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유일한 대세가 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건강도, 인간관계도, 정치에서도 소통이 문제다. 신체 각 부분과의 소통이 건강이 되고 타인과의 소통이 인간관계가 된다. 비즈니스의 요체도 곧 시장과의 소통이며 정치도 국민과의 소통의 문제가 본령이다.
소통이 대세가 된 21세기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자 자질이 바로 소통 능력이다. 과거 지도자에게 요구됐던 영웅적 카리스마나 강력한 의지, 추진력, 조직관리 능력보다 21세기 지도자에게는 이제 무엇보다 소통 능력이 가장 중요한 자질이 됐다. 지도자의 소통 능력이 국가적 위기를 단결과 화합의 기회로 변화시키기도 하고 사소한 사고를 최악의 재앙으로 변질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총기난사 사건으로 미국이 오열했던 지난 달 12일. 오바마 대통령의 애리조나 투산 연설은 지도자가 갖춰야 할 소통이란 것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나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크리스티나가 꿈꾸던 것과 같았으면 좋겠다”며 총기난사로 숨진 크리스티나를 이야기하던 오바마 대통령은 복바치는 슬픔을 억누르기 힘든 듯 입술을 깨물며 51초가 말을 잇지 못했다. 51초간 침묵의 연설이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 침묵의 51초는 정적은 물론 미국민과 국경 넘어 세계인들에게 깊은 화합의 울림을 전한 극적인 소통의 순간으로 기억된다. 짧은 침묵을 통해 국민들과 하나 된 마음을 나누고 정적마저 감동시키는 소통의 진정성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국민을 좌절하게 만들고 갈등과 분열을 만들어내는 사방이 꽉 막힌 ‘불통의 소통’도 있다. 대통령 신년 연설문 작성을 준비 중이던 지난 달 2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한 장면. 신년 연설문 독회 도중 한 참모가 대통령에게 연설문에
‘정치권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표현을 넣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갑자기 대통령이 버럭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 “왜 참모들이 나를 ‘소통 안하는 대통령’으로 만드느냐.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지 통계를 한번 뽑아봐라.”
이런 장면도 있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으로 촛불시위가 한 장이던 당시 대통령은 놀랍게도 소통의 문제를 지적했다. “국민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 정부 정책이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괴담이 난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통은 소통이 아니다.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필요도 없고, 오히려 자신의 주장을 곡해하고 있다고 면박을 주는 것, 이것은 소통이 아닌 불통이다. 홍보를 소통으로 착각하는 인식으로는 결코 국민과 소통할 수 없다. 국민과 진심어린 교감을 나누는 소통의 진정성을 보여줄 때 국민을 움직일 수 있다.
김상목 사회부 부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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