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함으로 시작 되었던 어느 주일 허겁지겁 성가대실로 들어갔다. 가냘픈 목소리로 “처음뵙겠습니다” 하며 손을 내밀어 얼떨결에 “아 그래. 나도 반갑다~ ” 하고 손을 딱 때렸다.
짖궂은 친구가 장난치는 것이라 확신하고 과감하게 행동했는데…. 모르는 분이었다.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끼며 “죄송합니다.” 하며 마구 꾸벅거리는데 “아니예요. 미안하면 예배 후 커피한잔 사세요.”
이렇게 시작한 나와 린이의 만남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약 30년. 발레를 전공해 팔 다리가 길고 가늘어 늘 우리 부모님을 원망케 하던 친구. 우리 삶에 닥친 어려움들을 마치 코미디 각본 쓰듯 지 마음대로 바꿔 날 웃게 만들고 50이 될 때까지 흰머리 하나 없이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발레 자세가 몸에 배어 오리처럼 뒤뚱대던 그녀. 대학생인줄 착각 속에 산다며 빈정대는 날보고 “넌 나한테 평생 감사해야해. 쌓이는 스트레스 받아주는 생명의 은인이니까”하며 빨리 맛있는것 사달라고 보채던 친구. 성격차이는 물론 취향도 다른 우리 둘이다.
공통점이란 한국사람이며 여자인 것 밖엔 눈을 크게 뜨고 봐도 없다. 이런 우리를 연결해 준 신비함이 있다. 서로에게 어떤 일이 있는지 느끼는 것이다. 서로가 어디에 살던 마음에 이상이 있을 때면 영락없이 전화벨이 울리고 또 돌린다.
“지은아~ 너괜찮어” “린아~ 너괜찮니?” 하는 대화로 격려하며 쉼을 얻었다. 우울할 때도, 기쁠 때도, 짜증날 때도, 심심할 때도, 심적 저기압과 고기압을 친자매처럼 알고 느꼈다.
그런데 한 5년 전, 뭔가 자꾸 잘못된 느낌에 린에게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대화는 불가능했다. 그 후 두 달만인 5월 화창한 날씨에 린이는 주님 곁으로 떠났다. 이제 겨우 50인 나이에, 위암이란 불청객에게 내 소중한 동무를 뺏겼다.
바로 옆에 있는 듯, 대화를 하는 듯 남기고간 여러 통의 서신을 읽을 때마다 린이 무척 보고 싶다. 며칠 후면 린이의 생일이다. 편지가 담긴 통을 열고 하나를 꺼내 읽었다. “은아, 너 또 봄 타는구나. 산나물 봄나물 먹고 싶지?” 나무라듯 쓰인 글을 읽으며 어찌 그리 내 생각을 잘 알고 있나. 그 다음 줄엔 이리 써있다. “야~ 은아, 내 생일 잊지 말아라!”
그래 이 야속한 친구야! 감히 뉘 생일이라고 잊겠는가! 귀하고 귀한 만남을 체험케 해준 나의 벗.
린아~ 널 고마워하며 기억속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도와줘! Happy Heavenly Birth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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