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즈는 출연한 배우만으로도 궁금증을 자아내게 할 만한 일본 영화다.
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의 히로스에 료코, ‘런치의 여왕’의 다케우치 유코, ‘고쿠센’의 나카마 유키에, 영화 ‘하나와 앨리스’의 아오이 유우는 일본의 톱스타급이고, 한국의 ‘일드’(일본 드라마)팬과 영화팬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이다.
이들보다 국내에서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피와 뼈’의 스즈키 교카,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의 다나카 레나도 일본에서는 이들 못지않은 배우.
이들 6명의 배우는 ‘플라워즈’를 통해 193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결혼, 출산, 육아 등 세월의 흐름에 따라 여성들이 부딪혀야 하는 삶의 변곡점들을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그 과정에서 어머니의 기억은 무의식 속에 퇴적돼 있다가 어느 순간 깨달음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그들의 아픔은 어느 순간 나의 아픔으로 전이되기도 한다. 영화는 이러한 기억의 퇴적들을 들여다보는데 공을 들인다.
결혼을 앞둔 린(아오이 유우)은 아버지가 정해준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 현실이 마뜩찮아 가출한다.
그러나 유년시절 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든 장소로 찾아간 린은 때마침 그곳에 나타난 어머니와 함께 결국 결혼식장으로 향하고 만다.
영화는 이어 린의 첫째 딸 카오루(다케우치 유코)와 둘째딸 미도리(다나카 레나), 셋째 딸 사토(나카마 유키에)가 펼쳐나가는 1960년대 사랑방정식과 사토의 두 딸인 카나(스즈키 교카)와 케이(히로스에 료코)가 겪는 2000년대 여성의 삶을 다룬다.
남편과 사별한 정숙한 부인, 사회생활과 결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여인, 죽음을 불사하고 아이를 낳는 여성,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고 페이지터너(악보를 넘겨주는 사람)로 살아가다가 덜컥 임신한 여성, 평범하게 자녀를 키우는 여인의 얼굴은 다른 듯 닮았다.
데뷔작 ‘태양의 노래’로 큰 성공을 거뒀던 고이즈미 노리히로 감독은 1960년대 일본 영화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당시 상황을 그럴 듯하게 묘사했다. 인물의 패션과 머리모양, 심지어 미쟝센의 구도까지 1960년대 일본 영화와 닮아있다.
전반적으로 고전 일본영화처럼 담담하고 성찰적인 면도 있지만, 뜬금없고 과장하는 장면들도 상당해 눈에 거슬린다. 시대를 거스르는 파격은 낌새조차 보이지 않는다. 여성 감독이 만들었다면 이처럼 순응적인 여성들만 모아 놓았을까?
buff27@yna.co.kr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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