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람들은 예의가 있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그들의 지나친 호기심과 편견을 경험하면서 놀랄 때가 가끔 있다.병원에서 환자를 처음 만나면 제일 먼저 “오늘 저녁 7시까지 12시간동안 담당할 간호사 나리입니다.”라고 나의 소개를 하면 그 다음은 환자의 차례인데 자기 소개보다는 “어디서 왔나요?”, ”결혼은?” “아이는?” 등등 나의 사생활을 물어본다. 한번은 ‘간호하는 일에 그 질문이 무슨 상관이 있나요’ 라며 답변을 거부했다가 환자가 매니저에게 나의 영어 실력, 내 성격, 환자를 대해는 태도에 대해서 뒷 담화를 푸는 것을 들었다.
나이 많은 동료의 ‘그저 유연하게 살라’는 충고를 듣고 나서 나는 나의 모든 것을 감추지 않고 말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환자는 나에 대한 모든 정보 즉 어느 대학 졸업에, 결혼유무에, 심지어 아들학교 이름까지 알게 된다.
그러다보면 남편의 직업을 말하게 되는데 남편이 의료계의 사람인 것을 알면 그들은 곧 음흉한 웃음을 지으면서 “남편하고 병원에서 만났나봐요” 라고 한다. 아주 많은 미국인 환자들이 당연한 듯 그렇게 말을 한다. “남편을 여기서 만났군요 !!”
한국에서 간호 대학교에 들어간 지 얼마 안되었을 때다. 등교길 버스에서 내 옆의 할아버지가 대학병원에 가려면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를 물어보길래 나도 그곳엘 가니까 같이 내리면 된다고 친절하게 말하자 “거기 간호원인가봐?” 하시길래 “아니요 간호사 되려는 대학생이에요.”하니까 갑자기 “아... 의사하나 잡으려고 거기 갔구먼. 그게 최고지” 하셨다. 나는 주변에서 “거기서 한 놈 잡아서 결혼해서 의사 마누라 되면 되는거지”라든가 “ 좋겠다 의사 잡기 쉬워서” 등등의 말을 자주 들었었다. 붙잡는다고 붙잡혀지는 것이 아닌 게 인연인데 다들 쉽게 ‘힌놈’을 ‘붙잡아라’ 라고 충고를 했고, 그들은 간호대학을 가는 여학생의 목표가 의사를 잡아서(꼬셔서) 의사부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 편견과 싸우려고 했는데 결국은 60명 정도의 동기 중에 의사와 결혼을 한 동기가 나를 포함 8명이나 되어 의사와의 결혼 확률이 13퍼센트다. 대부분 남자가 여자를 좋아해서, 즉 의사가 간호사인 내 친구들에게 프로포즈 해서 결혼했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그 반대라고 본다. 이것이 이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이 놀랍고 우습기만하다.설마 의사랑 결혼할 가능성이 많다는 확률 때문에 간호대를 가고 간호사를 할까? 그저 매일 보다 보니 만나서 정들 확률이 다른 전공보다 높은 거다. 하여간에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면, 확실하게 나는 남편하고 같은 병원에서 일을 하기 전에 만났다. 절대 내가 의사를 꼬시고 한 놈 잡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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