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화 전 커먼웰스 비즈니스 은행장의 윌셔행이 화제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행장을 역임했던 최 전 행장이 행장이 아닌 전무급인 최고대출책임자(CCO)로 갔으니 놀라운 일이다.
큰 조직에서 말석을 차지하기 보다 작은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는 편이 낫다는 뜻의 ‘소꼬리 보다는 닭 머리가 낫다’는 속담처럼 전직 행장이 규모가 훨씬 크다지만 직급을 낮춰 타 은행의 전무로 들어간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쉬운 결정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사실 행장을 역임했다가 전무로 옮긴 것이 최 전 행장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7년에는 윌셔와 유니티 은행장을 역임한 후 임봉기 현 US 메트로 은행장이 프리미어 비즈니스 은행의 전무자리로 간 적이 있다.
비교적 서열을 중시하는 한인사회에서, 더구나 한인금융권에서 행장을 했던 사람이 전무자리로 간 것은 은행이 그를 원했던, 그가 일자리를 필요했던 그 자체만으로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생각할 일은 아니다.
특히 이번 케이스의 경우 은행 또는 개인의 비중이나 한인 은행장 얘기가 나올 때마다 최 전행장이 단골 후보로 올랐던 점 등을 감안할 때 윌셔은행 측에서나 최 전행장이 단순히 ‘개인의 자리 옮김’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이후의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윌셔은행의 최 전 행장 전무 영입은 고석화 이사장의 ‘고뇌 속 실리우선의 결단’으로 보인다. 사실 고 이사장은 그동안 수차례 최 전 행장을 윌셔은행장으로 영입할 기회가 있었으나 최 전 행장을 선택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금융계에서는 고 이사장과 최 전행장의 보이지 않는 코드 차이를 가장 큰 이유로 지목했었다.
그러나 이같이 알려진 코드차이에도 불구하고 고 이사장이 이번에 최 전 행장을 전무로 영입한 것은 발등의 불로 떨어진 부실대출 관리를 맡겨보자는 실리우선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주주로서 개인의 코드를 희생하고서라도 은
행부터 살려보자는 시급함 때문 이다.
경쟁 한인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실대출 정리 작업을 늦게 시작한 윌셔은행은 지난해 3,275만달러 손실에 이어 올 상반기에만 4,638만달러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7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주가도 현재는 3달러 이하에 거래되면서 반 토막이 난 상태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최 전행장의 경우 다른 은행의 전무와는 다르다. 업무나 조직에 있어서 유재환 행장의 관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리 유 행장과 한미은행에서 같이 근무한 적이 있고 대학 선후배 사이라 하더라도 최 전 행장이 행장직을 역임했었기 때문에 옛날과 다르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특히 업무에 들어가면 더욱 더 그럴 것으로 보인다.
최 전행장이 위에서 내려오고, 밑에서 올라오는 서류만 들여다보는 꼭두각시 대출전무가 되지 않을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최 전행장의 영입으로 일단 현 유재환 행장-강승훈 전무-데이빗 송으로 이어져온 대출라인에 대한 고 이사장의 평가는 나타난 셈이다.
최 전행장이 윌셔은행의 대출을 맡은 이상 책임을 다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자신과 함께할 사람도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윌셔은행의 한 지붕 두 가족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고 이사장의 사후 관리가 주목받는 대목이다.
최 전 행장 역시 이번 윌셔행을 단순히 ‘대출전문가를 필요로 해서…’, 또는 ‘일자리가 급해서…’ 로만 생각할 일은 아닌 듯하다.
최 전 행장이 윌셔은행의 대출전무로 성공했을 때 “역시 최 전행장이야…”라기 보다는 “역시 대출전무가 적격이야…”로 자리매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고석화 이사장이 ‘한 지붕 두 가족’의 우려를 계산하지 않았을 리 만무하다.
최 전 행장 역시 다음 행보를 생각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양쪽 모두 실리를 염두에 둔 계산된 배팅일 수도 있다. 이래저래 다음 수가 궁금하다.
조환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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