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찬
부국장 대우·경제팀장
큰 아이가 올 가을에 11학년이 된다. 한국과는 크게 사정이 다르지만 어쨌든 ‘세상 모든 것에 우선 한다’는 입시 전쟁에 들어가는 셈이다.
얼마 전 아내와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2개 대학에서 합격 통지를 받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다. 아이가 가고 싶어 하는 A대학에서는 장학금을 못 받는다. 반면 지명도가 약간 떨어지는 B대학은 전액 장학금을 제공한다. 무리를 해서라도 A대학에 보내야할까, 아니면 집안 형편에 맞게 B대학을 선택하도록 할까.
대학 등록금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지만 최근 한국의 반값 등록금 파동을 보면서 조금 위안을 삼고 있다. 미국의 대학 등록금이 비싸다고 하지만 이곳에서는 저리의 학자금 융자가 가능하고, 조금만 노력하면 각종 장학금이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80년대 한국의 사립대 등록금은 한 학기에 30-80만원 수준이었다. 당시 등록금 인상률은 연 평균 6% 내외였고, 등록금 인상도 대학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90년대 들어 대학 설립이 자유로워지고, 등록금도 대학이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대학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80년대 80여개였던 4년제 대
학 수가 2000년 190개 대학으로 늘었다.
2010년 현재 4년제 대학만 200개로 늘었고 평균 등록금은 800만원이 넘는다. 80년대와 2010년을 비교하면 등록금 차이가 11-12배가 된다. 최근 10년간만 비교해도 국립대 등록금은 93%, 사립대는 68% 가량 인상됐다. 이 기간 소비자 물가지수는 31% 상승했으니까 등록금이 물가보다 2-3배 더 올랐다는 것이다. 부모들의 허리가 휜다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하지만 이번 반값 등록금 파동은 단지 등록금 액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립대학의 재정 수입에서 등록금의 비중이 50-75%에 이르고, 대학 재단이 등록금을 받아 학교 운영에 쓰지 않고 모아둔 기금이 수조원대에 달한다. 일부에서는 교직원의 과도한 인건비를 지적하기도 한다. 또 무엇보다 대학과 재단의 비정상적인 재정운용 문제와 각종 비리 문제,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한 제도는 다시한번 되짚을 수밖에 없다.
등록금이 비싼 이유를 대학의 비리 때문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눈먼 돈이나 비리로 빠져나가는 돈을 줄이기만 해도 더 많은 혜택이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교육의 질도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일괄적인 반값 등록금 시위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이번 기회에 대학의 비리를 감시하는 시스템이,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학교 재단과 교육 행정의 투명성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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