을 맛”이라며 울상을 지었다.손님을 내려 준 김씨는 곧바로 맨하탄 32가 한인 타운으로 향했다. 플러싱에 있어봤자 가까운 거리만 찾는 손님들이기 때문에 돈이 안 된다는 계산에서다.그는 ‘요즘 같은 불황시기에 플러싱에 있어봤자 기본료 손님 몇 명 태우고 나면 끝난다’며 ‘그래도 맨하탄에 있다 보면 공항이나 카지노를 가는 장거리 손님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그나마 저녁 택시 피크시간은 오후 8시까지. 이 시간이 지나면 한 동안 손님 태우기가 영 힘들어진다. 김 씨는 “수년전부터 택시 회사들끼리 경쟁이 붙어 3달러짜리 택시는 물론 플러싱 다운타운은 공짜로 운행하고 팁만 받는 택시까지 생겼다”며 “제살깎기 식의 경쟁 때문에 모든 택시업체들이 죽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오후 9시. 건축설계 사무실에서 일한다는 30대 여성이 택시에 탔다. 급하게 플러싱에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이 여성은 ‘최악의 경기 침체로 자기가 아는 건설 회사만 10개가 넘게 도산했다’며 ‘돈줄이 풀리지 않아 계약을 해놓고도 시공이 안되면서 무너지는 회사들이 많다. 정말이지 건설업계는 말그대로 ‘살 얼음 판을 걷는 분위기‘라며 업계의 심각성을 전했다.
어느덧 10시가 다가오자 김 씨는 귀가할 시간이 됐다며 악수를 건넸다. 이날도 아침 7시부터 15시간을 꼬박 차안에서 보낸 김씨.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오늘도 결국 적자네요. 이민와서 여태껏 12년간 열심히 택시 운전에만 종사했는데 이제는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라는 말을 남기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서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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