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대동강 맥주’ 올 여름 뉴욕 온다
▶ 뉴욕 사업가 스티브 박씨, 작년 9월 미 재무부로부터 수입 승인
북한 ‘대동강 맥주’가 미국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아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
‘대동강 맥주’는 2008년 7월2일 저녁 북한의 조선중앙TV를 통해 처음 방송된 광고가 일반 북한 TV 광고들과는 판이하게 전형적인 상업광고식으로 제작된 것이 화제가 되면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진 북한의 대표적 맥주이다.
재미동포 뉴욕 사업가 스티브 박(한국명 박일우 · 61)씨는 1일 “공화국의 ‘대동강 맥주’를 미국에 수입해 판매하는 사업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조만간 뉴욕을 비롯한 동부지역을 시작으로 미 전역에서 애주가들이 ‘대동강 맥주’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박씨에 따르면 그는 이번 사업을 위해 지난 2005년을 시작으로 5차례에 걸쳐 북한 평양의 ‘대
동강맥주공장’을 직접 방문해 북측 관계자들과 대미수출 문제를 논의했으며 지난 해 9월 미국 재무부로부터 ‘대동강 맥주’의 미국 수입 승인을 얻는데 성공했다.
실제로 미 재무부 ‘외국자산통제국’(OFAC) 산하 ‘적성국가교역법허가실’(TWEALS)은 2010년 9월30일 뉴욕의 ‘미주조선평양무역회사’(Korean Pyongyang Trading USA, Inc)의 대표 박씨에게 공문을 보내 “귀하의 (2010년 6월18일자) 신청서에 따라 ‘외국자산통제국’은 귀하가 북한 평양의 ‘대동강맥주공장’으로부터 ‘대동강 맥주’ 1만7,460 케이스(42만3,360
병)를 수입하는 것을 허용 한다”고 통보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그 중 하나인 ‘무기수출통제법’(AECA) 제재는 ‘외국자산통제국’이 북한으로부터의 모든 물품 수입에 대한 신청서를 사전, 접수해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로 검토한 뒤 신청자에게 승인 여부를 통보하도록 돼 있다.
1980년대 초 미국으로 이민 온 박씨는 1990년대 중반을 시작으로 매해 5∼6 차례 북한을 정기적으로 방문해온 사업가로 미 재무부의 승인을 얻어 2008년 4월 컨테이너 2대 분량의 북한 ‘평양소주’를 처음으로 미국에 수입, 유통시켰으며 앞서 2002년 1월에는 6만3,000달러 상당의 북한산 여성의류를 들여와 미국 대형 체인점을 통해 판매한 실적이 있다. 따라서 ‘대동강 맥주’의 이번 미국 시장 진출도 미 재무부 수입허가라는 관문을 넘어선 만큼 ‘대동강맥주공장’과 ‘미주조선평양무역회사’ 사이에 사업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차질 없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박씨는 “미 재무부 승인을 얻어낸 뒤 지난 해 10월 평양을 다시 또 방문해 미국 수출에 대한 세부 사항 논의를 마쳤다”며 “현재 마지막 단계로 미국 수출용 ‘대동강 맥주’ 라벨을 미국 각 주정부 주류당국 규정에 맞도록 표기해 제작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박씨는 또 수입시기에 대해 “북한에서 1차적으로 3∼4대 컨테이너 물량을 화물선에 선적한 뒤 ‘대동강 맥주 미국 진출’ 홍보행사를 갖고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며 “미국 정부의 수입허가가 승인 날짜로부터 1년간 유효하다는 점을 볼 때 늦어도 오는 6월∼8월 이전을 목표로 삼고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으로 수입이 허용된 ‘대동강 맥주’의 총 분량은 20피트 컨테이너 1대에 600 케이스가 실리는 것으로 계산할 때 컨테이너 290대 규모에 달하며 박씨는 한국, 중국, 일본식당과 주류 판매 업소들을 시작으로 맥주를 공급해 나갈 계획이다.<신용일 기자> yishin@koreatimes.com
북한 조선중앙TV는 2009년 7월2일 ‘대동강 맥주’를 선전하는 영상을 방영했다. 특정사움의 상업성광고를 방영한 것은 이례적이다. <조선중앙TV촬영/ 사진=연합>
■ 대동강 맥주는 어떤 술?
알코올 도수 5.5도 보리 함량 11%
질 좋고 풍부한 원료 사용 ‘깊은 맛’ 자랑
‘대동강맥주공장’은 공장부지면적 10정보(9만9천㎡)에 건평은 2만㎡이며 종업원 수는 총 395명이다.2002년 영국생산 시설을 수입해 시험 가동 후 2006년 4월 병맥주 및 생맥주를 본격 출시한 ‘대동강 맥주’는 연간 7만 킬로리터(kl)를 생산하고 있다. 이를 환산하면 매월 평균 22만 4,000병의 맥주를 생산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동강맥주는 현재 평양 시내에 150개 생맥주 집에 공급되고 있으며 하루 평균 500㎖잔으로 2,000잔 이상이 판매되고 있다.
대동강 맥주가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첫 번째 이유는 좋은 재료다. 대동강맥주의 주원료인 물은 대동강 상류에서 끌어들인 맑은 물을 이용한다. 호프는 량강도에서, 보리는 황해도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질 높은 것들로 만들어진다. 100% 공화국산 맥주인 셈이다. 대동강맥주 맛의 비결은 이처럼 좋은 원료를 쓴다는 것도 있지만 재료를 아끼지 않는 철학에 있다. 특히 호프는 맥주 맛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원료이지만 원자재 가격이 높아 대다수 맥주들이 많이 넣지 않는다. 대신 탄산의 비중을 높여 청량음료처럼 만들어 맛이 싱겁고 깊이가 없다.
그러나 대동강맥주는 북에서 상품이 아닌 ‘생활 필수품’인 만큼 재료를 듬뿍 넣어 맥주 고유의 맛을 살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회주의 맥주’이기에 가능한 맛이라는 얘기다. 이번 미국에 수입 될 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5.5도 이며 보리 함량이 11% 이다. 두 번째는 과학화된 설비다. 이미 잘 알려졌다시피 대동강맥주의 설비는 해외에서 수입했다. 공화국은 지난 2000년 영국의 어셔 양조회사로부터 가동을 중단한 180년 전통의 양조장을 인수하고 그 곳에 있던 설비를 들여왔고 라우스만 회사의 건조실 설비로 대동강 맥주공장을 차렸다.
양조공정 설비는 현재 완전 자동이지만 원래는 반 자동이었다. 분쇄기 같은 일부 공정은 사람이 수동으로 조정하게 돼 있었다. 이를 김책 공대 기술자들과 공장 기술자들이 모두 자동화했다고 한다. 지금은 컴퓨터에 당아과정, 여과과정, 냉각온도까지 숫자만 입력하면 컴퓨터가 알아서 조절해준다. 대동강맥주에서 유럽맥주의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세 번째는 연구자들의 힘이다. 특히 대동강맥주공장의 분석실은 핵심인재들이 모인 곳이다. 이들은 대동강맥주와 일본, 남한, 중국, 미국, 러시아를 비롯한 이름 있는 세계의 맥주들을 수집 분석해 추세를 알아내는 동시에 대동강맥주의 일상적인 품질관리에 주력한다. 실제 공장에서는 매달 2번씩 ‘실태조사’를 진행해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맛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북한의 대표적인 소주인 ‘평양소주’를 2008년 4월 미국에 처음 수입한 뉴욕의 ‘미주조선평양무역회사’ 스티브 박 대표.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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