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추진력은 정말 대단하다. 불협화 음이 일고 국제적 망신도 당했지만 추진력 하나만큼은 인정해줘야 한다. 제16회 부산국 제영화제를 다녀온 소감이다.
허름한 남포동 극장가에서 출 발한 부산국제영화제가 그토록 열망했던 전용관 ‘영화의 전당’ 시대를 열었다.‘ 영화의 전당’ 구 름다리에서 바라본 개막식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지붕 자체가 영상작품의 매개체 역할 을 하고 지붕 밑에 설치된 12만 개의 LED조명은 천장과 벽, 바닥 등 3면을 모두 스크린으로 만들 어버렸다.
세계에서 가장 길어 보이는 레드카펫을 걷는 영화배우들뿐 아니라 야외극장에 앉 아 있는 관객들까지 화려한 조명에 온 몸이 둘러싸여 누구나 다 영화배우가 된 듯 착각 에 빠지게 했다. 게다가 필요한 전력을 지붕 위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장치에서 생산한 다는 설명은 쏟아져 내리는 별빛 같은 반짝 거림을 부담감 없이 쳐다보게 만들었다.
석달 49일 비가 내렸다는 한국의 지난여 름을 돌이켜봤을 때 ‘영화의 전당’에서 치러 진 올 영화제는 한국인이 아니었다면 불가능 했다. 마무리 공사가 되지 않아 임시사용승인 으로 영화제를 진행하는 바람에 영화제 조직 위와 영화의 전당 운영위가 불화를 빚고 말 았지만, 영화제의 숙원사업인 전용관 확보는 관객의 좌석점유율을 지난해 78%에서 83% 로 끌어올렸다.
무엇보다도 영화의 전당은 건축가의 의도 대로 ‘21세기 극장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 고 있다. 역동적인 아시아 영화 의 허브, 부산국제영화제의 미래 를 상징하는 전용관은 영화제 성장의 원동력이 된 10~20대 관 객들과도 조화를 이룬다. 많은 외신 기자들이 64회를 지난 칸 영화제, 65회를 보낸 베니스 영 화제의 주요 관객이 중년층인데 비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젊은이 의 열기가 힘이고 희망’이라며 부러워하지 않았는가.
조직위도, 운영위도 아닌 관객들을 믿자. 지 나온 만큼의 세월이 흐르고 나면 지금 영화 제의 힘이고 희망인 젊은이들이 중년이 된다. 오늘은 졸속 개관으로 비난을 받았지만,‘ 빨 리빨리’에서 비롯된 한국인의 추진력은 버릴 수 없는 우리의 자원이고 저력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자원이 협력부재라는 이유로 힘없이 무너질 때도 있다. 한국인의 기질이 ‘모래’와 같아 잘 뭉쳐지지 않아서다. 그러나 모래는 시멘트와 물 등의 재료를 적정한 비 율로 섞으면 콘크리트가 된다. 관객들이 모래 가 되고, 영화의 전당이라는 시멘트에 영화 와 배우 등을 잘 혼합해 탄탄한 미래를 만들 어가야 한다. 그래야 영화의 전당이 내세운 비상의 꿈이 세계를 열게 된다.
하은선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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