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재해등으로 인해 어수선해진 틈타고 신도늘어
▶ 오클랜드 라디오 방송국 “5월 21일 최후의 심판일”
최근 들어 “5월 21일, 최후의 심판일이 다가오고 있다(Judgment Day is coming)"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광고판(빌보드)이 갑자기 눈에 띠기 시작했다.
독특한 성경해석과 일본 대지진을 비롯해 지난해부터 발생한 자연재해와 조류 및 어류 떼죽음 등으로 오는 21일 심판의 날이 온다고 주장하는 평신도 해롤드 캠핑씨와 그의 주장을 따르는 신도들이 지구의 최후를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캠핑씨는 성경에 나온 숫자들을 수학적으로 풀이하는 일종의 누머리즘(numerism, ‘숫자주의’) 해석으로 21일이면 기독교 신자들은 ‘휴거(rapture)’로 하늘나라에 올라가게 되고 신자가 아닌 나머지 인류는 오는 10월 심판을 받는다고 설파한다. 1994년 9월 6일이 심판의 날이라고 예언했던 캠핑씨는 그땐 자신이 계산을 잘못했지만 이번엔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1921년생인 캠핑씨는 42년에 UC버클리 공대를 졸업한 뒤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59년 동료 2명과 함께 기독교 방송국인 페밀리 라디오(Family Radio)를 세웠다. 주류 기독교 방송국에서 종말론이 주된 관심사가 된 집단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말 이라고 그를 아는 사람들은 전한다.
현재 오클랜드의 해겐버거 로드에 본부를 두고 있는 페밀리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심판의 날을 기다리는 추종자의 수는 전세계적으로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핑씨와 알라메다의 같은 동네에서 오래 전부터 거주해 잘 안다는 한인 오 모씨는 “다른 것은 몰라도 캠핑씨는 사기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다음 주면 세상이 끝난다고 정말 믿는 분이며 그런 믿음에 투철할 뿐 그의 말에 따르는 사람들에게 재산을 내놓으라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흔히 생각하는 사이비 교주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의 이단문제와 시이비종교에 대해 수십년간 연구해온 알바니 시온장로교회 신태환 목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마가복음 13장 32절에 그날은 천사들도 모르고 예수 본인도 모르고 아버지만 알고 계시다고 나와 있는데 사람이 성경을 보고 정확한 날짜를 알아냈다고 하면 분명한 이단”이라고 말했다.
<서반석 기자>
오는 5월 21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말하고 있는 패밀리 라디오 방송국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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