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중한 탱커들이 북상하면서 생겨나는 요란한 소음과 탱커가 지나가면서 생겨나는 먼지들 속에 중무장을 한 거구의 젊은 미군들이 탱커를 따라 행진하는 모습은 신기하면서도 기가 죽은 피난민들의 마음 위에 새로운 생명을 부어줄듯 식식한 구경거리가 되었다. 피곤에 지치고 공포와 두려움에 내일이 어떻게 될지 전연 예측 못하는 절망의 상태에서 그래도 목숨은 살아야하기에 무작정 남쪽으로 연일 피난행렬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보게 되는 탱커행렬을 보는 순간 그간에 쌓인 육신의 피곤과 정신적인 절망상태에서 순간 해방되는 새로운 힘을 온몸에서 느껴지는 것 같았다. 피난민 행렬에서 이리저리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미국 군인들이 아슬아슬한 죽음의 긴박한 위험에 처한 대한민국 국민들을 구출하려고 한국 땅에 왔다고 한다. 자기들 생명의 위험 을 무릎서고 한국전쟁에 참전해서 공산침략세력을 분쇄하려고 한국 땅에 왔다고들 서로 이야길 나누면서 이젠 우리는 살았다고 오래간만에 서로들 웃고 기뻐하는 모습들을 볼 수가 있었다.
공산침략세력인 인민군들이 파죽지세로 계속 남하하든 기세등등한 세력들이 미군의 전쟁개입으로 일단 전세가 급선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민군은 북쪽으로 후퇴를 거듭하면서 전시상황은 한 시간이 멀다할 정도로 미군을 비롯한 아군에 유리하다는 낭보가 파다하게 들였다. 바로 그 물증으로 미군탱커를 앞세우고 미군들이 북쪽을 향해 계속 진군하고 있다고 했다. 13살이 된 어린나이였지만 미국이 어떠한 나라이기에 자기들의 귀중한 생명마저 바칠 각오를 하면서 바로 죽음직전에 처한 남의 나라 대한민국을 도우려고 왔는가?
지극히 가난하고 불쌍한 대한민국의 국민들 무엇보다 공산침략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운명은 백척간두에선 누란의 위기에서 살려낸 잊을 수없는 국가적인 은인이 바로 미국이구나. 미국에 대한 진한 고마움이 나의 작은 가슴과 마음 어느 구석이든 빈틈없이 꽉 차지하는 느낌이었다. 중부전선은 대구와 남부전선은 부산만 남겨둔 남한 땅 전체는 인민군이 이미 점령했고 남한 전체가 점령되는 것은 불과 2-3일 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대한민국은 극한적인 위기에 처해있었다. 그때 받은 미국에 대한 감사의 강한 인상은 나의 마음 깊은 곳에 어느 누구도 뽑아 낼 수 없는 깊이로 박혀버렸다.
날만 새면 남으로 피난 가든 많은 피난민들의 지치고 지친 발걸음은 반대방향으로 주인 없이 거의 한달 정도 버려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 행렬 또한 길게 계속되었다. 우리는 경상북도 최남단 해변에 위치한 장기 란 지역에 도달 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장기 지역에 도착하기 직전에 피난길을 멈추고 가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피난민들 모두가 즐거운 환호를 외치면서 남쪽으로 향했든 긴 행렬의 발걸음들이 이젠 돌아왔든 반대방향 으로 각자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역시 아무 집에나 양해를 구하고 마당이나 헛간에 하룻밤을 자고 다시 걸으면서 집에 도착하는 시간도 약 3일이나 걸렸다. 나는 달구지를 끄는 머슴과 함께 다른 가족들 보다 하루를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와가로 지어진 큰 체를 비롯해서 집4체가 한 울타리 안에 있는 넓은 마당을 낀 마을에서는 제일 큰 집이기에 인민군이 우리 마을을 점령했을 때는 인민군의 임시 본부 역할을 했다. 인민군이 물러나고 우리아군이 들어왔을 때는 아군이 우리 집을 임시 본부 역할로 사용했다.
여름 한창 더운 7월 중순에서 8월 하순까지 약 1달 이상 집을 떠나 피난생활을 하고 돌아왔다. 피난을 간 시기가 혹한이 몰아친 겨울철이 아니었고 천만 다행하게고 무더운 여름철이었기에 크게 다행한 일이였다. 피난 간 시기가 꽁꽁 얼어붙는 겨울철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오싹했다.
(몬트레이 한인성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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