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의 죽음을 문상하기위한 친인척들이 먼데서 가까이서 속속 상가를 방문했다. 아버님은 7형제 중 막내이기 때문에 삼촌들과 고모님들 사촌들 오촌 조카들 6촌들과 외가친척들 등 많은 집안 가족들이 아버님 사망의 비보를 받고 여기저기서 문상을 왔다. 그리고 아버님의 친구들 마을 사람들 많은 소작인 등 갑자기 많은 사람들의 문상객으로 본체 사랑채 문간채 헛간채 대문채등 방이 있는 곳은 문상객으로 초만원을 이루었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한국의 전형적인 가을 날씨는 정말 아름다웠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높고 푸르며 말은 살지는 오곡백화가 무르익은 연중 제일 포근한 날씨기에 활동하는데 가장 이상적인 기온을 유지하는 1년 중 제일 좋은 계절이다. 죽음의 개념이 전혀 없었든 11살 먹은 나이였지만 아버님의 죽음을 통해 피할 수없는 인간죽음의 운명이 나의 마음과 생각 안으로 깊고 강한 인상으로 파고들면서 죽음을 기정사실로 알게된 첫 번째 경험이 되었다. 어린나이에 경험한 한 인간인 아버님의 죽음이 나의 마음 안에 영원히 잊어지지 않은 피할 수없는 엄연한 사실로 받아들인 중요한 계기가 됐다. 문상객들 중 멀리서 온 친척들은 장례가 끝날 때 까지 상가에 머물었다. 장례는 7일장이기에 7일 동안 상가는 연일 찾아오는 문상객으로 분주했다.
쾌청한 아름다운 가을 날씨가 문상을 하기위해 상가를 찾아오기에는 너무나 좋은 날씨였다. 문상객들이 주고받은 이야기가 평소 망자의 따뜻하고 온화한 성품이 돌아가신 후에도 좋은 날씨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평소 아버지에 대한 덕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나의 눈에 비치는 주변 모든 사물 하늘과 땅 한그루의 나무 등 주변 모든 것들이 아버지의 사망소식에 슬퍼하는 것 같이 서글퍼 보였다. 밤하늘 중천에 떠있는 쟁반같이 둥글고 큰 아름다운 달 새벽녘 반짝거리는 별들 모든 것이 아버지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까운 친척들을 제외한 일반 문상객들은 마당 이곳저곳 넓은 멍석을 깔아놓고 상가에서 제공하는 각종음식과 막걸리를 마시면서 거의 밤을 지새우며 윷놀이와 골패 등의 놀이도 하면서 웃고 웃는 시간을 보냈다.
문상을 위해 온 여러 사람들이 아버지를 잃고 슬퍼하는 나의 마음과 같이 함께 슬퍼하리라 생각한 나는 그분들의 웃고 웃는 소리가 의아했다. 나와 맺은 인연(因緣)의 강약에 따라 정비례로 별세하신 아버님의 죽음에 대해 내가 느끼는 슬픔과 다른 사람이 느끼는 차이는 천차만별 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훗날에 나름대로 깨달은 점이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불교를 믿어왔고 기억에 의하면 약 4마일 떨어진 형산강이 내려다보이는 산 정상에 자리 잡은 아담한 절에 1년에 한번정도 쌀 몇 가마씩을 소에 싣고 시주를 위해 절을 찾아간것으로 기억된다. 이때 아버지는 소를 부리는 머슴과 함께 절에 가시는데 아버지 따라 절에 간적이 있고 역시 절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다.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 것은 절에서 콩밥에다 산체나물로 만든 몇 가지 음식을 먹었는데 그때 먹은 절밥이 너무나 맛있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1년 한 차례씩 시주(施主)를 해온 형산강 상류 산 정상에 자리 잡은 절에 계시는 스님 두 분이 오셔서 교대로 24시간 7일 동안 병풍에 가려진 아버지의 시신(屍身) 앞에 차려진 분향소 앞에 앉아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念佛)을 했다. 집안 가까운 친지들은 상가 음식을 비롯해서 일체의 잡일들을 도우는 데 어떤 분들은 대청마루에서 상주들이 입는 상복을 만들었다. 어디에서 나오는 악취인지는 몰라도 전에 맡아보지 못한 강한 악취가 나왔다. 상복을 만들면서 이분들은 코를 시큰 거리면서 서로들 숙덕숙덕하는데 냄새를 맡아본 경험이 전혀 없는 나는 고약한 악취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전연 알 리가 없었다.
(몬트레이 한인성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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