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원리주의 세력 정권 장악 가장 경계
이집트에서 6일로 13일째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 사태를 가장 긴장해서 지켜보는 국가 중 하나가 이집트와 국경을 접한 이스라엘이다.
아랍권 국가들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은 1948년부터 1973년까지 4차에 걸친 중동 전쟁을 치른 이집트와 1979년에 극적인 평화협정을 체결한 이후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은 2007년 6월 강경 무장 정파인 하마스가 장악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봉쇄정책에 동조해 지난해 5월 말까지 이집트-가자지구 국경을 사실상 폐쇄하는 등 다른 아랍국들과 달리, 이스라엘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무바라크 정권은 또 국내 야권의 반대에도 2008년 초부터는 100㎞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스라엘 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무바라크 정권이 이번 시위 사태 속에 붕괴하고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이 정권을 장악하게 되는 시나리오를 가장 경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도 상에서 지워버리겠다고 협박하는 이란과 같은 이슬람 정권이 이집트에 추가로 들어서게 된다는 것은 이스라엘로서는 악몽과도 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탓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집트의 시위 사태가 격화된 지난달 31일을 기자회견에서 1979년 이란에서 발생한 이슬람 혁명이 이집트에서 벌어질 수 있다며 깊은 우려감을 표명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양국 간 평화협정을 30여년 간 지켜왔다"며 "우리의 목표는 이런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일에는 의회 연설에서 "이집트에는 민주주의를 바라는 세력과 이란과 같은 급진적 이슬람 신정체제를 원하는 집단이 있다"면서 어느 쪽에서 권력을 장악하느냐 하는 문제는 이집트뿐 아니라 이스라엘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우방인 미국 백악관도 4일 차기 이집트 정부가 어떻게 꾸려지든지 간에 1979년에 이스라엘과 체결한 평화협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이스라엘 정부를 거들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 시위 사태 속에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경제 발전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히면서 내부 단속에도 나섰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이집트 사태 이후 팔레스타인인들이 모방 시위를 벌일 가능성을 차단하려고 애쓰면서 요르단강 서안 지역의 기간 시설 건설 프로젝트를 승인하는 등 팔레스타인인들을 달래기 위한 유화책도 펴고 있다.
freemong@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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