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엔 봄빛이 화사하다. 낮 동안은 두꺼운 겨울 잠바를 벗고 나가야 할 정도로 제법 봄 냄새를 풍긴다. 더께 쌓였던 눈들이 자취를 감추고 이젠 힘겨운 푸른 빛 새 생명이 머리를 든다.
내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던 3월의 어느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입학식을 하는 아이들 언저리에 숨어서 엄마가 지켜보는지도 모르는 채 온갖 말썽을 부리며 그렇게 내 아들의 학교생활은 시작되었다. 나이가 꽉 차서 들어간 학교가 너무 재미없어 지루해 할 때마다 한 살 일찍 보내지 못한 것을 후회한 적도 있었다.
첫 아이, 초보 엄마의 생활은 책에서 배운 지식은 많았지만 실제 적용에 미흡하여 그야말로 난감한 육아 그 자체였다. 아이가 크고 이게 아닌데 하는 일들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나의 무능력에 힘이 들었다. 적당히 포기도 하고 남에게 전가도 하면서 10대가 된 아이.
자라는 과정마다 겪는 일들을 똑같이 겪으며 아이는 성장하였다. 아이를 위해 울기도 많이 하였고 어두운 방안에 엎드려 아이의 앞날을 위해 기도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그런 내 아이는 지금 내 곁에 없다. 어떤 식으로든 나를 위로하려 하지만 나타나는 아이의 흔적에 가슴으로 눈물을 삼키며 살고 있다.
이제 내 아들의 20번째 생일. 그 아이와 맺은 인연 20년이란 세월이 나의 가슴에 살아있다.
아이가 보고 싶을 때마다 아이의 유품들을 보면서, 아직도 남아 있는 그 날들의 흔적을 보면서 아직도 믿을 수 없는 그 아이와의 이별에 눈물을 쏟는다.
열일곱 살 되던 해인가 귀걸이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와 말다툼을 하고 며칠 동안 싸운 후 끝내 마음을 비워 귀를 뚫어주기 위해 가던 차 안에서 나는 또 울었다. 그 귀걸이가,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골라서 그의 귀에 걸어주던 그 귀걸이가 그 아이가 마지막 걸던 그것이 되었다.
케익의 촛불을 꺼야 하는 주인공이 없지만 생일 촛불은 아직도 그 빛이 너무나 환하다. 생일 축하합니다! 내 아들의 20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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