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차의 기세가 무섭다. 현대와 기아는 올 들어 매달 월간 판매 신기록을 세우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처음으로 점유율 10%를 넘어섰다. 현대차는 또 1~8월 사이의 모델별 누적 판매 순위에서 10위 안에 2개 모델(쏘나타, 엘란트라)이나 진입시켰다.
8월 월간 판매량 놓고 보면 현대기아차는 총 9만9,700대를 팔아 일본의 닛산이나 혼다보다 많은 차량을 미국 시장에 판매했다. 제조사별 순위는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및 도요타에 이은 5위다. 공급이 충분했다면 더 많은 차를 팔 수 있었을 것이라고 게 현대기아차 관계자 뿐 아니라 딜러들의 공통된 말이다. 사려는 사람은 줄을 섰지만 없어서 못 판다는 얘기다.
이같은 현실은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현대기아차가 언젠가는 일본차와 필적할 만한 브랜드로 성장하겠지만 이렇게 단기간에 현실이 될 줄은 현대기아차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한국차가 지금과 같은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만족하지 말고 애프터서비스(AS)와 같은 판매 후 관리에도 철저히 신경을 써야 한다. 한국차의 품질은 이미 경쟁 업체와 주류 언론들로부터도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그건 품질에만 해당하는 얘기다. 자동차는 특성상 구입 뒤에도 꾸준한 관리와 정비가 필요하다. 또 사고라도 나게 되면 부품을 교체하고 수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국차의 AS는 아직 경쟁 업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AS에 대해 개념조차 제대로 갖고 있지 않다는 게 판매 현장의 솔직한 고백이다. 더 심각한 건 차량 부품 공급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다. 차만 없어 못 파는 게 아니라 부품이 없어 고장 난 차를 제때 수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고라도 나서 정비업소에 맡기면 한달은 기본이고 2달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말부터 판매에 들어간 에쿠스 같은 모델은 아예 부품이 없다고 한다. 고장 나면 언제 차를 수리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뜻이다.
만약 이런 현실이 개선되지 못한다면 지금의 한국차 인기는 한때의 바람처럼 끝날지도 모를 일이다. 쏘나타와 엘란트라, 스포티지가 아무리 잘 나간다고 하지만 현대가 처음 미국에 출시한 엑셀의 판매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엑셀 인기도 불과 2년을 가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한인 딜러의 얘기는 귀담아 들을 만하다. “한국차도 팔아보고 미국차도 팔아봤지만 부품 공급이나 AS에서는 아직 한국차의 갈 길이 멀다. 엑셀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파는 데만 주력할 게 아니라 팔고 나서의 사후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정대용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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