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영양실조와 수해 등으로 고통받는 북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지난달 촬영한 영상을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동영상에는 한 소아과 병원에 어린 환자들이 꾸준히 밀려들고 있는 모습, 뼈만 앙상하고 피부병으로 얼룩덜룩한 아이의 모습, 놀 힘이 없어 실내에 앉아만 있는 모습 등이 담겨있다.<연합 2011/9/13>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8일 의회가 백악관에 제출한 ‘2012 연방회계연도 농업세출법안’(H.R.2112)에 서명함에 따라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전제 조건이 마련됐다.이날 발효된 ‘농업세출법’은 농림부와 그 산하기관의 2011년 10월1일∼2012년 9월30일 예산과 법무부, 교통부 등의 추가예산을 책정한 것으로 미국의 인도적 식량 해외원조 프로그램인 ‘평화를 위한 식량 제2장 보조금’(Food for Peace Title II Grants)이 포함돼 있다.
‘평화를 위한 식량 제2장 보조금’은 미국 행정부가 외국의 긴급식량사태와 개발을 돕기 위해 농산물을 해외에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예산으로 ‘연방해외지원국’(USAID)이 민간비영리단체들과 ‘세계식량기구’(WFP) 등을 통해 집행하고 있으며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은 지난 2009년 북한의 거부로 중단되기 까지 바로 이 보조금 예산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농업세출법’은 올 회계연도에 ‘평화를 위한 식량 제2장 보조금’으로 14억6,600만 달러를 배정하며 “USAID 국장의 판단 아래 긴급식량지원이 승인받지 않은 또는 부적절한 목적으로 전용되지 않고 식량난 피해지역 대상 수혜자들이 전달받고 있음을 충분히 감시, 통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는 수혜국가들의 지원을 위해서만 사용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741조항을 포함시켰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의 길은 열렸으나 그 여부는 북한이 이들 프로그램을 집행하는 관계자들에게 얼마만큼 투명한 분배감시 활동을 보장하느냐에 달려 있어 이에 대한 사전협의가 먼저 이뤄져야만 가능하게 됐다.
■ H.R.2112
사실 올 회계연도 ‘농업세출법’은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지난 6월 애당초 의회에 상정된 법안에서 완화된 내용이다.
하원이 6월16일 찬성 217표, 반대 203표로 H.R.2112를 통과시킬 당시 법안에는 최종표결을 하루 앞두고 켈리포니아주 공화당 출신 에드워드 R. 로이스 의원이 상정한 수정안 H.AMD453이 포함돼 있었다.
로이스 의원의 수정안은 H.R,2112로 “책정된 예산 중 그 어느 부분도 ‘평화를 위한 식량 제2장 보조금’을 통해 북한에 지원을 제공하는 것으로 사용될 수 없다”고 못을 박아 정부의 대북지원을 아예 금지하는 내용이었다.당시 로이스 의원은 “행정부가 대북 식량지원 재개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며 “인도주의적 충동에 이끌린 점은 이해하지만 북한의 특이한 상황들은 이를(대북 식량 지원) 상당히 커다란 실수로 만들고 있기에 수정안이 문제를 바로 잡을 것”이라고 수정안 상정 배경을 설명했다.
로이스 의원은 특히 “(대북 식량 지원은) 김정일의 탄압 정권이 부족한 자원을 갈수록 위협적인 군사 프로그램으로 전환하도록 허용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북한에 진정한 체계적 개혁이 오는 날을 지연시키는 것이기도 하다”며 “한국에 ‘깨진 독에 물 붓기’라는 속담이 있는데 김정일에게 자원을 보내는 것은 그 보다 더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 상·하원 절충안
그러나 상원은 지난 1일 로이스 의원의 수정안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H.R.2112를 찬성 69표, 반대 30표로 통과시켜 하원으로 되돌려 보냈으며 상원과 하원은 양원절충위원회를 구성했다.양원의 이견차를 조율한 절충위원회는 17일 최종 법안과 합동보고서를 마련했으며 이를 같은 날 하원이 찬성 298표, 반대 121표로, 상원이 찬성 70표, 반대 30표로 각각 통과시킨 뒤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을 위해 백악관으로 보냈다.
양원이 각각 통과한 최종 법안과 합동보고서는 “절충위원회는 식량지원이 정치적 도구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으나 수혜국가들은 피해 주민들에게 지원물품이 분배되도록 협조하고 투명성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식량 지원과 관련, 적절한 감시와 통제제도 마련을 조건으로 달은 최종법안 법률 규정 741 조항 마련 근거를 설명했다.합동보고서는 특히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만일 미국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 재개를 고려할 경우 감시를 포함해 프로그램의 본질적 이행을 보호할 수 있는 보증이 주어질 것과 과거 프로그램 이행과 관련 남아있는 모든 문제들이 만족스럽게 해결될 것을 요구 한다”고 명시했다.
실제로 미국은 1996년 이후 북한에 약 8억 달러 상당의 식량을 지원했으나 북한은 지난 2009년 미국의 식량지원 분배감시 조건에 문제를 제기하며 지원을 거부하고 관계자들을 북한에서 추방했다.따라서 양원이 절충, 마련한 최종법안은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을 재개하기에 앞서 북한으로부터 분배감시 제도 보장에 대한 확약을 받아내고 2009년 관련 요원들이 추방될 당시 북한에 남겨둔 미국 지원 식량 잔여분 2만2,000톤 상당의 행방 등을 포함해 과거 미해결 문제들의 해결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 북한의 식량 호소
북한은 지난 해 말부터 내부의 식량사정 악화를 주장하며 국제사회를 상대로 식량지원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WFP는 올해 2월21일∼3월11일 ‘식량농업기구’(FAO) 및 ‘유엔국제아동교육기금’(UNICEF)과 공동으로 대표단을 구성해 북한을 방문, 식량실태를 조사한 뒤 “북한내 취약계층 610만명을 대상으로 43만톤의 긴급 식량지원이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의 신속한 대북지원을 촉
구하고 나섰으나 냉담한 반응을 얻었다.
특히 한국 정부는 북한의 식량난 주장은 식량 부족분을 주민들을 위해 확보하려는 조치가 아니라 ▲2012년 주요 청치행사(소위 ‘강성대국 진입’ 선전 및 김일성 100회·김정일 70회 생일)에 대비, 주민들에게 선심용으로 사용할 곡물을 미리 확보하고, ▲김정은으로의 3대세습 체제 조기 안착을 뒷받침하며, ▲차제에 군량미까지 안정적으로 비축하는 등 정치·군사적 목적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WFP의 ‘북한 식량평가 보고서’에 여러 문제를 제기했다. 또 미국과 ‘유럽연합’(EU)도 각각 북한에 현지 조사단을 파견, 식량난 실태를 자체 조사하고 나서 직·간접적으로 북한의 식량난 주장과 WFP 보고서의 신빙성을 도마에 올렸다.
실제로 지난 6월 말 유엔이 공개한 ‘필요와 원조 개관’(Overview of Needs and Assistance) 보고서의 북한편은 유엔이 올해 북한을 위해 계획한 2억1,874만 달러 상당의 인도적 지원 중 실제 확보된 기금이 3,825만 달러(5월 현재 기준)로 전체의 17%에 불과하다고 밝혀 국제사회로부터의 대북지원 예산 확보에 고전을 겪고 있음을 드러냈다.한편 FAO와 WFP는 10월3일∼17일 북한에서 수확량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 25일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전년도에 비해 8.5% 증가했으나 북한의 취약계층 300만명을 위해 12만톤의 식량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재차 호소했다.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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