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 밖에 없는 3촌의 가족들 그리고 중환자로 와병생활을 하는 4촌 형님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7식구가 되는 우리가족들 모두가 산지기집에 약 10일 보냈다. 짙은 산속에 자리 잡은 산지기 집에 살면서 외부 사람들을 거의 볼 수가 없는데 간혹 무작정 깊은 산길을 따라 개인 아니면 가족단위로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도 있었다.
전쟁 상황은 어떠한지 우리가 살든 마을은 이미 인민군에 점령되었는지 등등 소식들이 궁금하기에 14살 된 나의 형과 우리 집에 고용된 머슴은 구름한 점 없는 쨍쨍한 무더운 여름철 조심해서 정보를 얻기 위해 낯에는 이리저리 나갔다가 해질 무렵에 돌아온다. 쿵쿵하는 폭탄소리 총성소리 매일 멀리서 들여온다. 전해오는 소식은 인민군은 우리고장 형산강을 넘어 우리 마을은 완전히 인민군에게 점령되었고 무엇보다 형산강 양편 언덕에서 치열한 교전이 있었고 인민군 뿐 만아니라 아군의 전사자도 엄청나게 많았다는 소문들을 들었다.
인민군은 계속 남하하고 있으며 사람이 다니는 도로는 피난민들로 초만원을 이룬다고 했다. 우리가 임시로 피난을 하는 깊은 산속 그 일대를 인민군이 조만간 점령한다는 위험한 소식들이 들여왔다. 결국 다시 남쪽으로 피난을 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으로 피난 짐을 달구지에 실고 가족들은 험악한 산길을 따라 남으로 피난길에 다시 올랐다. 4촌 형님의 가족들은 중환자를 대리고 더 이상 피난길에 오를 수가 없기에 4촌 형님네 가족들만 남겨두고 다시 산지기 집을 떠나 영일군 최남단 해안을 낀 장기 지방을 향해 모르는 길을 찾아 날마다 걸어 가야했다.
선산 산지기 집에서 10일정도 임시 피난소로 머물었지만 산지기 집을 떠난 날부터는 온종일 걷다가 해가 지는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면 어디에든 하룻밤을 보내야하기에 가다가 마을이 보이면 마을에 들어가서 이집 저집 다니면서 마당에라도 하룻밤을 자도록 집주인에게 간곡히 요청했다. 집주인의 허락을 받고 헛간이나 마당에 멍석을 깔고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물론 가지고 다니는 가제도구로 노천 마당에서 밥을 하고 산비탈에 심어놓은 파란 고추를 몰래 훔쳐 된장국과 간이 잘 맞은 삭은 멸치젓에 고추를 설어 만든 찬을 보리밥에 넣고 비벼 먹으면 그때 그 맛은 그야말로 꿀맛 이였다.
이렇게 해서 온종일 먹지 못하고 험난한 피난길을 걸으면서 피곤으로 지친 몸에 보리밥 한 그릇을 먹고 나면 어느덧 잠이 전신을 덮치면서 곤한 잠에 떨어져 버린다. 땅을 침대삼아 하늘은 지붕이 되어 정신없이 숙면을 하다보면 온종일 지친 피곤이 삽시간에 살아져 버린다. 이렇게 피난길을 몇 일간 계속하다보니 어느덧 포항도시와 구령포를 연결하는 대로가 나왔다. 매일 산 오솔길 논두렁길 과 시골농로 만을 몇 일간 걷다가 자갈 깔린 넓은 도로에 접어들어서 걷게 되니 우리들이 이젠 어디로 가는지 방향을 대충 짐작할 수가 있었다.
굴근 자갈 깔린 넓은 도로 양편을 걷는 피난민들이 기나긴 행렬을 이루면서 남쪽방향으로 온종일 걸어야 했다. 어느 날 역시 넓은 도로를 따라 지치고 지친 발걸음을 옮기면서 인민군에 잡혀 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많은 피난민들의 대열에 끼여 남으로 내려가는데 난생처음 보는 거대한 수백 대의 탱커들 그리고 난생 처음 보개 되는 키가 크고 잘생긴 건장한 군인들이 무거운 배낭을 짊어 진체 중무장을 하고 탱커를 양쪽에서 호위라도 하는 듯이 전진하는 탱커를 따라 행진을 하고 있었다.
요란한 소음을 내면서 앞으로 재빠르게 움직이는 이 육중한 기계가 도대체 무엇이며 또한 중무장한 군인들이 어느 나라 군인들인지 나는 전연 알 리가 없다. 피난대열에 함께 가는 어른들이 주고받는 말이 탱크는 전쟁에서 공산군을 무찌르기 위해 쓰이는 무서운 무기이며 군인들은 미국 군인들이며 무자비한 공산주의 침략을 격퇴시키기 위해 대한민국을 도와주려고 미국서 온 군인들이라고 했다.
(몬트레이 한인성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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