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젊은이들을 누가 길거리로 내몰았나.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월스트릿을 규탄하며 3주째 시위를 계속하는 젊은이들 말이다.
지난 9월17일 ‘월스트릿 점령하기’(Occupy Wall Street)라는 슬로건으로 시위가 시작될 때만 해도 암울한 현실을 답답해하는 일부 젊은이들의 하소연 정도로 여겨져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LA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보스턴, 뉴멕시코등 전국으로 시위가 확산되자 ‘핵폭탄’급으로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들의 분노는 생활고와 일자리에서 출발해 경기 침체를 초래한 금융권에 대한 응징, 커져만 가는 빈부 격차에 대한 불만, 사회를 책임져야할 기업의 윤리 부족, 정치권에 대한 불신 등 다양한 불만의 목소리로 터져 나오고 있다.
공화당등 미국의 보수 진영은 이들의 주장을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좌파와 무정부주의자들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치부하지만 이 의견에 동의하기에는 미국의 현실이 너무나 암담하다.
실업문제와 생활고가 젊은이들만의 일은 아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중산층 중장년층이 이들의 시위를 은근한 기대와 공감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직장을 떠나지 않고 버티는 50~60대 직장인, 매년 쏟아져 나오는 170만여명의 대학 졸업생, 경기 침체 이후 직장을 구하지 못한 대졸자간의 경쟁까지 가세돼 젊은이들의 취업난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미국의 16~25세 청년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두 배인 18.1%에 달한다. 재학생을 제외하면 무려 50%에 가까운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는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2명당 1명은 직업을 찾지 못해 집에서 논다는 말이다. 대학 졸업자들의 평균 부채도 2009년 기준으로 2만5,000달러로 전년대비 5.9% 늘어났지만 무직 대졸자들이 크게 늘면서 3명당 1명꼴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고 있다. 대학들의 계속되는 등록금 인상으로 지난해 평균 학생 융자액이 7,100달러로 10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빈부 격차가 심화되면서 중산층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 30년 주택 고정 이자율이 4% 아래로 떨어졌지만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철저하게 20% 이상 다운페이먼트를 요구하는 은행에서 주택 구입 융자, 재융자를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돈 놓고 돈 먹는’ 세상이 돼버렸다. 부자들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다’는 자본주의 기초 이론을 바탕으로 착실하게 부를 쌓아가지만 직장에서 쫓겨나고 페이먼트 못해 살던 집을 내놓아야 하는 서민들은 절망감만 쌓여간다.
기업들은 회사를 살린다며 감원을 단행하고서도 정작 경영자들은 고액의 연봉을 챙기는가 하면 경영에 실패한 고위급 임원들도 스톡옵션 등으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퇴직금을 받아 회사를 떠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월가 금융인들은 공적자금 투입으로 위기를 넘기고서도 연말 보너스로 수십만 달러씩 받아가고 있으니 비난의 뭇매를 맞는 것도 당연하다.
백년 전쟁이 벌어지던 14세기 프랑스의 ‘칼레’라는 마을을 포위한 영국군이 마을 사람들을 몰살시키는 대신에 반항에 대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며 대표자 처형을 요구했다. 그러자 시장과 법률가등 6명이 처형을 자청해 나섰다. 여기서 유래된 말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의미다. 지금 월가등 미국내 도시 곳곳에서 들려오는 젊은이들의 절망에 찬 외침을 사회 지도층들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또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 김정섭 부국장/ 국제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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