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에 홍콩 음악 콩쿠르를 석권하며 세계무대를 향해 웅비하던 피아니스트 KJ(황가딩.黃家定).
한때 적수가 없을 정도로 잘 나가던 그는 흐르는 세월 속에서 학교의 ‘골칫덩어리’로 변한다. 도대체 6년의 세월 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소년 KJ’는 한 천재의 추락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소년에서 청소년으로 성장한 KJ가 겪는 심리적 변화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고교생이 된 KJ는 "음악을 통해 의미 있는 삶을 살자. 인간이 되고 싶다"고 누누이 강조한다. 그러나 그 말은 다음 장면에서 허공으로 산산이 흩어진다. KJ의 오만한 태도 때문이다.
친구들과 후배들은 음악을 대하는 그의 이런 태도에 넌더리를 낸다. KJ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의 단원은 "선배가 무슨 신이라도 돼?"라고 언성을 높이며 자리를 박찬다.
영화는 왜 그가 주목받는 천재에서 점점 ‘왕따’로 변해갔는지를 추적해간다. 카메라는 담담하게 KJ의 일상을 들춰내면서 그의 내적 공허감과 불안, 격동을 섬세하게 끄집어낸다. 11살 때의 순수한 모습과 17살의 고집스러운 모습을 교차 편집해 보여준 점은 이러한 내적 변화의 흐름을 설득력 있게 전한다.
첼리스트 출신의 장징웨이(張經衛) 감독은 당초 천재 아이의 성장 이야기를 그려볼 의도로 이 영화를 만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예정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 게 또한 인생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천재의 일생은 감당키 어려운 가족 문제를 맞닥뜨리면서 조금씩 꼬여가기 시작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비판에 대한 두려움으로 경쟁 자체를 포기한 모습, 음악을 통해 괴로움을 견디는 모습 등에서 KJ에게 일말의 동정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답게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 등 다양한 음악들이 귀를 즐겁게 한다. 스크린이 갑자기 암전되고 음악만 나오는 특이한 장면도 있다. 음악에 좀더 집중해 달라는 감독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홍콩필름페스티벌 신인감독상, 대만 금마장 최우수다큐멘터리상ㆍ편집상ㆍ음악상ㆍ음향효과상 등을 수상하는 등 각종 해외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6월16일 개봉. 전체관람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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