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서 범죄행위 드러나 역으로 인도 요청할 판”
한국 대검과 미국 국토안보부는 2010년 9월13일 수사공조 양해각서를 체결했다.<사진출처= SBS>
2000년 한국서 CIA지부장 사칭 범죄후 미국 도피
2006년 미국에 범죄인 인도요청, 한국서 실형
미 도피생활중 200만 달러 투자사기, 미검찰 기소
미국이 한미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5년 전 한국으로 신병을 넘겨준 한국인 해외도피사범을 미국 도피 당시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뒤늦게 기소해 한국으로부터 역으로 신병을 인도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미국 연방 대배심은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기소청구에 따라 지난 해 5월27일 비밀리에 한국인 최관용(일명 다니엘 최 · 68)씨를 돈세탁 혐의로 기소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연방 캘리포니아동부지방법원이 ICE가 최씨를 검거할 수 있도록 그동안 ‘일반비공개’(sealed) 사건으로 다뤄왔으나 최씨가 한국에서 저지른 또 다른 범죄로 한국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임을 확인한 연방검찰이 지난 5월 법원에 “더 이상 비밀취급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일반비공개해제’(unseal)를 요청하고 26일 최씨의 미국 자산 압류 소송을 제기하면서 표면으로 드러났다.
■한국에서의 범죄
대배심에 의해 이번 기소된 최씨는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2006년 6월10일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에서 연방보안국 요원들에 의해 체포돼 같은 달 23일 한국으로 강제 송환된 한국인이다.한국 검찰이 당시 미국에 제출한 범죄인인도요청서에 따르면 최씨는 2000년 1월 한국에서 발생한 충현교회 목사 피습사건 용의자로 경찰 출석 요구를 받자 같은 해 3월 중국으로 출국한 후 미국에 입국해 도피 생활을 했다.
충현교회 목사 피습사건은 2000년 1월17일 새벽 2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소재한 이 교회 목사의 자택에 성명 불상 남자 2명이 침입해 당시 집에 있던 목사를 몽둥이 등으로 구타하고 금품을 강취한 강도상해 사건이다. 사건을 수사한 한국 경찰은 목사 자택에 침입한 괴한 2명의 신원을 파악, 검거했고 결국 재판에 부쳐진 용의자들은 2000년 10월 서울고등법원에서 각각 징역 4년과 10년을 선고 받았다.
경찰은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사건이 단순한 강도상해 사건이 아니라 교회 설립자의 아들이 담임 목사로 시무하는 것에 반대한 일부 교인들이 목사를 쫓아내기 위해 사주한 ‘청부테러’였다는 정황을 파악했다.경찰은 또 미 CIA 한국지부장을 사칭해 교회측 관계자들을 접근해 범행 사주를 받아 선후배지간으로 알고 지낸 측근 2명에게 실제 범행을 가하도록 지시한 공모자로 최씨를 지목했으며 수배 결과 최씨가 미국으로 도피한 후 한국계 미국인 여성과 결혼해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와 로스엔젤리스에 주소를 두고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이어 검찰은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2005년 5월 최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2006년 2월 미국에 범죄인인도를 공식 요청했으며 미 사법당국의 협조 결과 최씨를 미국에서 한국으로 압송했다.
■미국에서의 범죄
그러나 최씨의 신병을 이미 한국으로 넘겨준 미국은 뒤늦게 2009년 2월∼2010년 2월 최씨가 한국으로 압송되기 전 미국에서 도피 생활을 할 당시의 행적을 수사하고 나섰으며 그 결과 최씨가 자신을 목사, 선교사, CIA,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 등으로 사칭해 주로 미주 한인들을 상대로 투자사기 행각을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범행으로 부당하게 착취한 돈을 여러 은행계좌들을 이용해 세탁한 증거를 확보해 지난해 5월 최씨를 기소한 것이다.
연방 대배심 기소장에 따르면 최씨는 ‘트리니티 캘리포니아 신학교’(Trinity California Theological Seminary), ‘국제 기독교 선교 센터‘(International Christian Mission Center)와 ‘선민무역회사‘(Sunmin Trading, Inc) 등 대표로 활동하며 캘리포니아 프레즈노 일대에서 거주했다.기소장은 최씨가 최소한 2002년 10월을 시작으로 결국 한국의 범죄인인도요청에 따라 체포되기 직전인 2006년 6월9일까지 미국에 체류하며 백악관에 기념품을 공급 판매하는 사업 명목으로 여러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끌어 모아 개인 용도로 빼돌려내 200만 달러 상당의 피해를 가하는 투자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미국 연방 대배심이 지난해 비밀리에 처리한 한국인 최관용씨 기소장
■최씨의 범행수법
연방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법정 서류들에 따르면 국토안보부(DHS)와 ICE 수사 결과 최씨는 자신을 선교사역에 종사하는 목사로 ‘국제 기독교 선교 센터’가 중국에 CIA 요원들을 잠입시키기 위한 CIA의 위장단체이며 그 활동 자금은 ‘선민무역회사’가 백악관과 대통령 로고가 새겨진 시계, 가방, 벨트, 커피 컵 등 기념품을 백악관에 공급, 판매해 벌어들이는 수익금으로 조달된다고 속여 투자자들을 접근했다.
ICE는 최씨가 구체적으로 투자자들을 ‘선민무역회사’에 100만 달러를 투자할 경우 매3개월 마다 30% 수익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속여 현혹했으며 또 투자자들에게 30% 수익금 중 10%는 CIA 활동을 위해 ‘국제 기독교 선교 센터’에 기증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마치 투자가 미국 정부와 연관돼 있는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ICE는 최씨가 이 같은 수법을 이용해 한 한인 여성으로부터 2005년 9월12일∼2006년 6월9일 총 131만95달러의 투자금을 건네받은 것을 비롯해 2005년 7월7일∼2006년 6월9일 최소한 12명 이상 투자자들로부터 263만 달러 상당의 돈을 끌어 모은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ICE는 결국 최씨가 이 같이 건네받은 투자금을 개인 용도로 빼돌리기 위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개설한 회사와 자신의 개인계좌, 2004년 10월 미국에서 결혼한 부인의 ‘뱅크오브더웨스트’(BoW) 계좌 등 사이로 돈을 이전시켜 돈세탁 범행을 저질렀다며 최씨를 기소 청구했고 연방 대배심은 이러한 ICE의 수사결과를 받아들여 지난 해 5월 최씨를 기소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연방 검찰에 따르면 2006년 6월 한국으로 압송된 최씨는 한국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 한국 법원으로부터 재판을 받고 2008년 1월18일 징역 4년 실형선고를 받았으며 29일 현재 교도소에 수감, 복역 중이어서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최씨 소재를 이미 파악한 상태이다.따라서 미국이 최씨의 범행 여부를 물어 미국에서 재판에 부치기 위해서는 한국에 역으로 범죄인인도요청을 하고 형을 마치고 출옥하는 최씨의 신병을 인도받아 미국으로 압송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한편 최씨의 미국 은행 계좌들을 조사한 ICE는 최씨가 한국으로 압송된 이후인 2006년 6월13일∼2007년 4월9일 최씨의 ‘뱅크오브아메리카’ 2개 계좌에서 총 14차례에 걸쳐 한국의 은행들에 있는 제3자의 계좌로 총39만6,000달러가 송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문제의 돈을 몰수하기 위해 26일 연방법원에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상대로 외환은행과 농협협동조합은행으로 보내진 34만6,000 달러에 대한 차압 소송을 제기했다.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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