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즈한인회장 선거를 간선제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열렸던 준비모임<한국일보 자료사진>
선거과열로 인한 갈등 소지, 막대한 선거비용 심각한 수준
공탁금 10만 달러 … 능력있는 젊은후보 기회 박탈
제32대 뉴욕한인회장 선거를 한달 남짓 앞두고 한인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퀸즈쪽의 한인단체들이 공개적으로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들을 지적한 바도 있지만 이제까지 지적된 사항들을 대략 정리해 본다면 몇 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먼저 선거과열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과 막대한 선거비용이다. 지금까지 몇 차례의 불꽃 튀는 경선의 후유증이 해소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 한인사회내 파벌과 갈등을 부채질한 결과로 남아있다. 한때는 미국법정에 까지 가는 경우도 있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선거비용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공탁금이란 명목으로 염출하는 금액이 5만달러를 넘더니 금년 선거는 10만달러에 육박하는 선이다. 돈 없는 사람은 언감생심 경선에 나설 엄두도 못 낸다. 이로 인해 금권선거가 판치는 형국이 된다. 그러다 보니 선거가 끝나고 정작 돈쓸 일이 생길 때에는 회장 자신이 자린고비가 되고 마는 경우를 수도 없이 보아왔다. 높게 책정된 공탁금은 또한 능력있고 리더십 있는 인재들의 한인사회 진출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그로인해 한인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2세, 3세들의 참여 폭을 줄이는 결과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열인한 갈등. 선거비용 심각
현행 뉴욕한인회장 선거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50만에 육박한다는 뉴욕 한인인구에 비해 투표율이 수 만명을 웃돌지 못하는 참여부족의 문제이다. 직선제든 간선제든 참여가 활발한 선거제도를 연구해봐야 할 시점이고 이제까지 회장 혼자서 방대한 업무와 재정을 책임지는 회장중심제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를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이사회도 일정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회칙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회장 임기가 끝나면 업무의 지속성이 끊기는 한인회 구조 역시 문제점 중의 하나다. 31대 뉴욕한인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1,5세, 2세들의 대거 참여가 차기에도 유지될 런지 크게 우려되는 사항이다. 모처럼 성공적으로 참여했던 젊은 피가 계속 흐르지 못한다면 그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인사회가 2세. 3세로 세대교체가 되어야 하는 현실에서 이제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이 있다면 큰 손실이 아니겠는가.
이와같은 지적들은 선거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들이라는데 그 또한 문제가 있다. 문제점만 제기됐지 마땅한 대안이 뒤따르지 않았던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한인회장 직선제 자체에 문제점이 있으니 간접선거 제도로 바꾸어 보자는 제안이다. 이 제안은 최근 회장 선거를 간접선거 제도로 실시한 퀸즈한인회 쪽에서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일단 성공을 거둔 케이스여서 충분한 설득력도 지니고 있다. 그간 대안 없는 문제점 제기는 하지도 말라던 뉴욕한인사회가 이제는 심각히 고민하고 과연 이 대안을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에 대해 신중히 논의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뉴욕한인회장 선거에 간선제를 도입해 보자는 주장은 과거에도 몇 차례 제기된 적이 있었다. 뉴욕일원의 각 단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연합체 성격의 한인회로 만들고 각 단체에서 파견하는 대표들로 하여금 회장을 선출하는 간선제 주장이 나왔으나 단체마다 규모와 성격이 다른데 똑같이 한 표씩을 배당한다면 공정치 못하다는 주장이 거론되어 주춤한 상태에서 무산된 경우도 있었다. 이후 뚜렷한 대안 없이 직선제를 유지해 왔던 것.
대안으로 떠오른 간선제
그런데 지난 1월 실시된 퀸즈한인회장 선거에는 해당지역내 40개 단체가 참여한 이사회에서 간선제가 채택된 가운데 무리없이 회장선거를 치룬 것이다. 37개 단체 대표들이 이사로서 참가해 투표를 실시한 결과 31대 6으로 이명석 회장을 선출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점이나 후유증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당사자들의 전언이다. 선거비용이 들이 않아서 좋았고 선거가 과열되지 않아 좋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거에서 패한 후보는 또한 새 집행부의 정책특보를 맡아 함께 참여하는 모양새도 보이고 있다.
이번 퀸즈한인회장 선거의 관리위원장을 맡았던 김광석(뉴욕한인봉사센터 회장)씨는 직선제의 여러 폐단을 한마디로 해소시킬 수 있는 제도가 간선제라고 강조한다. 미국의 거의 모든 비영리단체들이 간선제를 택하고 있으며 뉴욕한인회도 지역한인회의 연합체라는 의미에서 이 간선제를 채택하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다시 말해 뉴욕일원의 각 지역한인회가 파견하는 이사들로 뉴욕한인회 이사진을 구성하고 거기에서 회장을 선출하는 간선제인 셈이
다. 이 경우 직능단체를 비롯한 타 단체들이 소외되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타 단체들은 소속된 지역한인회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오랜만에 간선제를 성공시킨 퀸즈한인회의 정관을 보면 기존의 회장 중심제가 아니라 명백히 이사회 중심제의 운영방식이 특징으로 나타나 있다. 지역내 각 단체들이 참여해 이사회를 구성하고 재정도 책임지는 이사회 책임제인 셈이다. 그리고 이사회는 회장을 선출하는데 머물지 않고 회장을 고용하는 제도로 발전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정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회장에게 판공비 정도를 지불하다가 재정이 넉넉해지면 월급제로 회장을 고용한다는 논리다. 그래서 퀸즈한인회 간선제의 공식 명칭은 ‘회장의 임명/고용제’이다. 회장 직선제의 여러 가지 폐단을 해소시킬 수 있다는 이 간선제 초안은 김윤황, 최재복, 선우영팔, 성동현, 김광석씨 등이 포함된 소위원회에서 마련된 것이었다. 이 초안은 방송토론과 공청회 절차를 거쳐 이사회에서 정관으로서 채택된 것이기 때문에 퀸즈한인회의 운영방침을 한마디로 말해주는 제도로 정착되었다. 다만 회장에게 월급을 줄만큼 재정이 확보되는 시점을 김위원장은 두 임기(4년)정도 이후로 보고 있다.
한인회 창립당시 간선제 경험
간선제라고 한다면 뉴욕한인회도 과거 실시해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1960년 6월12일 출범한 뉴욕한인회가 창립당시 채택했던 선거제도가 바로 간선제였다. 먼저 실행위원 12-14명을 선출해 실행위원회를 구성한 다음 실행위원들이 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을 취했다. 당시의 회장 임기는 1년, 연임 조항을 넣고 68년말까지 7년6개월간 유효했던 제도였다. 이기간 선거제도로 인한 갈등은 없었고 투표자 수가 늘어나자 직선제로 바꾼 것이 68년 12월20일 제7대 김판기 회장때였다. 뉴욕한인회의 첫 번째 회칙개정으로 실행위원회를 폐지하고 대신 이사회를 구성했던 것.
이 회칙은 3년간 유지된 끝에 71년 12월29일 제10대 손재룡회장 당시 두 번째 회칙개정을 하게 되었다. 이때 개정내용의 골자는 회장 임기를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고 회원 자격을 18세 이상 회비(연회비 3달러) 납부자에 국한시켰다. 회비를 납부한 선거인 명부에 따라 투표가 실시되는 바람에 회장 후보들이 회비를 대납하는 부조리가 만연했던 때이기도 하다. 당연히 선거비용의 지출이 많았다. 당시 선거에서는 회비를 대납하는 후보 따로 있고, 찍는 후보 따로 있다는 루머도 나돌았다.
이런 부조리를 없애기 위한 노력으로 회칙의 3차 개정이 제16대 박지원 회장 임기말인 1982년 4월25일 이뤄졌다. 이른바 회비제도의 폐지였다. 이때의 회칙개정으로 이사회 구성이 60명으로 늘어나고 이사회비 납부 의무 조항이 신설됐다. 그 후로 한인회 업무의 계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한때 이사중 절반이 잔류되는 제도를 시행한 적이 있으나 큰 실효는 보지 못한 채 묻혀버린 경우도 있었고 몇 차례 부분적인 회칙개정이 있었지만 그와 같은 틀을 유지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국사편찬위 해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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