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중 하나인 시카고 트리뷴이 최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이영미(45) 감독의 영화 ‘사물의 비밀(Secrets, Objects)’을 집중 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시카고 트리뷴은 11일(현지시간) 문화 섹션에서 "한국 영화, 사회적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다(Korean flim flips gender roles)"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결혼의 허구(marital charade)를 다룬" 이 감독의 영화를 소개했다.
트리뷴은 "이 감독의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깊숙이 꿰뚫으며 개인의 숨겨진 내면, 억압된 욕망을 공개한다"면서 "사물의 비밀은 물질적으로는 초현대화된 생활을 하면서도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전통적인 관습에 매여 있는 한국사회의 결혼과 부부관계에 매우 불편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 "이 영화는 전형적인 한국 영화와 대조된다"면서 "한국 영화에 여성이 주도적인 주체로 등장하는 일은 드물고 특히 나이 든 여성은 결혼생활과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전투적이 되면서도 침실에서는 정반대 성향을 가진, 성적 욕구가 없는 전업주부로 묘사되는 일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트리뷴은 "다른 영화감독과 마찬가지로 이 감독도 제작비 마련에 애를 먹었다"면서 "내가 잠재적인 투자자들에게 영화 대본을 보여주면 여성들은 ‘이건 바로 내 이야기다’하면서도 정작 나서는 일을 두려워했고 남성들은 얼굴빛이 달라졌다. 그들은 성역할이 뒤바뀌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금새 알 수 있었다’는 이 감독의 말을 전했다.
또 "이 감독은 1970년대 한국에서 유년기를 거치며 성별에 따른 불평등한 관계를 인식하기 시작했고 1980년대 대학 재학 중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시위를 벌이다 체포돼 약 4개월간 교도소 생활을 하면서 간통 혹은 성매매로 기소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감독은 영국에서 영화수업을 받기 위해 1995년 한국을 떠났다가 6년 만에 귀국했는데 한국은 민주화가 처음 싹트던 1987년 상황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달라져 있었지만 남성들이 주인 노릇을 하는 모습에는 별 변화가 없다고 느꼈다"면서 "2008년 그가 처음으로 장편 영화를 만들 결심을 했을 때 어떤 주제를 다룰지는 이미 결정돼 있었다"고 평했다.
이 기사는 "만일 내가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지 않았더라면 나는 한 여성으로서 그리고 영화감독으로서 평생 후회했을 것이다"라는 이 감독의 말로 끝을 맺었다.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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